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영희의출발새아침] 기생충이 고발한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실제로... '지강헌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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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2.12. 오전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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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라디오(FM 94.5)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

사건 Y파일

□ 방송일시 : 2020년 2월 12일 (수요일)
□ 출연자 : 백기종 前 수서경찰서 강력계 팀장, 최명기 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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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노영희 변호사(이하 노영희): 하나의 사건을 입체적으로 풀어보는 시간 <사건 Y파일> 오늘도 이성과 감성의 이해를 도와주실 두 분 모셨습니다. 백기종 전 수서경찰서 강력팀장, 나와 계십니다. 안녕하세요.

◆ 백기종 前 수서경찰서 강력계 팀장(이하 백기종): 안녕하십니까. 백기종입니다.

◇ 노영희: 오늘 특별히 정신과적 분석을 구체적이고 낱낱이 해주실, 최명기 정신과 전문의, 나와 계십니다. 안녕하세요.

◆ 최명기 정신과 전문의(이하 최명기): 반갑습니다.

◇ 노영희: 사실 어제오늘 계속 내내 이 이야기만 하는 것 같아서 죄송한 측면도 있습니다만 너무 기쁘니까. 아카데미 시상식을 휩쓴 기생충 열풍을 이 코너에서도 다뤄보자,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단순히 영화를 넘어서 이 안에 담겨진 의미가 무엇인지, 그리고 봉준호 감독의 작품에 대한 기대, 그리고 사실 기생충에 나와 있는 여러 가지 비, 물, 반지하, 냄새, 이런 것들이 가진 상징성이 있지 않겠습니까. 이런 것들을 여쭤보는 시간을 가지고 싶은데요. 우선 두 분, 기생충 영화 보셨죠? 감상평을 간단히 해주신다면? 우선 먼저 최명기 선생님께서.

◆ 최명기: 저는 세 가진데요. 첫 번째로 주관적 감정의 개입을 극도로 자제하는 영화였습니다. 보통 영화에서는 눈물을 흘리게 하겠다, 화를 내게 하겠다. 그게 감정의 목표거든요.그런데 이 영화는 굉장히 어떤 심각한 장면에도 유머코드를 섞는다든가, 음악이 우리가 예상한 것과 다르게 나온다든가, 아니면 갑자기 아무런 소리가 없어진다든가. 그래가지고 주관적 감정의 개입을 극소로 줄입니다. 또 두 번째는 방금 우리 변호사님이 이야기하셨듯이 상징구조가 명확합니다. 상징구조가 명확하면 보통 영화를 보면 굉장히 뻔하거든요. 상징구조가 명확한데 뻔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굉장히 디테일에 신경을 씁니다. 마지막은 기술적으로 볼 때 빈틈이 거의 없습니다. 그러나 저는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왜 이 영화에 이 장면이 있었을까 하는 장면이 딱 하나 있었습니다. 그런데 영화 보다 보면 그런 생각이 드는 장면은 보통 2~3개, 10개 정도 나오거든요. 딱 하나였다는 점에 있어서 진짜 대단하고 발전했단 느낌을 받았습니다.

◇ 노영희: 어떤 게 그런 부분이었어요?

◆ 최명기: 그 한 장면은 19금이기 때문에 아침에 이야기할 수 없는 장면이었는데, 도대체 그 19금 장면이 왜 들어갔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더라고요. 

