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 '정상가족 이데올로기' 이대로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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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CBS 시사팩토리 100.3 '이 변 vs 조 변'

'설 명절 후유증' 여파로 이혼 건 급증
명절후유증 속 담론 의미 들여다봐야
과거에 머무는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
'혼인효력상한제' 찬반 주장 들어보니
찬성, 시대 맞춰 정상 가족 의미 변해야
반대, 현실적 문제 비춰볼 때 '어불성설'

[김성광 PD]

■ 방 송 : 울산CBS FM 100.3
■ 방송일 : 2020년 2월 7일 오후 5시 5분~5시 30분
■ 출 연 : 이동훈, 조한나 부부 변호사
■ 진 행 : 김유리 아나운서
■ 연 출 : 김성광 프로듀서

◇ 김유리> 2월 7일, 시사팩토리 100.3 진행을 맡은 앵커 김유리입니다. 설 명절이 끝나자 유명인사들의 이혼 확정 소식 그리고 이혼 소송에 앞서 진실공방 관련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습니다. 지난 1월 27일, 그러니까 지난주 월요일에는 호텔신라 이부진 사장 부부의 이혼 확정 소식이 전해졌고요, 어제는 배우 구혜선이 안재현과의 이혼 소송 이후 심경을 전하기도 했죠. 이혼 이야기는 유명인사들만의 이야기는 아닌데요, 실제로 명절 직후에 '명절후유증' 여파로 이혼 건이 급증한다고 합니다.

일각에서는 '명절후유증'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제대로 해석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혼인'과 '혈연'을 기본 질서로 두고 있는 과거 대가족 시대의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를 지켜보려 했으나, 2020년을 사는 부부들은 결국 이를 견뎌내지 못하고 이혼을 선택한다는 겁니다.

이와 관련해 김기식 전 의원은 '혼인효력상한제'를 둬야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죠. '일정 시간이 지나면 법률혼 효력이 사라진다'는 내용인데요, 한국 사회의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가 가지고 있는 문제를 짚어보자는 의미로 이런 주장을 했던 것 같습니다.

한편, '내 행복 추구의 방향은 혼인 효력 상실에 있지 않다' 뭐 이런 논란의 소지가 있었는데요. 결국 '혼인효력상한제'는 19대 국회에서 발의가 되진 않았습니다.

오늘 '혼인' 그리고 '이혼', 두가지 키워드와 관련해 '혼인효력상한제' 놓고 새 파일럿 코너 '이 변호사 대 조 변호사'에서 다뤄보려고 합니다.

◇ 김유리> 이 변 대 조 변 코너입니다. 안녕하세요. 이동훈 변호사님 잘 지내셨죠?

◆ 이동훈> 네 잘 지냈습니다.

◇ 김유리> 조한나 변호사님은 스튜디오에서 처음 뵙네요. 첫 방송 소감 좀 말씀해주세요

◆ 조한나> 네, 제가 첫 방송이라서 긴장되고 떨리긴 하는데요, 좋은 기회가 되어서 유익한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김유리> 요즘 일 복이 터졌다고요?

◆ 조한나> 어떻게 아셨죠?

◆ 이동훈> 네 제 아내가 너무 바빠요. 얼굴 보는게 쉽지 않습니다.

◇ 김유리> 두 분 다 변호사로 일은 바쁘시겠지만, 부부인데 일 끝나면 집에서 밤낮으로 보는거 아니에요?

◆ 조한나> 그렇긴 한데, 제가 가족 문제와 관련된 사건을 주로 맡아서, 특히 이혼 건이 대표적입니다, 명절 끝나고 사무실로 이혼 문의가 빗발치는 상황이에요.

