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작품세계…“설교하지 않으며 사회적 의미 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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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2.11. 오전 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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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플란다스의 개’부터
드라마에 블랙코미디 결합 등 시도
인간 욕망 드러내며 사회 투영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 봉준호 감독이 12살에 영화감독이 되겠다고 마음먹은 이후 내내 새겨뒀다는 마틴 스코세이지의 말이다. 그래서일까. 그는 인간의 욕망을 드러내면서도 그 안에서 사회를 투영하는 작품을 주로 선보여왔다.

그가 32살에 처음 만든 장편영화 <플란다스의 개>(2000년)가 ‘봉준호 월드’의 시작이다. 아파트에서 벌어진 연쇄 강아지 실종 사건을 추적하는 이야기인데, <기생충>처럼 외피는 드라마이지만 그 안에 스릴러와 블랙코미디를 접목했다. 지식인 행세를 하지만 알고 보면 아내한테 빌붙어 사는 백수 등 평범한 인물 속 욕망을 담아냈다.

하지만 <플란다스의 개>는 당시 관객 10만명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봉준호 감독은 흥행에 휘둘리지 않고 뚝심 있게 자신의 영화 세계를 밀고 나갔다. 그는 스스로를 “소심하고 어리석었던 영화광”이라고 종종 밝혔는데, 그 소심함은 천천히 갈 길을 가겠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그 길은 맞았다. 2003년 인간 본성의 내면을 비추며 사회적 시대상을 함께 그린 <살인의 추억>(520만명)으로 그는 흥행 감독 반열에 올랐다. 화성 연쇄살인 사건이라는 실화가 바탕인 이 작품에서 봉 감독은 관객이 어떤 부분에서 두려움을 느끼고 분노하는지까지 파악해 담아냈다. 보통의 스릴러와는 다르게 결말을 내지 않고 작품을 보고 있을 범인에게 던지는 듯한 마지막 장면이 인상적이다.

그는 익숙한 틀에 스스로를 가두지 않고 대담한 상상력을 결합해 새로움을 빚어냈다. 2006년 <괴물>이 대표적이다. 한강에 괴물이 나타난다는 허무맹랑한 소재에 평범한 가족이 무능한 공권력 대신 괴물과 싸우는 이야기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관객 1300만여명을 동원하며 흥행했다. 2009년 영화 <마더> 역시 아들을 지키는 엄마의 모성을 평범하지 않게 그려냈다.

안정적인 시도를 하기보다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은 것도 지금의 봉준호 감독을 만들었다. 2013년 <설국열차>는 다국적 프로젝트로 봉준호 감독의 첫 할리우드 진출작이었고, 2017년 <옥자>는 넷플릭스의 투자를 받아 만들었다. 논란도 있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작업 환경은 넓어졌어도 얼어붙은 미래 세계를 달리는 열차를 배경으로 앞칸과 꼬리칸을 나눠 오늘날 계급사회의 이념을 꼬집고(<설국열차>), 산골 소녀와 슈퍼돼지를 통해 글로벌 기업의 탐욕을 심어 넣는 등(<옥자>) 뚜렷하고 확고한 영화관을 펼쳤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봉 감독에 대해 “설교하지 않으면서도 사회적 의미를 절묘하게 결합하는 흔하지 않은 감독”이라고 평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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