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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가 되고 싶은 남자의 거짓말... 그를 갈등하게 만든 건

[리뷰] 얀 코마사 감독의 영화 <문신을 한 신부님>

[오마이뉴스 김준모 기자]

 
 <문신을 한 신부님> 포스터
ⓒ 알토미디어

  
폴란드 감독 얀 코마사는 젊고 신선한 감각으로 유럽 내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장편 데뷔작 <수어사이드 룸>이 베를린국제영화제 파노라마 섹션에서 프리미어로 상영됐고 두 번째 영화 <바르샤바 1944>는 자국에서 18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세 번째 영화인 <문신을 한 신부님>은 베니스국제영화제에 초청되어 2관왕을 기록하며 그의 이름을 유럽은 물론 세계에 알렸다. 

20살 다니엘(바르토시 비엘레니아)은 예배를 드리는 게 즐겁다. 신부 토마시의 옆에서 열심히 예배 진행을 돕고 찬양을 드리는 그의 표정은 해맑기만 하다. 다니엘은 신부가 되고 싶다. 하지만 토마시 신부(루카즈 시므라트)는 냉정하게 '안 돼'라고 말한다. 다니엘은 범죄를 저질렀고 소년원에 갇혀 있다. 온몸에 문신을 한 그는 출소 후 주님을 위해 일하고 싶지만 토마시는 신부 말고도 세상을 이롭게 할 수 있는 일은 많으니 다른 일을 하라고 말한다.
  
 <문신을 한 신부님> 스틸컷
ⓒ 알토미디어

 
주님 앞에서는 누구나 죄인이다. 그래서 주님은 아들인 예수 그리스도를 보내 그의 피로 인간의 죄를 모두 사하였다. 기도를 통한 회개로 누구나 죄를 용서받을 수 있다. 다니엘은 자신의 죄 역시 열심히 회개를 하면 용서받을 수 있고 신부가 될 수 있다 여기나 토마시의 단호한 말에 실망한다. 소년원에서 출소한 그는 목공소로 향하지만 꿈을 버리기 싫다.
 
다니엘은 이중적인 인물이다. 그는 잔혹하고 저급한 행동으로 소년원에 갔지만 그 어떤 사람보다 강한 신앙심을 지니고 있다. 신앙심과 선한 마음이 동일선상에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종교의 기본적인 가치는 사랑이다. 그의 마음에는 사랑의 감정이 있고 이 감정을 주에게 표현하고 싶어 한다.

목공소에 간 다니엘은 답답함을 이기지 못하고 성당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엘리자를 만난 다니엘은 자신을 자극하는 엘리자(엘리자 리쳄벨)에게 거짓말로 신부라 말하고 토마시가 준 신부복을 꺼낸다. 그리고 얼떨결에 사제로 오해받아 주임 신부 집에 머무르게 된다. 목공보다야 가짜라도 신부 행세가 더 낫다고 여기던 그에게 최악의 상황이 닥치고 만다. 알코올 중독인 주임 신부가 치료를 위해 병원을 향하고 그가 대신 예배를 드리게 된 것이다.
  
 <문신을 한 신부님> 스틸컷
ⓒ 알토미디어

 
고해성사 때 '아들이 담배를 피워서 고민'이라는 신도에게 '더 독한 담배를 사주라'는 조언으로, 스스로 생각해도 부끄러운 흑역사를 만든 다니엘은 부담을 이기지 못해 도망칠 생각도 한다. 하지만 걱정도 잠시, 그의 힘과 사랑이 넘치는 연설에 신도들은 반하게 된다. 찬송을 부르는 다니엘의 얼굴에는 기쁨이 넘치고 있는 힘껏 성수를 뿌리는 동작에서는 활력이 느껴진다.
 
이런 다니엘의 등장은 교통사고로 여섯 명의 젊은이를 잃어버린 마을 사람들에게 위안을 준다. 다니엘은 성당에서 일하는 리디아(알렉산드라 코니에츠나)와 그녀의 딸 엘리자 역시 그 사고로 가족을 잃은 걸 알게 된다. 그는 피해자들의 슬픔을 덜어주고자 노력한다. 함께 기도를 드리고 고함을 지르기도 하는 등 진심으로 상처를 어루만져주는 건 물론 신도들과 함께 일상을 나눈다. 이후 다니엘은 단숨에 인기스타로 급부상한다.

마을 사람들의 인정과 신부가 되었다는 만족감, 엘리자와의 사랑 등 다니엘은 자신이 꿈꾸었던 나날들을 보낸다. 하지만 그 앞에 주님의 '시험'이 도착하고 만다. 다니엘은 마을 청년들의 목숨을 앗아간 사고의 진실이 사실과 다를 수 있음을 인지하게 된다. 마을사람들에게 비난을 받고 있는 가해자로 지목된 남자의 아내가 사실은 피해자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이 순간 다니엘은 갈등에 빠진다. 마을 사람들의 신망을 얻고 그들의 슬픔을 위로해 주었던 자신의 모습을 생각했을 때 마을에서 장례를 치르지 못한 남자를 무시해야 된다. 하지만 가해자가 아닐 수도 있는 남자의 장례를 해주지 않는다면 개인의 양심이란 측면에서 자유롭게 행동할 수 없다. 신부로 자신의 정체를 속인 '양치기 소년' 다니엘은 또 다른 거짓 앞에서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
  
 <문신을 한 신부님> 스틸컷
ⓒ 알토미디어

 
이 작품이 지닌 에너지는 다니엘이란 캐릭터에게서 나온다. 사회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그는 악이다. 하지만 주의 품 속에서는 그 어떤 자식보다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는 존재다. 감독은 다니엘이 지닌 이런 양면성을 에너지를 통해 긍정적으로 보이게 만들고자 노력한다. 신부가 되기 위해 한 번 양심을 속인 그가 양심의 문제로 고민하는 건 그런 이유에서다.
 
그는 정의롭지도 깨끗하지도 않다. 다만 남들을 끌어들이는 사랑이 있고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양심이 있으며 슬픔에 빠진 이들을 일으켜 세울 수 있는 힘이 있다. 한 마디로 다니엘은 주를 믿고 끊임없이 회개하며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 그 자체다. 인간에게는 악이 있어도 선이 될 수 있는 에너지가 있기에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점을 이 영화는 보여준다.
 
<문신을 한 신부님>은 젊은 감독이 지닌 강한 에너지를 통해 힘 있게 이야기를 전개한다. 다니엘은 계속 시험에 빠지고 고민하지만 악에 물든 순간에도 선으로 행하고 나아갈 수 있는 동력을 보여준다. 인간은 선도 악도 아닌 양면성을 지닌 존재지만 그 방향은 선을 향한다는 이 영화의 믿음은 깊이 있는 체험을 강렬하게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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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김준모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브런치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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