◇ 김유리> 아 그렇군요. 저희 '결혼', '이혼', '혼인효력상한제'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하기 전에 잠시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 관련해서 변호사님 두 분과 이야기를 나누고 가면 좋겠습니다. 오늘 새벽에 동아일보가 송철호 울산시장과 백원우 전 대통령민정비서관 등에 대한 검찰의 공소장 전문을 공개했는데요, 그 분량이 A4용지로 71쪽에 달하더라고요.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비공개로 결정했던 내용을 언론이 공개한 건데요, 내용을 요약해보면, '선거에 있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가 첫번째 내용입니다. '대통령이나 대통령의 업무를 보좌하는 공무원에게는 다른 공무원보다도 선거에서의 정치적 중립성이 더욱 특별히 요구된다.'라고 적혀 있어요. 검찰이 정확히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했고요,
또, 두번째로 송철호 선거캠프의 선거운동 전략 수립 부분을 보면, 청와대와 당시 송철호 선거캠프 사이의 관계가 나옵니다. 이 사안 어떻게 봐야 하나요?

◆ 이동훈> 동아일보가 국민의 알권리라는 이유로 오늘 아침에 공소장을 공개했습니다. 근데 이건 명백히 말도 안되는 소리고 잘못된 행위입니다. 헌법 제27조 제4항은 무죄추정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어요. 형사소송법 제47조는 공소장등 소송에 관한 서류는 공판의 개정 전에 공익상 필요 상당한 이유가 없으면 공개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지금 하명수사와 관련해서 공판이 개정도 하지 않았어요. 근데 공소장 공개를 한다는 것은 명백히 형사소송법 위반인 거지요. 또, 판결문 역시 아무리 무죄가 나와도 확정되기 전에게 본인이 원하지 않으면 언론 및 대중에 공개를 하지 않아요. 그리고 확정된 후에도 모든 이름을 가리고 그리고 최대한 개인정보를 삭제한 후에 공개를 해요. 근데 이게 일개의 행정부의 외청에 불과한 검찰이 작성한 공소장, 즉 사법부의 판단도 없는 공소장을 공개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것은 어불성설이지요. 또한 공소장도 아셔야 될 게 일종의 검찰의 의견입니다. 우리 수사 결과가 이러니까 판사한테 우리 수사 결과에 따라 판단을 내려달라고 하는거에요. 판사가 내리는 판단으로 실제 진실이 밝혀지지 않는 이상은 일종의 의견이라고 보시면 상당하겠습니다.

◇ 김유리> 공소장 내용 뿐 아니라 법원 판결까지 지켜봐야겠네요. 조 변호사님 아까 일복이 터졌다고 하셨잖아요. 이혼 상담이 얼마나 많이 늘어난건가요?

◆ 조한나> 집에서 이동훈 변호사 얼굴 제대로 본 지 보름 가량 됐어요. 통상적으로 작년 설, 추석 지나고 난 다음에 이혼 상담 수가 늘어났는데, 이번같은 경우엔 코로나 때문인지 작년 보다는 좀 덜하지만 지난달보다는 급증한 상황입니다. 최근 통계청 발표 자료 중에 '최근 5년간 이혼 통계'가 있더라고요. 내용을 보면, 설과 추석 명절 직후인 2~3월과 10~11월에 이혼 건수가 직전 달보다 평균 15% 정도 늘어나더라고요. 앞서서 이야기하신 것처럼 '명절후유증'이 이혼 결정의 주요 이유입니다. 그러니까 원래 갈등이 쌓여있었는데, 명절후유증이 기폭제가 되는거죠. 상담하다보면 안타까운 경우가 참 많습니다.

◇ 김유리> 그러면 명절 갈등으로 인한 대표적인 이혼 사유는 어떤 것이 있나요?

◆ 이동훈> 다들 알고 계시겠지만, 고부갈등형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주로 효도와 체면을 중시하는 중년 남성이 어머니와 아내간의 중재에 실패하면서 발생합니다. 특히 중년 여성의 경우에는 시간이 지나면 친정과 이해관계가 줄어들잖아요. 반면에 중년남성은 '원가족'의 의미를 중시합니다. 이것 때문에 아내에게 일종의 '대리효도'를 강요하는 경향이 많고, 명절에는 시부모와 같이 지내는 시간이 많다보니 고부 갈등이 촉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 김유리> 우리가 사랑과 전쟁 여기서도 많이 봤잖아요.