◆ 백기종: 저는 봉준호 감독님이 만든 영화 <설국열차>도 봤고요. 이게 개봉하자마자 기생충을 봤거든요. 이게 이제 굉장히 디테일한 묘사를 하는데. 또 제가 예전에 봐왔던 도시의 어떤 빈부격차의 모습을 아주 담대하게 내보냈다. 가장 한국적인 일상의 풍경이나 이런 모습들을 내보내고. 그다음에 캐릭터상 연기하는 분들이 정말로 실감나게, 이게 애드립 전혀 없이 정말 내가 그 현실 속에서 주인공들이나 조연급들이나 연기자들하고 같이 있는 것 같은 그런 착각을 일으키는, 그런 모습들을 영상 속에 미학적인 모습이 아닌 정말 담담하게 담아낸 게 오히려 이번에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감독상 등 4개 상을 수상하지 않았는지,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 노영희: 그랬군요. 사실 저도 뻔한 영화, 뻔한 스토리 싫어서, 그리고 너무 유명하다고 그러니까 괜히 반항심에 보기 싫어서 안 보다가 막판에 기생충을 봤는데. 사실 아까 원장님 말씀하신 것처럼 너무 명확한 뻔한 구도를 뻔하지 않게 풀어내는 능력, 그리고 지금 백 팀장님 말씀하신 것 같은 그런 종류의 영화를 보는 특이점, 또는 관점의 새로운 유도 이런 것들이 사실 참 좋았다.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요. 우선 이 영화에서 가장 우리가 얘기해봐야 할 게 바로 빈부격차, 그리고 사회의 계급구조라고 하는 이런 것들인 것 같은데. 우선 백 팀장님께서 우리 사회의 빈부격차 때문에 일어난 사건, 이런 걸 이야기해주셔야 할 것 같아요.

◆ 백기종: 네, 지강헌 탈주사건이 있습니다. 혹시 비지스의 '홀리데이'라고 그때 지강헌이 마지막 경찰과 대치할 때 달라고 했던 그 노래를 한 번 들어보십시오.

◇ 노영희: 정말 이 음악, 저는 그 장면이 생각나는데요. 창문 너머로 지강헌 씨가 유전무죄 무전유죄 이렇게 하면서 했던 그 장면 생각이 나는데요.

◆ 백기종: 이 사건 내용이 그렇습니다. 지강헌 등 25명의 미결수가 영등포교도소에서 다른 교도소로 이송 중에 그중에 25명이었는데 12명, 지강헌을 포함한 20대 초반까지 미결수들 12명이 공모해서 버스 내에서 교도관을 위협하고 권총을 탈취합니다. 이렇게 됐는데 이게 그 당시 88 올림픽이 끝난 직후였어요. 88년 10월 8일부터 10월 16일까지 이어진 사건이었는데. 아마 나이가 좀 계신 분들은 거의 기억을 하실 거예요. 88 올림픽 때 일어난 사건이기 때문에. 그런데 지강헌 등 4명이 서울 북가좌동 가정집으로 침입합니다. 그렇게 돼서 이때 아버지와 딸 등 가족들을 인질로 잡고 경찰들과 대치를 하죠. 그런데 이때 지강헌이 주장한 게 이거예요. 지강헌이 이때 어떤 신분이었냐면 수백만원 절도를 하고 징역 7년에 사회보호법에 따라서 청송보호감호소 10년을 선고받은 거예요. 그런데 이때 역사적인 배경이라고 하긴 뭐하지만 그 당시 대통령이 동생이 70억 상당을 횡령했는데 이분이 굉장히 가벼운 처벌을 받고 풀려나요. 여기에 항의를 합니다. 이러면서 정치인이나 기업인이나 그다음에 사회적으로 유력한 인사나 가족들은 큰 비리를 저지르고도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다. 그래서 유전무죄, 돈 있으면 죄를 안 받고, 그다음에 무전유죄, 돈 없으면 죄가 된다. 이걸 부르짖으면서 결국 권총을 들고 대치하는 상황에서 유리창을 깨고 대치하는데, 이때 경찰특공대가 정조준해서 저격해가지고 사망하는 그런 사건인데. 지금까지도 어떻게 이어지냐면 유권무죄 무권유죄로 회자되고 있죠. 권력이 있으면 처벌 안 받고, 권력이 없으면 처벌받는다. 이렇게까지 지금 시중에 회자되고 있는 말로 전래되고 있는 사건이었죠.

