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 페미니스트, 트랜스젠더여성 입학 반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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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2.05. 오전 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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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비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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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페미니스트 '여성의 공간 침해'로 인식
혐오가 되지 않게 조율 통해 오해 풀어내야
숙명여자대학교 © 뉴스1

(서울=뉴스1) 이비슬 기자 = 트랜스젠더(성전환자) 학생의 여자대학 입학을 놓고 찬반 논의가 다양하다. 특히 여대 페미니즘 단체들을 중심으로 성전환 학생의 입학에 반감의 목소리가 나온다.

4일 덕성여대, 서울여대, 성신여대, 숙명여대, 이화여대를 포함한 서울 6개 여대의 21개 단체는 '여성의 권리를 위협하는 성별 변경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 대부분은 학내의 '래디컬(radical) 페미니스트' 소모임으로 알려졌다.

숙명여대의 한 페미니스트 소모임은 성명서에서 "남성으로 태어나 몇십 년간 남성 권력을 누렸던 트랜스젠더가 여성들의 공간에 들어올 자격이 어디에 있는가?"라며 "여성들의 우려의 목소리를 혐오 표현이라 막지말라"고 밝히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성차별주의에 반대하는 페미니스트가 성소수자인 트랜스젠더 입학생을 비판하는 행위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페미니스트가 트랜스젠더 여성을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성의 공간을 침해하는 상황으로 느껴"

전문가들은 숙명여대 트랜스젠더 학생을 배제하는 일부 페미니스트의 주장은 생물학적 성별 차이에서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손희정 연세대 젠더연구소 연구원은 "페미니즘에는 여성이 역사적으로 차별의 피해자로 살아왔다고 분석하는 '피해자 정체성'개념이 있다"며 "피해자 정체성에는 생물학적 차이가 강하게 작동하는데 생물학적으로 무관한 트랜스젠더 여성이 여성의 공간을 침해하는 상황이 여성들에게 공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여성학자 A씨는 "트랜스젠더를 배제하는 페미니스트를 일컬어 '터프'(TERF·trans-exclusionary radical feminist)라고 한다. 터프는 남녀가 생물학적으로 결정된다고 주장하며 생물학적으로 결정된 여성만 여성으로 인정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들(터프)은 트랜스젠더 여성을 여성 공간에 대한 침입자로 여긴다"며 "트랜스젠더 여성이 자신을 여성이라고 지칭하며 행하는 '젠더수행'(머리를 기르거나 파마를 하는 등의 행위)이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만들기 때문에 반대하는 이유도 있다"고 말했다.

◇반대 의견 있을 수 있지만, 혐오로 번져서는 안돼

반면 숙명여대에 입학한 트랜스젠더 학생을 반대하는 행위가 터프로 명명되거나 혐오로 비쳐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뒤따랐다.

여성학자 B씨는 "트랜스젠더 입학생 반대 행위를 페미니스트에 의한 혐오나 박해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학생들 입장에서는 트랜스젠더 여성은 지금껏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사건을 겪는 것이기 때문에 이 간극을 해결해가는 과정에서 갑론을박이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성전환자를 박해하고 가해하는 남성도 있다. 하지만 그런 남성을 지칭하는 언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성전환자를 반대하는 페미니스트를 터프라고 명시하면서 성전환자와 여성 사이의 갈등을 깊게 만드는 건 곤란하다"고 언급했다.

◇"공포심 조장 멈추고 조율을 통해 오해 풀어야"

손희정 연세대 젠더연구소 연구원은 "트랜스젠더의 단편적 이미지만 가지고 실체 없는 불안감을 조장하는 행위를 지양해야 한다"며 "이것이 바로 소수자 혐오가 작동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이어 손 연구원은 "김치녀, 꽃뱀 등의 여성혐오 단어를 한국 여성 전체에게 확장해 적용하는 것이 문제였던 것처럼 트랜스젠더 여성의 단편적 행동에 대해 전후 맥락을 삭제하고 폭력적 존재로 규정하는 행위는 자제해야 한다"며 "이런 공포심을 조장해서 대체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B씨도 "문제 해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기숙사 문제는 1인 1실을 마련하고 학교와 학생 사이의 조율이 필요하다. 트랜스젠더 학생이 숙명여대 학생들과 함께 공부하며 오해가 풀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숙명여대에 트랜스젠더 학생이 입학한 것은 우리 사회에 '여성이란 무엇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 일"이라며 "최근 입대 후 성전환 수술을 한 군인의 사례에도 비춰볼 때 이번 논란은 사회의 다양한 변화를 이야기해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b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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