◆ 이동훈> 하지만 젊은 분들의 경우 시대가 변하면서 시부모들이 상대적으로 개인주의를 받아들이는 태도가 되게 유연해요. 그래서 중년이신 분들보다는 명절로 인한 고부 갈등은 크지 않아요. 물론 아닌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김유리> 또 다른 사유도 있을까요.

◆ 조한나> 대표적인 것을 꼽자면 역시 가사 분담 갈등형이 있습니다. 시댁을 방문한 여성이 가사를 도맡기 때문에 발생하는 갈등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통계적으로 명절 차례를 지낼 때 남녀의 가사 분담 비율은 여성이 78% 가량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 또 '명절이 여성들에게 상당한 스트레스와 부담감을 주는 날이냐' 라는 물음에는 90% 가량의 여성들이 '그렇다'라고 대답합니다. 이 대답만 보면 우리 사회가 양성평등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데요, 실제로 사무실에 이혼 문의가 많이 오잖아요. 얼마 전에 한 분은 "평창올림픽 끝난 지가 한참인데, 남편은 쌍팔년도 과거에 사는 것 같다. 왼손에 호돌이 인형, 오른손에 굴렁쇠 쥐어주고 내쫓고 싶다"라고 말하시더라고요.

◇ 김유리>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할 거 같은데, 명절 갈등 역시 이혼 사유에 포함되나요.

◆ 이동훈> 제가 결론은 말하는 걸 좋아하잖아요.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혼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시대에 변화에 따라 명절 갈등을 바라보는 법원의 시각도 변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시점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어요. 30년 전 1990년대에는 며느리가 명절에 시댁 가는 걸 꺼리는 것을 두고, 법원이 전통적인 예의범절을 무시했다고 이혼을 인정하기도 했어요. 당시 재판부 판결문이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제가 읽어볼게요. "맏며느리가 결혼 이후 시부모의 생신이나 명절에 시댁을 제대로 찾지도 않는 등 전통적인 윤리의식이 부족했다." 앵커께선 어떻게 느끼시나요?

◇ 김유리> 시대 흐름에 따라 판례도 변하는 거 같은데, 지금도 이런 판결이 나오나요?

◆ 조한나> 잘 나오지 않습니다. 네, 이러한 판례의 흐름은 시대가 흐르면서 변하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특히 21세기부터는 부부사이에 '일방적인 희생'은 없다는 기조로 변하기 시작하였고, 특히 최근 들어와서는 남편과 부인이 동등한 위치에서 책임과 의무를 다했는지 면밀히 따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 김유리> 그렇군요. 이제 저희가 본격적으로 두 분 찬반 의견, '혼인효력상한제'와 관련해 각각 주장을 좀 들어보고 싶습니다. 입장 준비되셨죠?

◆ 이동훈> 네, 제가 혼인효력상한제 찬성 입장입니다. 무섭긴 한데.

◆ 조한나> 저는 반대 입장입니다.

◇ 김유리> 이 상황을 보면 조 변께서 남편을 붙잡는 것 같은데요.

◆ 이동훈> 아닙니다. 제가 붙잡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가 '아내에게 잘하자'입니다.

◇ 김유리> 훈훈합니다.

◆ 이동훈> 먼저 저부터 제 입장을 이야기할게요. 당시 김기식 전 의원이 20년으로 혼인효력상한제를 주장했던 걸로 압니다. 말 그대로 법률혼 즉 결혼의 법률적 효력을 20년으로 제한하고, 20년이 지나면 법률혼의 효력이 없어지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현재 황혼 이혼이 가장 큰 이슈가 되고 있잖아요, 이러한 황혼 이혼을 하고 있는 세대가 베이비부머들이거든요. 드라마틱하게 연장된 기대수명으로 역사상 가장 긴 결혼생활을 하게 된 첫 번째 인류에요. 실제로 60년 전에 18살 동갑내기가 결혼해서 80세까지 살고 있다고 가정을 하면 굉장히 긴 세월입니다. 검은머리가 파뿌리가 될 때까지 함께 하겠다고 결혼서약을 했는데, 파뿌리 되고도 20년 30년 계약기간이 이렇다 할 합의 절차도 없이 자동 연장되는 거에요. 장성한 자녀가 떠나고 나면 더 이상 '함께'라는 단어로 부부를 묶어줄 수 있는 것도 거의 없는데, '왜 이혼하려는가'가 아니라 '왜 함께 살아야 하는가'가 포인트가 되어 현재 존재하는 법률혼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볼 문제를 제시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김유리> 왜 함께 살아야 하는가. 조 변호사님.