◇ 노영희: 그러면 최명기 원장님께 궁금한 것, 정신과 전문의가 보시기에 지강헌이란 인물이 그 당시에 그렇게까지 분노했던 것은 돈 때문입니까? 아니면 정말 지금 말씀하신 권력 때문입니까? 뭘까요?

◆ 최명기: 일단 저는 그것은 본인이 감옥에 갇혀서 오랫동안 밖에 나가서 생활을 못하니까 화가 났던 게 제일 먼저였고요. 그것인 거죠. 왜냐하면 밖에 나가서 다시 범죄를 저지르고 신나고 재미있게 살아야 하는데 평생 감옥에 있는 것에 더해서 청송감호소에서 내내 있어야 하니까 그것 때문에 화가 났던 거죠, 본인이.

◇ 노영희: 일단 그렇게 아주 거창하거나 숭고한 가치 때문이라기보다는 인간의 아주 기본적인 그런.

◆ 최명기: 그리고 내가 잘못해서 내가 7년 받은 것 내 거지, 나보다 남이 형을 덜 받았다고 해서 내가 무슨 형을 덜 받아야 하나요. 그래서 이거 우리가 뭐라고 얘기하냐면, 인간이 어떤 상황에 놓였을 때 내 잘못을 깨닫고 내 능력을 키우고 내가 노력을 해서 극복해야지, 하고 죄책감을 느끼면 우리가 내재적이라고 합니다. 외재적이라고 하는 사람은 남탓을 합니다. 지강헌은 기본적으로 외재적인 사람인 거예요. 그런 다음에 또 문제는 뭔가 하게 되면 우리가 태어날 때부터 복수심이 강한 사람이 있고요. 타고 태어날 때부터 그냥 남에 대해서 관대한 사람이 없습니다. 인간도 그렇고 호랑이도 그렇다고 합니다. 사자도 그렇고. 사자도 이렇게 집단으로 사냥할 때 보면 꼭 나가서 먼저 사냥하고 남들한테 먹이 나눠주는 사자가 있고요. 꼭 마지막에 나가서 먹이 훔쳐먹는 사자가 있답니다. 비슷하게 이 사람은 굉장히 복수심은 강하면서 남탓을 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면서 겁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러니까 충동적입니다. 그러니까 굉장히 결국은 지강헌이 그런 탈옥을 했다는 것은 형이 적절했다는 걸 의미합니다.

◇ 노영희: 그런데 지금 원장님 말씀 들어보면 빈부격차라든가 사회 문제 때문이라기보다는 그냥 개인의 특성 때문에 그런 일이 벌어진 거다, 이렇게 해석할 수 있겠네요?

◆ 최명기: 지강헌의 입장에선 그렇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우리가 빈부격차 때문에 피해를 받는 것은 이런 범죄자가 아니라 우리 평범한 시민들이 더 많은 겁니다.

◇ 노영희: 지강헌이 그렇게 한 것은 개인적인 것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그 사람의 그런 행동 때문에 우리 일반 대중이나 국민들이 영향을 받았다.

◆ 최명기: 네, 오늘 직장에 나갔을 때 이 일이 있는데 이 일을 조금 열심히 할 수도 있고 대강 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 모든 사람이 그렇습니다. 그러나 빈부격차는 그 일을 열심히 하는 쪽이 아니라 대강 하는 쪽으로 만듭니다. 내가 이거 일 좀 더 해봐서 월급 10만원 20만원 올라봤자, 또 굉장히 많이 버는 사람들은 100만원 올라봤자 이걸로 도대체 내가 언제 그들을 따라잡아 하면서 일반 시민들이 조금씩 일을 덜하게 하는 게 빈부격차의 엄청난 거고요. 그 조금씩 일을 덜하는 게 합쳐지게 되면 경제성장률 우습게 깎아먹는 겁니다.

