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미아 종료는 한일간 문제가 아니라 한미일 동맹의 문제다. 일본이 지소미아에 연연하는 듯한 모습을 줄곧 보인것은 일종의 '연출'이었다. 미국 보라고 그런 것이다. '우리는 3국 동맹을 지키고 싶다. 그런데 한국이 깨려 한다'는 이미지 메이킹이다. 그걸 모를리없을 청와대가 동맹균열을 자청하고 나선 것은 미국에 던지는 메시지다. '우리 갈 길 가겠다'는 것이다.
이 정부가 한몸처럼 움직이는 한미 관계에 대해 불편함을 표출한 것은 여러번 있었다. 급진적 대북 유화론자인 김연철씨가 통일부장관에 지명됐던 지난 3월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는 "신한반도 체제, 평화 프로세스를 소신 있게 할 사람을 뽑은 것"이라며 "우리가 (대북문제에서) 합쳐진 모습을 보이면 미국도 어쩌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결렬이후 남북 교류 확대가 벽에 부닥친 시점이었다.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은 지난 6월 정부의 소극적 대북 자세를 비판하며 "한국 대통령이 일을 저질러 놓고 미국으로부터 양해를 받는 식의 '선(先)조치 후(後)양해'로 접근하지 않으면 지금 상황에선 한발자국도 못 나간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사건건 허락을 받으려는 것을 끊지 않으면 대통령은 공약을 지키지 못한다"며 "미국에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자서전에 썼듯이 그렇게 해달라"고도 했다. 정 전 장관은 8월 인사에서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이 됐다.
지소미아 파기 결정은 이 정부가 '대미자주'의 길을 가겠다는 선언으로 들린다. 보수층에선 '반미 깃발'을 쳐든 것으로 생각할 것이다. 이러저러 이 정부는 정체성에 충실하다.
[노원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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