◆ 조한나> 일단 위 제도의 문제가 수십가지가 있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을 예를 들자면 현 이혼제도의 경우에 귀책 배우자의 이혼 청구는 원칙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위 제도에 의하면 유책 배우자는 완전 봉 잡은 거죠. 예를 들어 홍상수 감독이 현 배우자를 상대로 이혼을 청구했는데 기각된 사실을 알고 계시죠. 상대방이 바람을 폈고 이혼을 원하고 있는데 나는 이혼을 해주기를 원하지 않는 경우 현 법제도 안에서는 바람 핀 상대의 이혼 청구는 나의 또다른 큰 유책이 있거나, 보복이나 오기의 감정으로 이혼에 동의하지 않는 경우를 제외하면 이혼기각입니다. 근데 위 제도에 따르면 계속 바람 피면서 시간만 지나기 기다리면 이혼이 되는거죠. 완전히 좋은거죠.

◇ 김유리> 두 분 각자 들여다보는 포인트가 좀 다르긴 해요.

◆ 이동훈> 그럼 현 이혼제도 놓고 제 입장 이야기해볼게요. 물론 조 변께서 지적한 그런 측면이 있을 수 있습니다. 물론 우리 이혼 법체계는 원칙적으로 귀책주의를 택하고 있지만, 예외적으로 파탄주의를 인정하고 계신 거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이미 홍 감독처럼 혼인관계가 파탄이 났는데, 혼인 관계를 유지하라는 것도 웃긴 것 같아요. 귀책주의를 무기로 이미 파탄되었음에도 재판에서 이혼을 해줄 수 없다고 재판을 질질 끄는 케이스도 상당수 있습니다. 이렇게 파탄 난 가정을 20년 30년 유지하라는 것도 어느 측면에서는 불합리하다고 보입니다. 그러한 측면에서 법률혼의 효력 기한을 제한하는 것은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 조한나> 그런데 우리나라 가족법의 기본이념은 가족관계 형성 및 해체에 있어 당사자들의 의사 합치를 기본 개념으로 합니다. 하지만 국가가 무슨 근거로 당사자들의 의사와 관계 없이 혼인관계를 20년 유지하라 마라. 또 20년을 제한하여 살라고 할 근거가 있는지 사실 이해가 안 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만약에 20년 전에 이혼사유가 발생할 경우, 예를 들면 폭행당하는 아내의 경우, 참고 살라는 시그널이 될 수도 있습니다. 가정폭력의 경우 현재 이혼 재판을 보면, 진단서 정도만 있어도 이혼을 원하는 경우에 재판 상 얼마든지 이혼이 가능한데, 굳이 20년이라는 기간을 기다리는 것이 누굴 위한 것인지 저는 사실 이해가 안 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 김유리> 가정폭력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이를 참고 살아야 되느냐. 조변호사님의 지적 합당해 보이는데, 이 변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이동훈> 물론 기간의 상한을 정한다는게 일종의 가이드 라인을 정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어요. 어느 정도 동감은 합니다. 하지만 실무 및 현실적으로 가정폭력의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이혼으로 이어지는 케이스는 많지 않아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또 다른 방안도 고민해봐야 되는데, 가정폭력이나 유책 사유가 있는 것으로 즉시 혼인의 효력이 사라지는 것을 명문화하면 됩니다.

