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이낙연·황교안, 총리출신·대선주자급 걸맞은 명품대결 펼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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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2.07. 오후 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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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낙연 전 총리와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빅 매치'가 성사됐다. 4·15 총선 종로 지역구에서다. 종로 출마와 지역구 불출마 선택 사이에서 갈등하던 황 대표는 7일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출마 결심을 밝혔다. 수도권 험지 출마를 공언한 지 한 달여만이다. 둘의 경합은 이 전 총리가 작년 말 언론 인터뷰에서 종로 출마 가능성을 비칠 때부터 일찌감치 예고됐다. 황 대표가 시간을 덜 끌었다면 빅 매치 소식은 진작에 전해졌을 터다. 황 대표 특유의 뜸 들이기 탓에 빅 매치 관심도는 외려 증폭되지 않았을까 싶다. 양인의 대결 확정은 무엇보다 정당 간 이합집산 분란, 인재영입 논란, 공천 혼란으로 시끄럽기만 하고 흥미는 못 주던 선거판에 악센트로 기능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번 종로 대전은 여러모로 주목된다. 두 전직 총리가 정치 1번지에서 경쟁하는 것 자체가 초유의 일이다. 다음 대선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 큰 의미를 두긴 어렵지만 두 사람은 또한 여권과 야권을 통틀어 가장 앞서 있는 차기 대선주자다. 대선 전초전이라는 설익은 의미 부여까지 뒤따르는 것은 그래서다. 두 사람이 선보일 선거 기치와 운동 양태 하나하나가 지역 민심과 전국 선거 판세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대권 도전 등에 얽힌 두 사람의 정치운명이 총선 경합 양상과 승패에 크게 좌우되리라는 것은 불문가지다. 아니나 다를까 황 대표는 이날 회견에서 "종로를 정권심판 1번지로 만들겠다"며 이번 경쟁을 지역구 일대일 싸움이 아니라 "문재인 정권 대 황교안의 싸움"이라고 말했다. 정권심판론을 앞세우며 몸값을 키워 대결하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한 것이다. 이 전 총리 역시 기다렸다는 듯 언론 입장문을 내고 "종로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선의의 경쟁을 기대한다"고 환영하며 종로와 더불어 '대한민국'을 거론했다.

실제 그럴 것이다. 지역구 유권자들이나 국민들이 보고 싶은 모습은 정권의 잘못이 있다면 매섭게 꾸짖는 것이고 더 나은 내일을 위한 대안이 있다면 다 내놓고 정정당당하게 선택을 다투는 것일 테다. 집권 후반기 들어 치르는 총선 구도상 황 대표는 국정 실패와 정권 심판을 앞세워 표심을 파고들 것이다. 이 전 총리에 여론조사에서 밀리는 만큼 범보수 세력을 총결집하려 할 것이 자명하다. 문재인 정부 초대 총리로서 임기 절반을 함께한 이 전 총리는 우위를 보이는 개인 지지도를 바탕으로 야당의 발목잡기를 비판하고 여권에 개혁할 기회를 더 달라고 호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대만 종로구일 뿐 여당과 제1야당 간 건곤일척의 전국단위 싸움 같은 그림이 불가피하다. 그래서 종로 선거는 기대감 못지않게 이상과열과 혼탁, 첨예한 진영 대리전의 우려를 안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두 사람이 차기 지도자로서의 가능성을 보이고 정치에 등 돌린 이들에게까지 희망을 선사한다면 승패를 떠나 모두 사실상 승자가 될 수도, 누군가는 져도 이기는 싸움을 한 것으로 평가받을 수도 있다. 두 사람 모두 정치적 위상에 걸맞은 화두를 제시하며 품위 있게 경쟁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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