◇ 노영희: 요즘 젊은 사람들이 N포세대라고 해서 어차피 안 되니까 편하게 살자, 이런 마음 가진다는데 그런 것도 지금 말씀하신 것하고 연결되는 거예요?

◆ 최명기: 네, 그래서 오늘 기생충도 마찬가지가 되는 겁니다. 내가 죽어라고 공부해서 서울대에 가느니 나는 어차피 마음만 먹으면 서울대 갈 실력이 있으니까 서울대 연대 간다고 졸업장을 만들어도 하나도 나는 잘못한 게 아니야. 

◇ 노영희: 제가 기대했던 것하곤 완전히 다른 해석을 하고 계셔서 당황스러운데.

◆ 백기종: 저도 언급하고 싶습니다. 사실 최명기 교수님의 전문적인 그런 부분들을 제가 공감하는데요. 다만 범죄를 저질렀다고 하더라도 그 사람이 범죄를 저지른 만큼의 처벌을 받는다고 했을 때는 수긍을 합니다. 하지만 그 당시 군사독재 시절이었던 어두운 시절, 또 지금으로 봐서는 사회보호법이 적용돼서 몇 백만원을 훔쳤는데 징역 7년을 선고받고, 그다음에 또 사회보호법에 의해서 10년의 또 다른 청송교도소에서 징역생활을 한다. 그런데 그 당시 대통령 친인척이었던 사람은 수십억을 횡령하고도 불과 2년 만에 출소하게 되거든요. 

◇ 노영희: 보통 옛날에 재벌들은 3·5법칙 그래서 맨날 집행유예 나오잖아요. 기분 나쁘잖아요, 솔직히.

◆ 백기종: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 결국 지강헌이, 물론 범죄자긴 하지만 정말로 자기가 억울하다고 하는 부분을 사회에 호소하는 이런 부분들이 지금 상당히 많은 사람들로부터 공감을 받는 건, 사실 정치인 기업인 사회적으로 유력한 사람들이나 그 가족들이 권력이나 돈으로 가벼운 처벌을 받고 나오는 게 사실 세태였거든요. 이런 부분은 조금 받아들여져야 한다 하는 생각이 듭니다.

◇ 노영희: 좋습니다. 이거 여쭤볼게요. 봉준호 감독의 영화 중에 또 하나가 <설국열차>라는 게 있지 않습니까. 빈부격차 계급격차가 완벽한 사회예요, 그 열차는. 칸칸이 나뉘어져서 살아가는 건데. 여기에서도 폭동 비슷하게 일어나지 않습니까. 이게 불합리한 대우하고 차별 이런 것에 대해서 항거하는 거잖아요. 이건 그러면 어떻게 보시는 거예요?

◆ 최명기: 그것은 또 거기도 개인차가 있습니다. 일단 우리는 겁이 없다 그러면 무조건 나쁘다고 생각하잖아요. 일단 우리가 맞서기 위해선 겁이 없어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겁이 없는 사람이 있고 겁이 많은 사람이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충동적이다, 그러면 무조건 나쁘다고 생각하죠. 충동적인 것 아주 좋은 겁니다. 충동적인 게 좋게 발휘되면 그게 용기가 됩니다. 그래서 충동적인 사람이 착하잖아요. 길을 가면서 충동적으로 계속 착한 일을 합니다. 의인은 범죄자를 잡고, 불쌍한 사람을 도와주고, 불 났을 때 가서 도와줍니다. 그러나 충동적인 사람이 악하잖아요. 그러면 범죄를 저지르는 겁니다. 그러면서 어떤 사람이 충동적이면서 겁도 없으면서 그런 다음에 사회적 정의감을 갖고 있으면 그 사람은 불합리한 대우와 차별에 맞섭니다. 그런데 사회적 정의감이라고 하는 게 인간만 갖고 있는 게 아닙니다. 동물도 예를 들어서 무리를 지어 사는데 갑자기 맹수가 오게 되면 어떤 동물은 먼저 알려줘야 합니다. 새들도 그렇고, 우리 조그마한 포유류 집단도 그렇고 다 알려줍니다. 알려주면 어떻게 될까요. 알려주자마자 자기는 잡아먹힙니다. 그러나 그것을 알려주는 개체가 있습니다. 