◆ 조한나> 통계적으로 볼 경우 가정폭력을 행사하는 사람의 대부분은 남성으로 인한 가정폭력이 대부분입니다. 이혼 사건을 담당할 경우 위와 같은 가정폭력으로 인한 이혼의 경우에 여성의 경제적 어려움 역시 따라오는 것이 대다수고 이로인해 이혼 고민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특히 남성이 혼자 직장을 가지고 급여를 수령하고 있으며, 여성의 경우 별다른 직장이 없는 경우가 다수이지요. 그거는 어쩔 수 없는거죠. 가사와 양육을 전담했기 때문에. 이러한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한 배우자의 구제방안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일률적으로 혼인효력을 상실하자고 하는 것은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합니다.

◇ 김유리> 혼인을 할 경우 파생된 효력 중 하나로 부부공동재산 추정이라는 게 있잖아요. 결국 이혼에 있어서도 '재산을 어떻게 나눌 것이냐'라는 문제 역시 같이 들여다봐야 할 것 같은데, 이 부분에 대해 두 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이동훈> 일반적으로 20년의 혼인기간이 지난 경우에는 부부의 재산에 대하서 특별한 사정이 없을 경우 기여도를 50:50으로 잡아가지고 재산에 대한 분할을 진행합니다. 현재 사회적으로 법률혼의 효력을 상실하지 않은 상태로 졸혼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잖아요. 실질적으로 이혼 상태로 사는 케이스인인데, 서로 경제적 활동은 따로 하고 있음에도 이에 대해 부부공동재산으로 추정하고 있고 극단적으로는 졸혼 상태에서 상대방 배우자의 경제적 문제로 인해서 자신에게 문제가 생기는 케이스도 상당수 있습니다. 이러한 불안한 상태를 해소하기 위해서도 차라리 혼인 상태를 제도적으로 자동 해소시켜주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조한나> 재산분할의 경우 개개인별로 서로의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일괄적으로 규율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최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임우재 전 삼성전기 고문 간의 소송을 보더라도, 임우재 전 고문이 50%에 달하는 1조 2000억원대 재산분할을 요구했지만, 결국 2심 재판부는 이부진 사장의 특유재산 및 재산 형성에 있어서의 이부진 사장의 기여도를 더 인정하여 20%에 해당하는 141억원으로 인정한 바 있습니다. 결국 서로의 사정이 다른 것을 판단하는 것은 헌법상 권한을 받은 판사가 해야 할 역할이고, 일괄적으로 정하거나 법상으로 예외를 두고, 이를 판단할 위원회를 두겠다는 것은 제가 볼 때 판사의 헌법상 권한을 침해하는 옥상옥 기관을 하나 더 두는 것으로 위험한 생각일 수도 있습니다.

◇ 김유리> 그렇게 볼 수 있겠네요. 오늘 방송 준비하면서 이번 주제 놓고 주변 지인들이랑 이야기 나눴는데, 만약에 '혼인효력상한제'를 한다면 20년이 아닌 10년 상한이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이러한 기간 설정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조한나> 일단 20년이라는 기간의 설정은 만약 결혼 즉시 자녀를 낳았을 경우 자녀가 성년으로 성장하였을 것을 근거로 만든 기간이라고 추측이 돼요. 하지만 혼인 후 자녀를 출산을 하는 시기는 각기 다르고, 미성년인 자녀는 위 제도가 없다면 별다른 일 없으면 안정된 가정에서 성장할 건데, 위 제도로 인하여 무조건 몇 년 뒤에는 한부모 가정의 자녀가 된다는 불안감, 불안감을 안고 성장해야 하는데, 문제가 발생할 위험성이 굉장히 높아 보입니다. 이러한 측면에서의 고려 역시 아쉽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이동훈> 일단 이 제도의 전제는 무조건 효력이 사라지게 하는데 있는 것은 아닙니다. 현재의 이혼제도와 같이 서로의 합의가 있으면 갈라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합의가 있으면 얼마든지 혼인 계약을 연장할 수 있는 개념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는데 있습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무조건 헤어지고, 한부모 가정이 발생할 것이라는 추측은 너무 극단적인 측면을 보지 않는가 그게 제 생각입니다.
결국 여성단체의 주장처럼 그 계약 연장의 기간을 줄이는 것 역시 서로 간의 선택권을 최대한 보장해 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측면으로 봐야하지 않나 싶습니다.

