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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 콤비→글로벌 듀오’ 봉준호·송강호 맺어준 ‘삐삐 메시지’

지난해 5월 제72회 프랑스 칸 국제 영화제 시상식에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받은 영화 ‘기생충’을 연출한 봉준호 감독(오른쪽)이 폐막식 직후 무릎을 꿇고 주연 배우 송강호에게 황금종려상 트로피를 전하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칸=AFP연합

오스카 4관왕의 영예를 안으면서 한국 영화의 새 역사를 쓴 ‘기생충’에서 찰떡 호흡을 맞춘 봉준호 감독과 주연배우 송강호의 17년 인연이 눈길을 끈다. 특히 두 사람을 이어준 건 다름 아닌 무선 호출기 ’삐삐’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일 오후 방송된 MBC 특집 프로그램 ‘기생충 아카데미 수상 기념, 감독 봉준호’는 송강호와 봉 감독의 특별한 인연을 재조명했다.

지난해 개봉돼 프랑스 칸 국제 영화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과 미국 아카데미영화제 4관왕을 휩쓴 기생충에서도 봉 감독은 기택으로 등장한 송강호와 함께 충무로 대표 콤비임을 증명했다. 나아가 이제는 글로벌 듀오가 된 둘을 이어준 건 이젠 옛 추억 속으로 사라진 1세대 통신기기인 삐삐였다.
무선 호출기 ‘삐삐’ 이미지. 온라인커뮤니티

당시 방송에서 송강호는 봉 감독과의 첫 만남과 그 이후를 기억했다.

송강호는 “(첫만남 후) 삐삐에 녹음된 봉 감독의 장문의 메시지를 확인했다”며 ”이번 작품은 이러이러한 이유로 같이 작업을 못 할 것 같지만 다음에 꼭 뵙고 싶다고 정말 정성을 다해서 저에게 녹음을 남겨놓은 것을 확인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어 “그게 굉장히 인상적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봉 감독은 “나에게 송 선배님은 단순히 배우 1명, 역할 하나의 의미를 넘어서는 부분이 있다“며 “그 분이 가진 에너지와 관객을 휘어잡거나 설득해낼 수 있는 그 능력들이 나에겐 무한하게 의지할 수 있는 어떤 부분으로 다가온다”고 추켜세웠다.

그러면서 “지금 이 부분을, 이 장면을, 이 대사를 송 선배가 한다고 머릿속에 전제가 돼 있으면 마음이 너무 편해진다“며 “더 과감해질 수 있다”고 진한 신뢰감을 드러냈다.

송강호 역시 “봉 감독과 20년 가까이 작업을 하다 보니까 기본적인 신뢰감이 있다”라며 “의심의 여지 없이 작업하는 것에 대해 기쁘게 생각하고 행복하게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송강호는 언론과 인터뷰에서도 봉 감독과 자신을 연결해준 삐삐 메시지를 회상한 적 있다.

지난해 6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봉 감독이 장준환 감독의 조연출이던 시절로 ’모텔 선인장’을 연출하던 1997년이었다”며 “영화 ‘초록물고기’를 보고 찾아온 게 봉 감독이었는데, 미팅 후 연락이 왔다”고 전했다.

아울러 “녹음을 남기면 공중전화에서 재생해 듣는 삐삐로 ‘지금은 연이 안 되지만 언젠가 당신과 꼭 좋은 기회에 만나서 함께 작품을 했으면 좋겠다. 오늘 만나주셔서 너무 감사한다’는 내용이었다”며 “전화기를 내려놓는데 웃음이 나더라”고 덧붙였다.

나아가 ”‘이 양반은 앞으로 나와 만나게 될지, 안 만나게 될지 모르지만 이 태도와 자세를 보니 뭐가 되도 되겠다. 이런 마음으로 사람을 만나고, 세상을 살아가면 뭐라도 되지 않을까’ 하는 기쁜 마음이었다”며 “그게 벌써 22년 전”이라고 당시 일화를 들려줬다.

이창동 감독의 97년 개봉작 초록물고기에서 송강호는 건달인 판수로 등장해 ’리얼’ 연기로 주목받긴 했으나 당시만 해도 무명 배우에 가까웠었다. 그런 그를 주목한 봉 감독의 눈이 이후 둘이 인연을 이어갈 수 있었던 계기가 된 셈이다.

노컷뉴스에 따르면 그로부터 3년 후인 2000년 송강호가 주연을 맡은 영화 ‘반칙왕’(김지운 감독)은 흥행에 성공했으나 봉 감독은 첫 장편영화 ‘플란다스의 개’를 내놨으나 관객 동원은 저조했다.

당시 ‘살인의 추억’ 시나리오를 쓰고 있던 봉 감독은 송강호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실제로 처음 영화를 통해 호흡을 맞추게 됐다.
봉준호 감독이 연출하고 송강호가 주연을 맡은 영화 ’살인의 추억’(2003년), ‘괴물’(2006년), ‘설국열차’(2013), ‘기생충’(2019년)의 포스터(왼쪽부터).

살인의 추억은 봉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영화로 2003년 상영됐다. 이른바 이춘재 연쇄 살인사건(화성 연쇄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한 이 범죄 스릴러물에서 송강호는 범인을 쫓는 형사 박두만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 영화는 그해 510만여명의 관객을 동원했고, 40회 대종상 영화제의 최우수작품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봉 감독이 한국판 블록버스터 괴수 영화를 표방하면서 2006년 내놓은 ‘괴물에서 송강호는 중학생 딸 현서를 둔 박강두로 등장한다. 다소 모자란 박강두였으나 딸을 채간 괴물과 맞서 사투를 벌인 송강호의 열연과 봉 감독의 꼼꼼한 연출은 920만 관객을 동원했고, 한국판 괴수 영화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을 듣는다.

동명의 프랑스 만화를 원작으로 한 봉 감독이 연출한 영화 ‘설국열차’는 2013년 930만명을 동원했다. 송강호는 열차의 보안 시스템을 설계한 남궁민수로 등장한다. 전 세계에 걸친 빈부 격차를 열차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집약적으로 표현해 작품성과 흥행성을 모두 보장했다.

장혜원 온라인 뉴스 기자 hodujang@segye.com
사진=MBC ‘기생충 아카데미 수상 기념, 감독 봉준호’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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