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재난과 함께 온 `마스크값 폭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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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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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몰에서 주문한 방역마스크 배송 취소 문자를 받았다. 정상가 대비 6~7배 비싼 제품만 남아 있던 터에 울며 겨자 먹기로 구매에 나섰지만 이마저도 수포로 돌아가 허탈했다. 세간에는 개인 판매자들이 가격을 더 올리기 위해 배송을 취소한다는 이야기가 돌았고, 동시에 주변에선 자신이 가진 마스크 한두 개라도 나눠주는 미행이 펼쳐졌다. 아이가 어느 정도 자란 가정에선 보유하고 있던 어린이용 마스크를 필요한 이들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허리케인 '찰리'가 2004년 미국 플로리다주를 덮쳤을 당시 올랜도 주유소에선 평소 2달러에 팔던 얼음을 10달러에 팔았다. 무너진 집을 나와 호텔에 묵은 사람들은 평소 숙박비 40달러보다 4배가 높은 160달러를 지불해야 했다. 감당하기 힘든 재난 앞에 가격 폭등이라는 또 다른 고통을 마주한 것이다.

전 세계에 수많은 화두를 던진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justice)' 첫 장은 바로 위 이야기로 시작된다. 당시 미국에선 '고통을 이용해 먹으려는 탐욕' '수요와 공급의 당연한 결과' 등 수많은 입장이 맞섰다. 플로리다주는 가격폭리처벌법이 있다 보니 논쟁은 뜨겁고 길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이 덮친 한국도 비슷한 상황이다. 생존 필수품이 된 방역마스크·손세정제의 가격 급등은 물론 품절 대란으로 전 국민이 고통을 겪고 있다. 감염 공포에 안 간다던 마트에도 구매자들이 몰렸으나 상황은 온라인·오프라인 모두 다르지 않았다. 정부가 지난주 말 마스크 매점매석 등을 단속한다고 발표했지만 마스크 대란에 대한 현재 상황은 나아진 게 없다.

몇 년 전 생리대를 구매할 수 없는 저소득층 여학생들이 운동화 깔창을 사용한다는 이야기는 사회적 충격을 안겼다. 가격이란 이런 것이다. 누군가는 재화의 가격을 불평하고 살 수 있는 정도지만 누군가는 구매 자체가 안 되는 절망적인 상황이 된다.

재난이 있을 때마다 가격 폭등 이슈는 늘 존재했다. 정부는 화려한 수사에 그치지 말고 제대로 잘 살펴야 한다. 거창한 '정의'나 '공정'이 아니더라도 마스크 한 장 구매하기 힘든 상황이 지속돼선 안 된다.

[유통경제부 = 이윤재 기자 yjlee@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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