◇ 김유리> 정리를 하자면 이변호사님 경우에는 혼인효력상한제의 경우 혼인 유지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긍정적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고, 조변호사님의 경우에는 혼인효력상한제의 경우 현실적인 제도 설계 및 운영에 있어서 많은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입장으로 정리를 하면 될 것 같습니다. 더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세요?

◆ 조한나> 물론 이 제도의 발의 의도는 충분히 공감합니다. 하지만 아직 사회적으로 합의가 되었다고 볼 수도 없으며, 궁극적으로 크게 보자면 서로의 선택권을 오히려 제한하는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또, 패러다임 전환에 있어서는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하며, 특히 가족 관계의 문제에 있어서는 더더욱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그리고 경제적인 부분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이는 결국에는 무책임한 논의가 될 것이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 이동훈> 시대가 변했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혼을 하게 될 경우에 '이혼남', '이혼녀'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많은 편견 역시 있는 것이 사실인데, 특히 여성단체나 진보정당에서 지속적으로 문제 삼고 있는게 '건강가정기본법'입니다. '건강가정기본법' 역시 이러한 패러다임의 한계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저는 봅니다. 이러한 법률혼 및 가족관계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을 해보자는 측면에서는 상당한 논의 가치가 있다고 저는 봅니다.
물론 저는 조 변호사님의 검은머리가 파뿌리되고, 그 머리카락이 전부 다 빠지더라도 대머리가 되어도 같이 살겁니다.

◆ 조한나> 그렇게 말씀하시다면 저도 이 변호사님과의 혼인효력을 평생 유지하고 싶습니다.

◇ 김유리> 지금 청취자 여러분은 시사팩토리 100.3을 통해서 건강한 가족 이데올로기를 직접 실천하는 이변 조변 부부 이야기를 듣고 계십니다. 닭살 돋을 뻔 했습니다.

◆ 이동훈> 감사합니다.

◇ 김유리> 건강가족기본법 이야기가 나온 김에 '정상가족이데올로기'의 문제도 이야기 해보면 좋을 것 같은데요, 이혼 결정이 한부모 가정 등으로 귀결되는데, 혼인・혈연・입양을 근간으로 한 '건강가정기본법'의 '정상가족이데올로기'가 '한부모 가정'을 비정상으로 간주하는 등 2020년 현재 수 많은 한계점을 드러내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거든요, 이와 관련해 부부로, 부모로, 또 변호사로서 느끼는 여러가지 지점을 우리 청취자들에게 허심탄회하게 이야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 이동훈> 일단 '정상가족이데올로기'의 전반적인 이야기를 먼저 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사회에서 말하는 '정상 가족'이란, 아빠, 엄마 그리고 정상 자녀로 이루어져 있는 전형적인 핵가족 형태의 가족을 말합니다. 사회에서는 이게 정상 가족의 모습이고, 이러한 가족의 모습에는 조금 다른 형태의 가족이나 가령 기러기 아빠, 무자녀 가족, 입양 가족, 동거 가족, 조손 가족과 같은 가족들을 비정상적으로 보겠다는 메시지를 함의하고 있습니다.
특히 '건강가정기본법'은 특정한 가족 유형에서 벗어난 가족들을 불완전한 것으로 암시하고 있고, 모든 국민이 혼인·출산의 중요성을 인식해야한다고 선언함으로써 다양한 삶의 방식 선택을 차별하고 있고, 또 가족 문제에서 가족 바깥의 원인은 무시한 채 정부의 지원으로 이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는 문제가 있다고 여성단체로부터 비판을 많이 받고 있어요.

◇ 김유리> '건강가정기본법'이 다소 구시대적이어 보이긴 하네요.

◆ 조한나> 네 그런 측면이 좀 있죠. 일단 정상가족이라는 것이 정상가족 그 자체가 가지고 있는 가부장성에서 기인한다는데 문제점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산업시대의 남성과 여성의 분업화가 현재 사회에도 존재하고 있고, 이는 남성이 경제권을 가지기 때문에 여성은 남성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존재로 만들어서, 결국 가정 내에서도 강한 위계성을 띤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맞벌이를 할지라도 여성이 양육이나 가사노동에 사용하는 시간이 비교적 더 많을 수 밖에 없고, 이로 인해 여성은 직업 선택에도 제약이 많으며, 출산 후 여성이 일에 재진입 했을 경우에 훨씬 더 많은 제약과 좁은 선택의 폭에 의해 노동 시장에서의 여성의 지위 역시 불안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입니다.

