우한에 남겨진 반려동물만 최소 5만마리···"저희가 살리러 다닙니다"

입력
수정2020.02.06. 오후 2:23
기사원문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지난 4일 종이컵으로 만들어진 마스크를 쓴 강아지가 보호자와 함께 베이징 거리를 산책하고 있다. 중국에선 개, 고양이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감염될 수 있고 이들이 다시 인간에게 전파할 수 있다는 루머가 떠돌았지만 세계보건기구는 “개나 고양이 같은 애완동물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다는 어떤 증거도 없다”고 밝혔다. 베이징 | AFP·연합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 남아있는 43세의 한 남성이 시내 아파트의 녹슨 파이프를 타고 3층 발코니로 들어간다. 남성의 이름은 라오마오. 그는 주거침입자가 아니다. 우한에 남겨져 있는 반려동물들에게 먹이를 주러 다니는 활동가다.

이 아파트의 주인인 중년부부는 애초 사흘간의 여행을 하려고 집을 떠났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우한시가 봉쇄돼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이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라오마오에 대해 알게 됐고 고양이들을 살려달라고 부탁했다. 라오마오는 간신히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고양이들을 발견해 주인 부부에게 영상통화로 보여줬다. 중년부부는 울음을 터뜨렸다.

영국 로이터통신이 지난 3일 보도한 중국 우한의 동물보호활동가 라오마오의 이야기다. 우한은 지난 1월23일 오전 10시부터 봉쇄조치됐는데 이미 우한의 많은 시민들이 설 연휴를 앞두고 여행 등을 떠난 뒤였다. 22일까지 우한을 떠난 시민 규모는 약 500만명이다.

중국 우한의 시민들이 지난달 28일 마스크를 쓰고 인적이 끊긴 거리를 걸어가고 있다. 우한| AP·연합뉴스

라오마오는 집을 떠난 우한 시민 숫자가 500만명이라는 점을 미루어볼 때 이 도시에 남겨진 반려동물은 약 5만 마리로 추산된다고 로이터 측에 설명했다. 그는 “우리 팀의 활동가들은 1월25일부터 지금까지 1000마리가 넘는 동물들의 목숨을 구했다”면서 “(도움을 요청하는) 전화벨이 끊이지 않아 잠을 제대로 못 자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5만마리라는 숫자는 보수적인 추정이고, 많은 반려동물들이 앞으로 며칠 내에 굶어죽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로이터가 소개한 활동가의 이름 ‘라오마오’는 본명이 아니다. 그는 자신의 활동을 가족들이 알기를 원치 않아 가명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우한시에 남겨져 있는 반려동물들만 곤경에 처한 것이 아니다. 중국에선 개나 고양이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돼 인간에게 전파할 수 있다는 설이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됐다. 이 때문에 중국에서 자신의 반려동물을 건물에서 떨어뜨려 죽이는 등의 극단적인 사례가 이어졌다. 외부 시선이 두려워 자신의 개나 고양이를 바깥에 나가지 못하게 하거나, 마스크를 씌워 산책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개나 고양이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돼 인간에 전파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가짜뉴스’로 밝혀졌다. 애초 중국의 한 박사가 방송매체와 인터뷰한 내용이 ‘개나 고양이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퍼뜨릴 수 있다’고 와전되어 SNS에 확산됐다는 것이 대만 타이페이타임즈의 설명이다. 이후 중국 글로벌TV네트워크(CGTN)는 중국의 SNS ‘웨이보’에 이러한 루머에 대한 세계보건기구(WHO)의 입장을 중국어로 공유했다. “개나 고양이 같은 애완동물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다는 어떤 증거도 없다”는 내용이다. 다만 WHO는 “애완동물과 접촉 후 비누로 손을 씻으면 살모넬라균, 대장균 등의 전파 위험이 크게 줄어든다”고 덧붙였다.

송윤경 기자 kyung@kyunghyang.com


▶ 장도리 | 그림마당 보기
▶ 지금 많이 보는 기사
▶ 댓글 많은 기사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세계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