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조래빗-리뷰
국어사전에 이렇게 정의된 단어가 있습니다.
-어떤 일이나 사실을 잊어 버림.
망각입니다. 일단 이 단어 하나를 던져두고 시작합니다. 조조 래빗.
영화사 제공 줄거리는 이렇습니다.(다음 발췌)
제2차 세계대전 말기, 엄마 ‘로지’(스칼렛 요한슨)와 단둘이 살고 있는 10살 소년 ‘조조’(로만 그리핀 데이비스). 원하던 독일 소년단에 입단하지만 겁쟁이 토끼라 놀림 받을 뿐이다. 상심한 ‘조조’에게 상상 속 친구 ‘히틀러’(타이카 와이티티)는 유일한 위안이 된다. ‘조조’는 어느 날 우연히 집에 몰래 숨어 있던 미스터리한 소녀 ‘엘사’(토마신 맥켄지)를 발견하게 된다.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인물이 왜 여기에?! 당신을 웃긴 만큼 따뜻하게 안아줄 이야기가 펼쳐진다!
얼마 전 영화 사마에게를 통해서도 엿볼 수 있었지만 전쟁이나 이로 인한 학살 등은 인간을 인간이 아니도록 만드는 가장 완벽한 수단 중 하나입니다.
세뇌. 차별과 폭력의 정당화. 살인의 수단화 등!
겁쟁이라 조롱 받은 조조는 자신이 알든 알지 못하든 전쟁으로 뒤틀려 있습니다.
사실 조조의 뒤틀림은 우리에게도 오래 지속되었던 일입니다. 한국전쟁과 자유당 독재, 군사 쿠데타와 유신 독재, 군부독재를 거치며 대한민국의 현대사는 가르치지 않는 항목 중 하나입니다.
조조 역시 유대인을 마귀로 알고 사는 아이입니다. 뒤틀림도 뒤틀릴 대로 뒤틀어지면 하나의 끈이 되는 법입니다. 조조의 이 끈이 탄탄해지려는 나이 10살. 아이의 앞에 미스터리한 소녀 엘사가 나타나며 엘사는 뒤틀림의 틈을 파고듭니다.
아이의 시선을 통해 또 히틀러로 분한 타이카 와이티티의 상반 되는 시선을 통해 보이는 전쟁은 겉으로는 블랙코미디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나 조조의 뒤틀림으로 직접 창작하는 동화 속에서 틈이 느슨해질수록 잔혹함은 오히려 배가 되어 갑니다.
코미디인 줄 알았던 영화가 감정에 살을 붙여 잔혹동화로 변해가는 과정은 눈 뜨고 보기 힘들 정도로 고통스럽습니다.
독일은 패전합니다. 역사입니다. 패전을 기점으로 조조에게 벌어지는 마지막 씬은 우리가 잊고 살았던 것에 대해 스스로 물어보게 합니다.
타이카 와이티티는 이 잔혹동화를 비틀즈와 데이빗 보위 등을 통해 파퓰러 송처럼 풀어냅니다. 동화라는 매체를 인용해 자신이 만든 이 잔혹함을 흥얼거리거나 아이 때쯤 보는 동화 정도로 격하시키려 듭니다. 그러나 관객에게 다가올 내홍은 단언컨대 만만치 않습니다. 포장지가 예쁘다고 해서 포장지 속 살인도구가 아름다울 수는 없듯이요.
조조와 엘사가 보여주는 엔딩은, 그래서 아프고 슬픔도 배가 됩니다.
전쟁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인간이 인간을 나누고 차별하고 죽이고 사라지게 만드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됩니다.
스스로 물어보았던, 가장 먼저 언급했던 단어, 망각을 이제 가져와 봅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의 가장 아픈 전쟁에 대한 상처, 역사의 폭도가 빚은 광기를!
세월이 망각하게 둔 걸까요?
아니라면!
우리 스스로 망각하게 된 걸까요?
아마도 오늘밤은 조조 역의 로만 그리핀 데이비스의 눈물 묻은 망울을 잊지 못하는 날이 될 것 같습니다. 그렇죠. 전 인간이기에 망각하게 되겠지만요. 그래도 오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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