◆ 이동훈> 이러한 정상가족이데올로기는 가정폭력 문제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특히 대한민국의 가정폭력이 영국이나 일본에 비해 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이중 10%도 미치지 못하는 숫자만 별거나 이혼을 선택했고요, 대부분은 참고 사는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 이것의 원인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화목한 가족의 환상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가정폭력 문제를 노출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 김유리> 저도 '건강가정기본법'을 찾아봤는데요, '혼인과 출산'에 대한 제8조 1항 내용을 보면, '모든 국민은 혼인과 출산의 사회적 중요성을 인식하여야 한다'라고 되어 있고요. '가족해체 예방'과 관련해서 제9조 1항에는 '가족구성원 모두는 가족해체를 예방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라고 국민의 책임과 의무를 명시하고 있더라고요. 가족 깨는 순간 책임감 없는 국민이 되는 걸로 느껴졌어요. '가정폭력에 시달려도 이혼을 결정해서는 안 된다는 건가?' 그런 생각도 들더라고요.

◆ 이동훈> 앵커께서 한 이야기에 무척 공감합니다. 근데 일단 부부로서 말하자면 저희 같은 경우에도 조변호사님도 가끔 이야기하지만 정상가족이데올로기에서 말하는 남녀 역할이 많이 바뀐 것 같다는 이야기를 저희는 많이 합니다. 사실 저도 친구들이나 주변의 사회적 지인들한테 조 변호사님 소개할 경우 바깥 양반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시대가 많이 바뀐거죠. 주변을 돌아보아도 저희 세대에 있어서는 정상가족이데올로기의 핵심인 남녀의 역할 구분에 있어가지고 많이 해방된 걸로 보입니다.

◆ 조한나> 변호사 업계에 있어서는 정상가족이데올로기의 핵심인 남성중심 사고가 아직 잔존해있긴 합니다. 일반적으로 고용변호사에게 원하는 역할의 요구가 다른 경우도 있는데요, 여성 고용변호사에게는 주로 이혼 사건 등 가정 사건을 맡기는 경우가 있고, 반면 남성 변호사에게는 형사사건 등을 맡기는 케이스들이 있습니다. 왜냐면 이건 사회에서 의뢰인들도 그런 부분을 원하는 바가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좀 있죠. 하지만 이런 부분은 이러한 부분은 정상가족이데올로기를 넘어서 남성 혹은 배우자가 얼마나 양육이나 가사노동에 동참하는지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실제 이 변호사 같은 경우에 저희 딸인 다현이가 태어난 이후 최선을 다해서 제가 볼 때 최선을 다해서

◆ 이동훈> 최선을 다고 있습니다.

◇ 김유리> 오늘 보니까 이 변호사님 백 점짜리 남편인데요.

◆ 조한나> 예 여기서 방송 상에서는 그러도록 하겠습니다. 백 점 이상으로. 양육 및 가사노동에 동참하여 주고 있고, 이로 인해 제가 양육 및 가사노동에 투자하여야 하는 힘을 아낄 수 있는 것은 사실 분명합니다. 이러한 힘으로 다시 변호사 업무에 집중하는데 많은 도움을 얻고 있습니다.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 김유리> 오늘 '이변 대 조변'은 여기서 마무리하겠습니다. 두 변호사님 오늘 스튜디오로 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다음에 또 뵐게요.

◆ 조한나, 이동훈> 네 감사합니다.

◇ 김유리> 청취자 여러분들께서는 '정상가족이데올로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혼인효력상한제'까지도 같이 생각해보셨을 것 같습니다. 오늘 시사팩토리 100.3은 여기까집니다. 지금까지 프로듀서 김성광, 엔지니어 강승복, 음악에 길기판, 저는 김유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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