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아보고 싶어”…‘너를 만났다’ 나연이 엄마 사연 ‘먹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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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2월 7일 09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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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연아, 잘 있었어? 엄마, 나연이 보고 싶었어. 나연이 잘 있지? 엄마, 나연이 안아보고 싶어.”

혈액암으로 세상을 떠난 딸 나연 양을 가상현실(VR)에서 만난 장지성 씨는 흐느끼며 이렇게 말했다. 6일 방송한 MBC 스페셜 ‘너를 만났다’ 편은 장 씨가 가상현실에서 딸 나연 양을 만나는 모습을 그렸다.

제작진에 따르면 네 아이의 엄마였던 장지성 씨는 3년 전 가을, 셋째 딸 나연 양(당시 7세)을 떠나보냈다. 목이 붓고 열이 나기에 그저 감기인 줄 알았던 병은 ‘혈구탐식성 림프조직구증’이라는 희귀 난치병이었다. 나연 양이 눈을 감은 건 발병한 지 한 달 만이었다.

장 씨의 바람은 하루만이라도 다시 만나 나연 양이 좋아하던 미역국을 끓여준 뒤 “사랑한다”고, “한 번도 잊은 적 없다”고 말해주는 것이었다. 어떻게든 존재했다는 기억을 남기고 싶은 가족은 간절한 바람을 담아 가상현실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가상현실에서 나연 양을 만난 장 씨는 “보고 싶었다”고 말하며 나연 양을 만지려 애썼다. 현장에서 장 씨의 몸짓을 바라보던 이들은 함께 눈물을 흘렸다. 나연 양은 “엄마, 나 예뻐? 나 예쁘지?”라고 말하며 장 씨를 바라봤다.

장 씨는 나연 양에게 생일 파티를 열어줬다. 나연 양은 “소원 빌어야지. 우리 아빠, 담배 안 피우게 해주세요. 오빠랑 언니 싸우지 말고, 소정(동생)이 아프지 말고, 그리고 우리 엄마, 울지 않게 해주세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난 엄마가 끓어 준 미역국이 제일 맛있어”라고 덧붙였다.

시청자들은 함께 눈물 흘렸다. ‘너를 만났다’, ‘나연이 엄마’ 등의 키워드가 주요 포털사이트 실시간검색어를 장악했다. 네이버 아이디 chri****는 관련 기사 댓글에 “2년 전 희귀난치병으로 먼저 하늘나라로 보낸 딸 생각에 너무 많이 울었습니다. 저도 딸 한 번만 꼭 끌어안고 사랑한다고, 미안하다고 얘기해주고 싶네요 ㅠㅠㅠㅠ”라고 적었다. 아이디 gony****는 “나연아! 하늘나라에서는 아프지 말고 행복해야해. 나연이 어머님.. 힘내세요”라고 썼다.

촬영 소감을 적은 장 씨의 개인 블로그도 화제가 됐다. 장 씨는 “큰 화면으로 나오는 우리 나연이 영상을 보니 그것만으로도 좋다”며 “웃으면서 나를 불러 주는 나연이를 만나 아주 잠시였지만 너무나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썼다. 그러면서 “나의 사랑스러운 세 아이들의 웃음이 우리 나연이의 빈자리를 많이 채워주고 있다. 그래서 이제 슬프지 만은 않다”고 했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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