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비판 칼럼 쓴 임미리 교수·경향신문 고발…"한국 민주주의 수준이 서글프다"읽음

조문희 기자
임미리 교수 SNS 발췌.

임미리 교수 SNS 발췌.

더불어민주당이 민주당 비판 칼럼을 쓴 임미리 고려대 한국사연구소 연구교수와 칼럼을 게재한 경향신문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서울남부지검은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지난 5일 임 교수와 경향신문에 대해 공직선거법상 사전선거운동 및 투표참여 권유활동 금지 위반 혐의로 고발장을 제출했다고 13일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고발장은 특정 정당을 지지하거나 반대해서는 안된다는 투표 참여 권유 시의 단서조항을 어기고, 선거기간이 아닌데 사전 선거운동을 했다는 점을 문제삼았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민주당은) 왜 고발했을까? 위축시키거나 번거롭게 하려는 목적일 텐데 성공했다. 살이 살짝 떨리고 귀찮은 일들이 생길까봐 걱정된다”며 “하지만 그보다 더 크게는, 노엽고 슬프다. 민주당의 작태에 화가 나고 1987년 민주화 이후 30여년 지난 지금의 한국민주주의 수준이 서글프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이어 “선거법의 가장 큰 목적은 부정부패와 과열 방지에 있다”며 “특정 후보의 당락이 아닌 특정 정당을 대상으로 하는 선거법 위반은 그래서 성립할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임 교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당시 헌재의 기각 결정문을 인용해 “후보자 특정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발언을 한 것은 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민주당이 고발한 임 교수의 칼럼은 지난달 29일 경향신문 오피니언면에 게재됐다. ‘민주당만 빼고’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임 교수는 “국회가 운영 중인데도 여야를 대신한 군중이 거리에서 맞붙고 있다”며 “자유한국당에 책임이 없지는 않으나 더 큰 책임은 더불어민주당에 있다”고 했다. 임 교수는 민주당의 ‘책임’에 대해 “촛불정권을 자임하면서도 국민의 열망보다 정권의 이해에 골몰하고 있기 때문이다. 권력의 사유화에 대한 분노로 집권했으면서도 대통령이 진 ‘마음의 빚’이 국민보다 퇴임한 장관에게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임 교수는 이어 “더 이상 정당과 정치인이 국민을 농락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며 “국민이 정당을 길들여보자. 정당과 정치인들에게 알려주자. 국민이 볼모가 아니라는 것을, 유권자도 배신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자. 선거가 끝난 뒤에도 국민의 눈치를 살피는 정당을 만들자. 그래서 제안한다. ‘민주당만 빼고’ 투표하자”고 했다.

여러 학자, 논객들이 SNS에서 민주당의 고발 조치를 비판했다. 정태인 독립연구자는 “2000년쯤 한겨레신문에 칼럼을 쓰기 시작했다. ‘자한당, 한나라당, 새누리당만 빼고’를 20년 동안 쓴 셈이다”라며 “그러나 아직 고발당한 적 없다”고 했다. 정 연구자는 이어 “내 다음 주 칼럼 제목엔 ‘민주당만 빼고’가 반드시 들어갈 것이다. 나도 고발해 보라”고 말했다. 목수정 작가는 “박근혜 정권 때도 이런 일은 없었던 것 같다”며 “이정도 판단도 할 수 없을 만큼 민주당은 푹 썩었음을 다시 손수 입증한다”고 했다.

민주당의 고발 조치가 표현의 자유를 위축한다는 우려도 나타났다.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은 “이 정도 칼럼이 선거질서를 혼탁하게 만든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표현의 자유영역에 속한다고 생각한다”며 “집권당이라면 쓴소리를 경청하고 보다 나은 정치를 구현해야 되지 않을까”라고 물었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칼럼을 비판하는 논평을 내면 되는 것이지 법으로 끌고갈 사안은 아니다”라며 “표현의 자유는 이념을 넘어 존재하는 민주주의의 기본 가치”라고 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권력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인권을 들어 철저히 보호하고, 국민과 양심세력의 인권은 물샐틈없이 차단하는 사회. 2020년 2월 대한민국의 민낯이다”라며 “집권여당이 오늘 결국 일을 쳤다. 검찰총장 수족 깡그리 잘라 사법방해하고, 선거개입 의혹사건 공소장 비공개해 국민의 알권리 침해하더니, 오늘은 인권의 심장인 언론과 표현의 자유까지 털어갔다. 임미리교수와 경향신문은 그렇게 재갈물려졌다”고 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낙선 운동으로 재미봤던 분들이 권력을 쥐더니 시민의 입을 틀어막으려 한다”며 “리버럴 정권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 민주당의 이해찬 대표님, 이게 뭡니까”라고 썼다. 박권일 사회비평가는 “민주당의 방약무도가 넘치다 못해 기본권마저 파괴하고 있다”며 “민주당은 기어코 전체주의 정당 내지 파시스트당으로 가려는 건가”라고 물었다.

‘#민주당만_빼고’ 해시태그도 나타났다. 전성원 <황해문화> 편집장은 “정부 여당이 신문에 비판 칼럼 쓴 것을 가지고 검찰에 고발하다니 이건 도가 지나치다”라며 “그동안 나도 당신들을 비판하지 않았나. 내 비판은 듣기 좋은 자장가로 들렸단 말인가. 나도 함께 고발해다오”라고 적은 뒤 해시태그를 달았다. 이외 #나도고발하라 등 해시태그도 트위터 등 SNS에 등장했다.

[정동칼럼]민주당만 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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