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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이슈] 지소미아 파기는 `反美열차` 출발신호?

노원명 기자
입력 : 
2019-08-23 09:27:51
수정 : 
2019-08-23 09:5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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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5 경축사에서 절제된 대일메시지로 확전을 피하는 듯했던 청와대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깨버린 이유는 무엇일까. 일각에선 이걸 '반일(反日)로 조국 구하기'로 보고 있다. 청와대의 의도 유무와 상관없이 지소미아 종료가 조국 사태에 미치는 영향은 분명히 있을 것이다. 일단 흔들리는 여권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효과가 있다. 일본과 대결전선을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더 중요한 것은 보수층의 화력을 분산시키는 것이다. 성난 민심의 격류가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를 휩쓸어가기 전에 다른 쪽으로 물꼬를 트는 전략이다. 한일갈등은 언제든 주목도가 높다. 그러나 피로감도 커지고 있다. 주의 환기 보다는 냉소 유발 효과가 더 클수 있다. 지소미아 이슈가 조국을 구할수 있을까. 지켜볼 일이다. 개인적으로 이번 결정에서 청와대가 조국을 제1번으로 고려하지는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보다는 더 큰 그림이 있을 것이다. 현 정부는 지금까지 남북관계와 한일관계, 경제, 국내정치 등 전 영역에 걸쳐 그들의 정체성과 철학을 구현해왔다. 현 정권 주축인 586들이 젊어서 품었던 이상 또는 은원을 마음껏 표출한다. 그런데 아직 채워지지 않은 퍼즐이 하나 있다. 반미다. 586의 세대적 정체성을 규정하는 여러 표현이 있겠지만 그중 하나가 '반미 민족주의'다. 그들의 20대를 지배한 주류 사상이 그랬다.

지소미아 종료는 한일간 문제가 아니라 한미일 동맹의 문제다. 일본이 지소미아에 연연하는 듯한 모습을 줄곧 보인것은 일종의 '연출'이었다. 미국 보라고 그런 것이다. '우리는 3국 동맹을 지키고 싶다. 그런데 한국이 깨려 한다'는 이미지 메이킹이다. 그걸 모를리없을 청와대가 동맹균열을 자청하고 나선 것은 미국에 던지는 메시지다. '우리 갈 길 가겠다'는 것이다.

이 정부가 한몸처럼 움직이는 한미 관계에 대해 불편함을 표출한 것은 여러번 있었다. 급진적 대북 유화론자인 김연철씨가 통일부장관에 지명됐던 지난 3월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는 "신한반도 체제, 평화 프로세스를 소신 있게 할 사람을 뽑은 것"이라며 "우리가 (대북문제에서) 합쳐진 모습을 보이면 미국도 어쩌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결렬이후 남북 교류 확대가 벽에 부닥친 시점이었다.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은 지난 6월 정부의 소극적 대북 자세를 비판하며 "한국 대통령이 일을 저질러 놓고 미국으로부터 양해를 받는 식의 '선(先)조치 후(後)양해'로 접근하지 않으면 지금 상황에선 한발자국도 못 나간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사건건 허락을 받으려는 것을 끊지 않으면 대통령은 공약을 지키지 못한다"며 "미국에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자서전에 썼듯이 그렇게 해달라"고도 했다. 정 전 장관은 8월 인사에서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이 됐다.

지소미아 파기 결정은 이 정부가 '대미자주'의 길을 가겠다는 선언으로 들린다. 보수층에선 '반미 깃발'을 쳐든 것으로 생각할 것이다. 이러저러 이 정부는 정체성에 충실하다.

[노원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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