◇ 노영희: 왜 그런 거예요, 그 개체는?

◆ 최명기: 타고 태어납니다. 일정 부분은 타고 태어납니다. 그렇기 때문에 똑같은 상황에서 우리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기에 가치관이 더해지게 되고, 거기에 어떤 본인의 양육에 있어서 좋은 태도가 더해지게 됐을 때 그 사람은 똑같은 일이 있었을 때도 불의에 맞설 수 있고 또 거기에 더해져서 중요한 건 능력입니다. 결국 불의에 맞서서 그것을 성공시키는 건 능력입니다. 이 모든 게 합쳐지게 됐을 때 우리가 진짜 영화에나 나오는 위대한 인물이 실제로 우리가 살아가면서 만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 노영희: 지금 최명기 원장님 말씀에 좀 표정이 안 좋으세요, 백기종 팀장님께서.

◆ 백기종: 노영희 변호사님하고 최명기 원장님이 같은 심리학을, 의학하고 지금은 상담하시니까 케미가 좀 맞는 것 같습니다. 이게 <설국열차> 같은 경우도 제가 영화를 봤지만 칸칸이 빈부격차의 극명한, 지렁이 곤충 같은 걸 음식으로 먹는 모습들 이렇게 나오는데요. 사실은 이게 빈부격차라고 하는 부분은 태생적으로 만들어진 건 아니거든요. 예를 들어서 선천적으로 만들어진 것도 있고 후천적으로 만들어진 것도 있는데, 이런 여러 가지 사건들을 보면 자기 현실에서 현실을 부정하고 범죄에 악용해서 신분상승을 하려고 하는 그런 부분들이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들이 저 밑바닥에서 소리치고 호소하고 신분 변신을 꾀하려고 하는 이런 모습들이 정당한 방법이면 괜찮은데 그걸 그 신분을 이용하고 다른 선행적인 모습들에 편승해서 위장하고, 이런 부분들이 아마 이번에 <설국열차>라든가 기생충에서도 적나라하게 드러난 그런 장르가 아닌가 싶습니다.

◇ 노영희: 그렇군요. 두 분 말씀 듣다 보니까 저도 헷갈리고 그러는데. 이 캐릭터 분석하면서 이야기해봐야 할 것 같아요. 기생충에 보면 조여정 씨가 있어요, 부잣집 마나님. 이분 상당히 어떤 면에서 보면 순진순수한 영혼을 가진 사람 아니겠습니까. 그러면서 추천만 받아서 자기는 모든 걸 한다고 하면서도, 또 송강호 씨가 말하죠. 이 사람들 정말 참 잘 속는다. 이거 뭔가요, 이 캐릭터?

◆ 최명기: 조여정 씨는 잘 속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스스로 자기가 잘 속는 사람이란 걸 인정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사람을 못 믿어, 사람을 못 믿어 하면서 다니는 겁니다. 그래서 우리가 이걸 뭐라고 그러냐면 인간의 마음을 네 개로 나누는데요. 하나는 나도 알고 남도 다 아는 겁니다. 나도 착하고 남도 나를 착하게 생각하면 나도 알고 남도 아는 거죠. 정 반대 쪽에는 나도 모르고 남도 모르는 게 있습니다. 이건 누가 나에 대해서 너는 이렇다 이야기하면 무시하면 됩니다. 너도 틀렸을 거야. 그런데 우리 인간의 마음에는 나는 알고 남은 모르는 게 있고요. 남들은 다 알고 나는 모르는 게 있습니다. 조여정 씨는 남들은 다 압니다, 잘 속는 사람이란 걸. 그러나 본인은 모릅니다. 자기가 잘 속는 사람이란 걸 모르는 것을. 그렇기 때문에 그게 두드러진 사람이죠. 그러나 이 사람이 워낙에 부자인 사람이고 워낙에 권력이 있고 그렇기 때문에 주위에서 진실을 얘기할 수 없는 겁니다. 너 맨날 속잖아, 라고 이야기해줘야 되는 건데 어렸을 때 친구들한텐 이야기 많이 들었을 겁니다. 그리고 부모님도 이야기할 겁니다. 그러나 결혼하고 엄청난 돈을 가지고 배경이 있고 그럴 때는 사람들이 진실을 조여정 씨한테 이야기 못해주는 거예요. 당신은 맨날 속는 사람이야. 그래서 송강호 씨도 얘기 안 하는 거고 다들 얘기 안 하잖아요, 이용해야 하니까.

