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 변수 탓하던 헬릭스미스, 결국 임상 '설계 실패'(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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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2.14. 오후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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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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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릭스미스, 14일 '엔젠시스' 3-1상 실패 원인 재 발표
“약물 혼용 없었다”며 기존 입장 번복
회사 입장 종합하면 ‘임상 설계’의 문제…주지표의 세부기준 바꿔 재임상
업계 “K-바이오 신뢰 떨어뜨리는 행보”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김선영 헬릭스미스 대표이사가 2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NH투자증권 강당에서 유전자치료제 ‘엔젠시스(VM-202)’의 당뇨병성신경병증(DPN) 치료 목적의 미국 임상 3-1상 결과 설명을 하고 있다. 2019.09.24. dahora83@newsis.com
[서울=뉴시스] 송연주 기자 = ‘약물 혼용’이라는 뜻밖의 변수가 원인이라던 헬릭스미스의 임상시험 실패는 결국 임상 설계의 실패가 원인이었다. 헬릭스미스는 당뇨병성 신경병증 유전자 치료제 ‘엔젠시스’의 주지표(1차 평가변수) 세부기준을 바꿔 재임상 한다는 주장이다.

헬릭스미스는 14일 “작년 10월부터 미국과 한국에서 조사팀을 조직하고 임상 3상(3-1)에서 발견됐던 약동학 분석에서의 이상현상을 조사·완료했다”며 “그 결과, 이상현상의 원인을 명확히 파악할 수 있었고, 환자 간 약물 혼용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엔젠시스의 임상시험 결과 발표와 관련, 기이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작년 9월, 임상 3상 실패 직후 “약물 혼용이 원인인 것 같다”고 급하게 발표한 후 5개월만인 14일 약물 혼용은 없었다고 말을 바꿨다.

앞서 헬릭스미스는 작년 9월 500명 환자 대상 대규모 3상 결과 주지표인 ‘3개월 통증 감소효과’가 위약보다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실패 이유로는 엔젠시스를 맞아야 할 환자에 위약이 투여되고, 위약 환자가 엔젠시스를 투여받는 등 ‘어이없는 약물 혼용’을 유력하게 의심했다. 의심 CRO(임상시험수행업체)에 대한 고발도 언급했다.

그러나 이번 발표는 약물 혼용 실수 같은 건 애초 없었다는 결론이다.

헬릭스미스는 “주평가지표 달성에 실패한 것은 엔젠시스 약효의 부족때문이 아니라 통증이라는 지표의 특수성과 이에 따른 특별한 임상운영 방법상 문제에 기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종합해볼 때, 결국 임상시험의 흔한 실패 원인인 디자인 설계 자체의 문제라는 게 회사의 결론이다. 유효성·안전성만은 있는 약이라고 설파하고 있다.

회사 주장에 따르면 101명을 대상으로 확대 임상(3-1B)을 한 결과, 모든 피험자를 분석하는 ITT(ntent-to-treat) 집단에서 '엔젠시스'의 6개월, 9개월, 12개월 통증감소 효과가 위약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높았다. 위약과 엔젠시스군 간의 통증감소 효과 수치의 차이는 각 1.1, 0.9, 0.9였다. 프리가발린 혹은 가바펜틴 등 진통제를 복용하지 않는 환자(53명)에선 6, 9, 12개월 값(1.3, 1.2, 1.5)이 전체집단 분석 시의 값보다 더욱 높았다. 엔젠시스 약물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장기간(8개월 이상) 약물효과가 유지됐다. 경미하거나 중대한 이상반응은 없었다.

헬릭스미스는 “환자의 성격이 같은 3-1상과 3-1B상은 같은 결과가 나와야 하지만 달랐다”며 “분석 결과, 임상이 진행될수록 환자들에서 통증에 대한 반응이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후반기에선 통증감소 효과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큰 반면, 전반부에선 그렇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후속 3상에선 이 같은 현상 발생을 최소화 내지는 없애는 장치들을 도입할 예정”이라며 “후속 임상 프로토콜은 사실상 완성된 상태다. FDA 제출 시기는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헬릭스미스가 말하는 최소화 장치는 우선 주지표의 세부기준을 바꾸는 것이다. 기존 기존 ‘3개월 통증 감소’는 보다 장기간으로 설정될 가능성이 높아졌고, 대상 환자군은 ‘프레가발린/가바펜틴을 사용하지 않는 통증성 DPN 환자’로 추진 중이다. 앞서 후속 임상의 방향으로 ▲150-200명 환자 대상으로 5~12개 임상기관에서 6개월 추적 관찰기간 ▲등록 대상은 프레가발린/가바펜틴을 사용하지 않는 통증성 DPN 환자 ▲스크리닝 시 통증을 정확하게 측정할 능력이 없거나 통증 변동성이 심한 피험자를 가려낼 수 있는 방법 도입 ▲E-diary 도입 ▲통증지표 최신 기법으로 변경 ▲통증 측정 방법의 정교화 ▲유럽 허가에 중요한 QoL(삶의 질) 지표 추가 ▲검사가 단순하고 쉬운 신경기능 검사 방법의 도입 등을 발표한 바 있다.

여전히 개운치 않는 부분도 많다. 작년 발표 당시 김선영 대표는 혼용을 의심하는 이유로 일부 위약군 환자의 혈액 샘플에서 엔젠시스 DNA 레벨이 높게 검출된 반면 엔젠지스 투여군에서 오히려 낮게 나오는 등의 이유를 꼽은 바 있다. 또 환자 선별분석 결과 90일, 180일, 270일 통증감소 효과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헬릭스미스 관계자는 “이는 FDA에서 인증받은 분석기관으로부터 받은 데이터를 근거해 그대로 발표한 것”이라고 말했다.

헬리스미스의 개운치 않은 임상 결과 발표에 업계의 우려감도 크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약물 혼용처럼 어이없는 이유를 지목한 것은 글로벌에선 찾아보기 힘든 사례”라며 “K-바이오 전체의 신뢰와 위상을 떨어뜨린다”고 지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ongyj@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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