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유학생 곧 돌아올 텐데…” 대학·산업현장 '신종코로나' 초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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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2.11. 오전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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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백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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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 비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우려로 임시 휴점한 부산 부산진구 롯데백화점 부산본점에서 10일 오후 방역 업체 직원들이 백화점 내부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부산지역 롯데, 신세계, 현대 백화점은 10일 하루 문을 닫고 대대적인 방역 작업을 벌였다. 김경현 기자 view@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확산세가 꺾이지 않으면서 중국 등 확진 환자가 나온 국가 출신 외국인들이 많은 현장 곳곳에서의 긴장감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해당 현장에서 자칫 확진자가 나올 경우 돌이키기 어려울 정도로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에, 방역에 유달리 신경을 써야 하는 상황이다.

중국·아시아 유학생 많은 대학

개학 연기·격리 등 대책 고심

건설·서비스 등 곳곳에 외국인

정부 관리 없이 업체에만 맡겨

“확진자 나오면 피해” 우려 높아

“과도한 경계 자제를” 목소리도

■대학, 돌아올 유학생에 긴장

외국인 유학생이 많은 대학들은 신종 코로나 확산세를 상당히 예민하게 주시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전문대 이상 국내 고등교육기관에 재학 중인 중국인 유학생은 7만1067명으로 전체 외국인 유학생(16만 165명)의 44.4%에 달한다. 나머지 유학생의 상당수도 확진 환자들이 나온 아시아 국가 출신들이다. 문제는 현재 대부분 유학생들이 방학을 맞아 고국으로 돌아가 있기 때문에, 3월 개강을 맞춰 유학생이 대거 입국했을 때 자칫 우려했던 일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부산외국어대의 경우 일단 700여 명의 중국인 학생을 포함해 외국인 학생들 전원에게 오는 29일까지 입국을 자제해 줄 것을 통보한 상태다. 또 출입국관리사무소 등과 연계해 해당 학생들의 입국 여부를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국외로 나갔다가 돌아온 학생은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 일부 중국인 학생이 부산에 남아 있지만, 이들은 방학 기간 외국에 나간 적도 없고, 감염 증세도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 그럼에도 일단 대학 측은 해당 학생들에게 외국인 친구와의 접촉을 자제해 줄 것을 당부하기까지 했다. 이미 부산외대는 개학을 2주 연기했기 때문에, 외국인 학생들이 이달 말 귀국하면 2주간 별도 기숙사에 의무적으로 체류시키면서 증상 등을 확인한 뒤 수업에 복귀시킬 계획이다.

다른 학교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부산대, 부경대, 동아대, 신라대, 인제대 등 지역 다수 대학들은 개강을 2주 연기했다. 부경대도 중국을 방문·경유한 모든 학생은 외부와 차단이 가능한 학내 학생생활관 1동에서 14일 동안 의무적으로 분리 거주하도록 할 계획이다. 부산대도 중국에서 개강을 위해 입국하는 유학생 150여 명을 기숙사 한 동을 비워 2주간 수용할 예정이다.

부산의 모 대학 관계자는 “유학생이 확진 환자가 아니고 별다른 증세가 없다면, 기숙사에서 반강제적으로 외출을 막는 것까진 힘들다”며 “하지만 매일 발열 체크 등을 하면서 관리해 혹시나 모를 일을 조기에 막을 계획이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대학 측의 대응이 과도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외국인 학생이라고 일방적으로 자율권을 박탈하는 게 대학의 진취적 성격과는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모 대학에선 “격리 학생들에게 최소한의 생활권을 보장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성명까지 나오기도 했다. 실제 3월이 되면 외국인 학생들의 반발이나 국내 학생들과의 마찰 등이 가시화될 우려도 있다.

■산업현장, 불상사 발생 경계

산업현장에서도 신종 코로나 확산에 따라 외국인 근로자 관리에 상당히 애를 먹고 있다. 특히 건설 현장의 경우 최근 몇 년 새 일용직 노동자 상당수가 외국인으로 채워지다 보니, 불안감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건설 현장의 외국인 근로자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이들 역시 중국 출신들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노동청 등에서 각 기관과 현장에 신종 코로나 관련 지침과 교육을 하달하는 등 조처를 취했지만, 국가 차원에서 이들을 통제할 현실적인 방안은 없다. 결국 현장의 건설 업체에서 주도적으로 관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부산의 A건설현장의 경우 최근 비상대책반을 구성해 근로자들의 중국 방문 일자나 중국 출입국자 접촉 여부 등을 확인했다. 또 현장에 신종 코로나 관련 현수막을 부착하고, 손 세정제는 물론 발열 감지기까지 확보해 뒀다. A현장 관계자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지만 이들의 여건상 명절 때도 대부분 부산에 머물렀다”며 “그래도 혹시나 불상사가 발생하면 현장이 엄청난 피해를 입기 때문에 최대한 경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노동자는 이미 국내 경제 생태계의 한 축을 담당할 정도로 증가한 만큼, 대학이나 산업현장 외 작은 서비스업계에도 신종 코로나의 영향을 받고 있다. 남구 대연동 한 편의점 주인은 “최근 중국인 유학생이 아르바이트를 그만뒀다”며 “표를 안 내려고 해도 중국인인 것이 표가 났다. 그럴 때마다 손님들이 불편한 시선을 던져서, 알아서 그만두더라”고 털어놨다.

부산의 모 대형 식당 관계자도 “홀 서빙은 아무래도 외국인 근로자들이 많이 담당했는데, 업주 입장에선 부담스러운 게 사실”아라며 “그래도 계속 함께할 계획인데, 외국인에 대한 경계심이 더 커지면 힘들어질 수 있다. 그런 일이 있기 전에 사태가 끝나기를 바랄 뿐이다”고 말했다.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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