◇ 노영희: 오늘 좀 위험한 분석이 나오고 있는데. 백 팀장님, 수습 좀 해주세요.

◆ 백기종: 기생충하고 비슷한 사건들이 되게 많아요. 그런데 어떤 현실에 차별을 받고 부당한 대우에 굉장히 무서운 사건이 있었어요. 이게 대표적인 사건이 바로 뭐냐면 부산 복지원 사건이라고 있습니다. 이게 뭐냐면 형제복지원 사건이라고 혹시 아실 겁니다.75년도부터 87년도까지 일어난 사건인데, 부랑아들을 단속한다는 차원에서 일반 시민들까지 마구잡이로 복지원에 감금합니다. 이렇게 돼서 관리를 하는 사람들하고 친하게 되면 일정한 대우를 해주는데, 그렇지 않고 말을 듣지 않는다고 했을 때는 폭력을 행사하고, 결국 시신이 돼버리는 정도까지 폭력을 행사하며 암매장하기도 하고. 또 이게 밝혀졌죠. 무려 551명이란 사람이 사망했거든요, 원생들 중에. 그런데 심지어 관리자들이 시신을 의학용, 해부용 실습용으로 그 당시 돈을 받고 팔아버리는 이런 형태가 대표적인 사건인데, 이런 부분들이 어떤 메시지를 주느냐면 사실 어둠의 시절에 누군가가 이걸 지켜보지 않고 있을 때 일어나는 이런 무서운 사건들이 결국은 지금 영화 같은 것으로 승화돼서 표현되고 있다. 이렇게 저는 봅니다.

◇ 노영희: 그런데 형제복지원 사건은 사실은 대표적으로 그 당시에 문제가 되는 사회시스템 때문에 벌어진 것이었고, 당시 그 원장은 엄청나게 말도 안 되는 죄를 저질렀지만 결국 나중에 집행유예 받고 그랬잖아요. 그런데 그것은 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시스템의 문제 이런 것 아닙니까?

◆ 백기종: 네, 시스템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결국 개인의 어떤 야심이라든가 개념의 상실, 이런 부분들이 큰 어떤 야욕을 일으키는 범죄, 그다음에 국가기관과 유력인들과 접촉이 돼서 사실 카르텔 형성이 돼서 이런 범죄를 저지르는 형태. 그래서 전쟁도 아닌데 550여명이라는 사람들이 인간에 의해서 사망하는 이런 형태가 저는 약간 이런 부분들과 교차된다. 이런 생각을 합니다.

◇ 노영희: 사실 자기가 스스로 쟁취한 권력이 아니라 남으로부터 약간 양도된 혹은 잠시 맡겨진 권력을 그렇게 무자비하게 행사한 예라고 저는 사실 생각하고 있는데. 원장님께는 형제복지원 이야기는 안 여쭤보고요. 기생충 이야기 다시 돌아와서 여쭤볼게요. 주인이 집을 비웠을 때 거기서 캠프장 간다고 갔을 때 송강호 씨네 가족들이 전체가 모여가지고 아주 훌륭한, 사실 저도 그 집 보고 한 번 살아보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였는데. 그 집에 모여서 주인인 것처럼 행동을 하고 그러지 않았습니까. 이런 것들은 어떤 심리예요?

