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코로나전쟁… “마스크 안쓰면 눈총, 기침나면 내려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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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2·4·9호선 출근길 표정
서울지하철 2호선 전동차 안에서 10일 오전 승객들이 마스크를 쓴 채 앉아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확산 여파로 지하철 2·4·9호선에서 만난 시민 대다수가 마스크를 착용하고, 사람 간 접촉을 피하려는 모습이 보였다.

“지하철 타면 ‘소리 없는 전쟁’이 일어나는 것 같아요.” “열차 안이 너무 조용해서 삭막하게 느껴집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신종 코로나) 국내 첫 확진자가 나온 지 3주가 지난 10일 오전 서울지하철 풍경은 이전과 눈에 띄게 달라졌다. 전동차 내에선 마스크뿐 아니라 장갑까지 착용한 사람이 다수 보였다. 눈총의 대상이 되지 않기 위해 억지로 기침을 참는 모습도 보였다.

이날 오전 시간대 사람들이 몰리는 지하철 2·4·9호선을 타고 신종 코로나가 출근길 모습을 어떻게 바꿨는지 둘러봤다. 전동차 한 칸에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승객은 10% 내외에 불과했다. 9호선에서 만난 최모(30)씨는 “안경에 김이 서려 앞이 잘 안 보여도 마스크는 항상 쓰고 있다”고 말했다. 2호선에서 만난 박모(58)씨는 “지하철 타기가 너무 불안하지만 일하러 가려면 어쩔 수 없다”며 “마스크만으로 불안해서 장갑도 준비했다”고 말했다.

일부 승객은 지하철 손잡이를 잡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한 승객은 손가락 2개로만 손잡이를 잡았고, 다른 승객은 무심코 손잡이에 손을 댔다가 놀라서 바로 떼기도 했다.

열차 안에서 기침을 하는 순간 주목의 대상이 되는 건 다반사였다. 9호선에선 장년의 남성 1명이 기침을 두 차례 하자 주변 사람들이 바로 힐끗 쳐다봤다. 얼굴을 찌푸리거나 자리를 옮기는 사람들도 있었다. 4호선에서 만난 이모(64)씨는 “며칠 전 지하철에서 사레가 걸려 기침을 4번 정도 했더니 잦아들 때까지 사람들이 쳐다보며 수군대더라. 다음 역에서 바로 내렸다”고 했다.

마스크만 쓰지 않아도 ‘기피 대상’이 되는 경우도 있었다. 2호선에서 만난 박모(27)씨는 “마스크를 안 쓴 사람과는 안전거리 1m를 유지하려고 한다”며 “감염자일지도 모르는 노릇 아니냐”고 했다. 마스크가 없어 손수건으로 코와 입을 내내 틀어막은 채 출근하는 사람도 있었다.

서울지하철 역사 내 매점에 내걸린 일회용 마스크 일시품절 안내문.

지하철 역내 상점에선 마스크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었다. 강남역의 한 편의점에선 오전 9시쯤 마스크 물량이 다 떨어져 ‘마스크 일시품절’이라는 팻말을 내걸었다. 직원 강모(30)씨는 “마스크는 입고되면 2시간 만에 동이 난다”며 “마스크 품귀 현상 이후 들어오는 물량 자체도 줄었다”고 말했다.

지하상가는 신종 코로나 확산 이후 매출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마스크 외에는 팔리는 게 없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강남역 지하상가에서 신발을 판매하는 이모(50)씨는 “신종 코로나 때문에 장사가 끝장났다. 매출이 반의 반 토막이 났다”고 울상을 지었다. 역내 상점 중에는 조만간 영업을 그만두겠다는 곳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지하철이 밀폐된 공간인 데다 많은 사람이 오가는 만큼 바이러스 감염에 취약한 것은 맞지만, 마스크 착용과 위생 관리를 철저히 하면 큰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고 입을 모았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1~2m 이내 밀착접촉이 많이 일어나는 곳에선 비말(콧물·재채기) 감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마스크를 올바르게 착용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손 씻기를 열심히 하고, 면역력을 위한 꾸준한 운동과 균형 잡힌 식단이 필수적”이라며 “증상이 생긴 사람들은 다른 이들을 위해 즉시 마스크를 쓰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글·사진=조민아 조효석 기자 minaj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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