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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난 장난 지원… 인증서 도입 고려해야

입력 2019. 10. 21   16:47
업데이트 2019. 10. 21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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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사딸라’ 자소서의 정체 
 
황당한 내용의 자소서
하반기 코레일 서류 통과 
 
국정감사 등장해 화제
“취지 살리되 보완 필요” 마무리
스펙은 거의 보지않는 것 증명돼
학벌·학점 부담없이 지원해볼만 

 

지난 9월 영남대학교에서 열린 공기업 설명회에서 대학생 및 취업준비생들이 취업 전문 컨설턴트의 강연을 듣고 있다.  필자 제공
지난 9월 영남대학교에서 열린 공기업 설명회에서 대학생 및 취업준비생들이 취업 전문 컨설턴트의 강연을 듣고 있다. 필자 제공

한 가지 재미있는(?) 소식을 알리면서 시작해야겠다. ‘톡톡 취업컨설팅 시리즈’ 중에서 8회차 ‘공기업 자기소개서가 생각보다 빡빡하지 않은 이유’ 편에서 다음과 같은 구절을 썼던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자소서 항목이 존재하면 자소서는 점수화하지 않고 대부분 ‘적·부’로 처리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보통 그 적합성은 잘 썼나 못 썼나가 아니라, 규정대로 칸을 채웠느냐 아니냐 정도다.” 말하자면 공기업 자소서에서는 내용을 보지 않는다는 얘기였는데, 얼마 전 국정감사에서 나온 이른바 ‘사딸라’ 자소서가 이 말을 증명하는 훌륭한 증거가 돼 버렸다.

“저는 예전에 종로 및 우미관 일대를 평정할 당시 주변 상인들 및 식구들을 보호하고 있었습니다. (중략) 앞으로 코레일에 입사하게 된다면 동료들을 가족처럼 여기고 행동하겠습니다.”

이 구절은 이번 하반기 코레일에 입사지원서를 낸 취준생의 실제 자기소개서 내용이다. 이 취준생의 이름은 ‘사딸라’였다. 당연히 진짜 이름이 아니다. 놀라운 것은 이 취준생이 서류합격을 했다는 사실이다. 이외에도 황당한 이름이나 내용으로 자소서 통과가 된 사례들이 많았다고 한다. 그러니 자소서는 그야말로 칸만 채우면 된다는 이 칼럼의 이야기가 증명이 되고도 남는 셈이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아니나 다를까 서류를 강화해야 한다느니 같은 어리석은 이야기가 몇몇 언론에서 들려온다. 하지만 이 자료를 꺼내 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이용호 의원도 “블라인드 채용을 통해 누구나 시험 볼 수 있게 한다는 취지는 좋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다만 허위 지원 등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는 것을 줄이고 취지를 잘 살릴 수 있도록 보완이 필요하다. 그래서 공인인증서, 휴대전화 인증 등을 도입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는 정도로 마무리했다.

블라인드 채용은 취준생들에게 스펙에 대한 압박이 과도하다 싶을 때 그 대안으로 나온 채용 방법이다.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취업 9대 스펙이라는 말이 통용됐다. 학벌, 학점, 토익, 어학연수, 자격증, 봉사활동, 인턴 경력, 수상 실적, 대외활동 등인데 이 요소들은 가만히 따져 보면 모두 서류 통과를 위한 것들이다.

그러니까 대학교 1학년 때부터 학생들이 취업을 준비한다면서 토익을 공부하고, 대외활동을 하고 어학연수를 한 것이 모두 서류통과용 스펙을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 블라인드 채용은 바로 그러한 스펙에 대한 압박을 면제해주는 채용이다. 그래서 블라인드 채용을 하는 공기업들에 응시하는 취준생들은 이런 서류통과용 스펙 쌓기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예를 들어 토익 같은 경우 다다익선이라고 해서 취업하기 위해서는 900점이 넘어야 한다며 방학만 되면 토익학원으로 달려가 종합반에 등록하던 풍습이 이제 많이 사라졌다. 토익 점수와 영어회화 실력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다면 이런 것도 괜찮은 학습 방법일 수 있겠지만, 실제 토익 점수를 높이는 방법은 문제를 암기해 객관식 답을 정확하게 맞히는 것이었다. 토익이 문제은행식이기 때문에 나온 방법이다. 그러니 토익 점수는 높은데 막상 영어는 한마디도 못하는, 정말 서류 통과용 점수인 경우가 많았다.

서류를 강화하자는 말은 기껏 존재감을 조금씩 지워가는 스펙을 다시 부활시키자는 말이나 마찬가지다. 실력과 무관한 스펙 쌓기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블라인드 채용의 좋은 뜻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저렇게 소중한 기회를 장난하는 데 써버리는 몇몇 한심한 취업준비생 때문에 수많은 취준생들의 소중한 기회가 날아가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아울러 공기업 취업에서는 상당수 기업이 실제 서류, 그러니까 스펙에 대해서는 거의 상관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니, 학벌이나 학점, 연령, 영어점수, 대외활동 같은 것 때문에 취업이 불리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라면 얼마든지 전략적으로 공기업을 노려볼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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