◆ 최명기: 그것은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던 일입니다. 그래가지고 빅토리아 시대에 하인들이 있잖아요. 영국 빅토리아 여왕 시대에 하인들이 전부 주인들이 가잖아요. 그러면 하인들이 주인놀이를 했다고 합니다. 나는 왕이야, 나는 여기 우리 주인님이야, 너는 마나님이야. 그러면서 서로 옷 입고 놀이했다고 합니다. 결국 그렇기 때문에 그것 자체는 본인이 굉장히 힘들고 괴롭고 당하는 처지에 있으니까 기회가 됐을 때는 이제 반대의 입장이 되어서 그걸 분출하게 되는 거죠. 우리가 이제 깨어있을 때 하도 누구를 갖다가 사장이 직원을 갖다가 갑질을 하잖아요. 그러면 꿈꿀 때 사장이 직원한테 갑질을 당한다고 합니다. 반대로 직원의 입장에서는 우리가 깨어있을 때 갑질을 당하잖아요. 꿈을 꾸면서 사장한테 갑질을 하면서 우리가 그걸 잊는다고 합니다.

◇ 노영희: 오히려 반대적인 것들이 무의식 속에 남아 있다가 꿈으로 발현되는 건데. 그래서 스트레스나 내면적인 갈등을 풀어내는 거죠, 스스로가 알아서 방어적으로. 그러면 백기종 팀장님께서 보시기에 지금 우리가 얘기하고 있는, 직원이나 혹은 아래에서 일하시던 분들이 마치 자신이 그 위치에 있는 사람인 것처럼 행동해서 문제 된 그런 경우들도 있었을까요?

◆ 백기종: 많죠. 예를 들어서 서울 영등포에서 일어난 사건인데. 소위 말하면 많은 사람들을 상대로 전세 사기사건이 있었어요. 이건 자기가 어떤 권한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주거지를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허언으로 속여서 서류를 이주하고 이렇게 돼서 자기가 마치 권한이 있는 사람처럼 행세해서 무려 141명에게 100억 상당의 전세보증금을 사기한 사건이 있었거든요. 이런 부분들은 뭐냐면 본인의 권한이나 역할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로부터 보이는 모습으로 편취행위를 하고 이렇게 돼서 피해를 주는 이런 사건들이 있었는데. 결국은 이런 모든 부조리들이 영화로 만들어져서 시그널이나 메시지를 주면서 많은 사람들로부터 교훈도 주는 사건, 그런 영화가 아닌가 싶습니다.

◇ 노영희: 그런 것도 있고 사실 저는 생각나는 케이스 중의 하나가 이런 게 있었습니다. 어떤 여성분이 있었는데, 그 여성분이 그냥 평범한 사람이에요. 그런데 자기가 의사라고 남자에게 속이는 거예요. 그러면서 자기 자신이 의사라는 걸 믿게 하기 위해서 대학병원에서 가운 같은 걸 구입해서 입고 로비에서 만나기도 하고, 이런 식으로 거짓말을 하고, 또 마치 자기가 정말 의사선생님인 것처럼 사람들에게 사칭하고 다니면서 돈도 꾸고. 이런 여러 가지 활동을 하다가 갑자기 어느 날 정체가 발각되면서 집안이 풍비박산 나는 상황이 있었는데. 이런 식의 행동 같은 것들은 왜 그러는 거라고 볼까요?
 
◆ 최명기: 이건 전형적인 신분사기입니다. 

◇ 노영희: 신분사기가 벌어지는 이유가 뭘까요?

◆ 최명기: 신분사기를 하는 경우에도 여러 가지 경우가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신분사기를 칠 때 자기보다 굉장히 훌륭한 사람으로 포장합니다. 이런 경우죠. 그건 마음속에 있는 열등감이라든가 이런 게 있었고 본인의 입장에서 아까 얘기했듯이 나도 충분히 이렇게 훌륭하게 대접받을 권리가 있는데 내가 그걸 누리지 못해서라고 이야기하게 되는 거고요. 그러나 또 신분사기 중의 어떤 신분사기는 굉장히 본인을 비참한 처지로 해서 신분사기를 합니다. 그래서 나는 암에 걸렸어요, 저는 너무너무 힘들어요, 그래가지고 이제 비참한 처지로 해서 거기에서 뭔가 돈을 갖다가 기부를 받거나 그러는 거죠. 이런 경우에는 또 거기에 어떤 목적에도 심리적 목적이 있습니다. 그것은 뭔가 하면 사람들의 동정을 받고 싶은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전형적인 신분사기지만 그 사람임 처한 상황, 그 사람이 처한 기질에 따라서 보다 높은 신분을 취하느냐, 보다 불쌍한 신분을 취하느냐가 달라지게 됩니다.

◇ 노영희: 그렇군요. 지금 사실 우리가 대강 이야기한 것도 있긴 한데, 리플리증후군이라든가 이런 것들로 얘기되는 거잖아요. 이런 식으로 자기의 현실을 부정하고 거짓된 사실을 믿으면서 나중에 결과적으로 그 안에서 자기가 헤어 나오지 못하는 이런 증후군을 가진 사람이 많아요?

◆ 최명기: 네, 많습니다. 더군다나 요새는 SNS나 인터넷이 되면서 더욱더 많아졌습니다. 옛날에는 진짜 리플리증후군을 하려고 하면 대단한 능력이 필요합니다. 일단 말도 잘해야 하고요. 그런 다음에 우리가 기생충 영화에서 보면 기억하고 있잖아요. 일리노이 공대 하듯이 잊어버리면 안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은 오프라인에서 리플리증후군이 되기는 굉장히 어렵습니다. 그러나 SNS 공간에서는 타자만 칠 수 있으면 다들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SNS 공간을 통해서 리플리증후군은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 노영희: 그렇군요. 백 팀장님, 혹시 이런 사례 보신 적 있으세요?

◆ 백기종: 많죠. 예를 들어서 유명한 가수였죠. 오디션 가수 출신인데 허각이라든가 박상민 가수라든가, 이런 사람들을 실제 본인들이 주변에다가 비슷한 외모나 차림을 하고 행사나 업소에 출연해요. 그리고 그 사람, 예를 들어 박상민 씨 같은 경우는 실제로 비슷한 모습으로 해서 본인이 마치 진짜 박상민 가수인 것처럼 행세하고 사인도 해주고. 

◇ 노영희: 그런데 그건 콘셉트로 그렇게 한 거 아니에요?

◆ 백기종: 아니에요. 이것도 주변에다가 정말 내가 박상민이다 하는 식으로 얘기하는, 본인이 진짜 리플리증후군 현상이 나타나요. 그래서 실제로 계약도 하고 사인도 해주고, 이런 형태가 있는데 결국 리플리증후군이라는 것도 결국 뭐냐면 신분상승의 원인이거든요. 이런 부분이 결국 상습적인 거짓말에 내가 진짜 현실의 주인공이고 그 사람이다라고 하는 자기인식이죠. 이런 부분들이 결국 리플리증후군으로 나타나서 이런 행위를, 다른 사람을 내가 진짜 그 사람인 것처럼 행세하는 형태가 나타난다는 것이죠.

◇ 노영희: 그렇군요. 심리적인 분석과 함께 실제 벌어진 사건에 대해서 이야기하니까 아주 재밌었습니다. 두 분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백기종, 최명기: 감사합니다.

◇ 노영희: 지금까지 백기종 전 팀장, 최명기 정신과 전문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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