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1만명 교회간 대구 31번환자…`지역 슈퍼전파자` 될까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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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2.18. 오후 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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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서 첫 확진자…코로나 청정지역 영남도 뚫렸다

수도권 일대 누빈 30번 환자
동묘·스타벅스·용유도 방문

대구·서울 오간 31번 환자
병원 입원해 폐렴치료 받고
대중교통으로 호텔·직장 다녀

신천지, 확진자방문 쉬쉬하고
신도에 외부활동 독려해 논란

지역감염 확인땐 `심각` 격상
전문가 "입국제한 확대검토를"


◆ 코로나 새 국면 ◆

대구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18일 환자가 다녀간 대구시 동구 호텔에 영업 중단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 = 연합뉴스]
감염 경로를 파악하기 힘든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16일(29·30번)에 이어 18일(31번) 다시 발생하면서 보건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코로나19 청정 지역으로 환자 발생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영남권에서 감염 경로가 불투명한 첫 환자가 나오면서 더 긴장하는 모습이다. 국내 지역사회 감염 확산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불안감도 지역민 사이에 증폭되는 모양새다. 그동안 국내 확진자가 주로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에 집중됐고 전북 1명, 광주·전남 3명 등이었지만 영남권에서는 31번 환자가 나오기 전까지 환자가 1명도 없었다.

31번 환자로 판명된 61세 대구 거주 여성은 지난해 12월 이후 외국에 나간 적이 없고 기존 확진자와 접촉한 것도 아니어서 지역 감염자로 추정되고 있다. 대구시 등이 밝힌 이동 경로를 보면 회사, 병원, 교회, 호텔 등 다중이용시설과 대중교통을 자주 이용한 것으로 나타나 코로나19 '슈퍼 전파자'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키우고 있다. 31번 환자는 지난 17일 오후 3시 30분 발열과 폐렴 증세를 호소한 뒤 대구 수성구보건소를 찾았다가 코로나19 검사 결과 양성으로 판정됐다. 31번 환자는 지난 9일과 16일 남구 대명로에 위치한 신천지 대구교회에서 2시간씩 예배에 참석했다. 이처럼 31번 환자가 두 차례 방문해 예배를 봤는데도 이날 교회 측은 이 같은 사실을 신도들에게 알리지 않고 야외 활동을 독려한 정황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CBS 노컷뉴스에 따르면 신천지 측은 이날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사실은 전하지 않고 "오늘 성전 출입을 금한다. 자율활동의 날로 생각하라"는 공지를 전달한 것으로 밝혀졌다. 신천지 대구교회 신도 수는 8000~1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6일 확진된 29번 환자(82)의 아내 30번 환자(68)가 현재까지 접촉한 사람은 총 20명으로 파악됐다.

이처럼 지역 감염 확산 우려를 키우고 있는 29·30·31번 환자와 관련해 보건당국의 최대 관심사는 어떤 경로로 감염이 됐는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정은경 질본 본부장은 "중국 여행을 다녀온 분들이 경증 증상을 보였는데 이것이 인지되지 않은 채 한 단계 거쳐 전염됐을 가능성이 현재로선 가장 높다"며 "이렇게 되면 감염원을 찾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인다"고 설명했다.

의료계는 외국여행을 다녀온 적도 없고 기존 확진자와 접촉하지 않은 종로구 거주자 29·30번 환자와 31번 확진자가 나타남에 따라 지역사회 감염(community acquired infection) 가능성에 시급히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역사회 감염은 확진환자 감염 경로가 역학적으로 규명되지 않는 것을 뜻한다"고 정의한다. 지역 감염은 감염자가 불특정 다수에 묻혀 지역사회 주민들에게 무차별로 바이러스를 전파시키기 때문에 무섭다. 전병율 차의과학대 보건산업대학원장(전 질병관리본부장)은 "깨끗한 하얀 종이(비감염)가 감염이라는 먹물에 의해 서서히 오염되어가는 게 지역사회 감염"이라며 "이미 지역사회 전파가 시작된 것으로 알려진 일본, 싱가포르, 홍콩 등처럼 우리나라 역시 지역사회 감염이 현실화하면 확진자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열린 '코로나19 사회적 충격과 전망' 간담회에서도 의료 전문가들은 기존과는 다른 양상으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나타나면서 바이러스가 방역망을 벗어나 지역사회에 퍼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 사회는 3.6단계만 거치면 대부분 아는 사이가 될 만큼 좁다"며 "바이러스가 방역망을 뚫고 지역사회에 퍼졌다면 확진자 동선을 따지는 역학 분석도 의미를 잃어 사회가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경고했다. 천병철 고려대 의대 교수는 "지역사회에서 환자가 폭발적으로 발생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발생 가능성이 낮지만 국소적인 유행이 이어질 확률은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지역사회 감염이 최종 확인되면 기존 감시 체계와 검사를 재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역사회 감염 단계에서는 확진자 접촉을 추적하거나 격리하는 방역 체계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지금보다 진일보한 포괄적인 방역망 구축과 더불어 입원한 폐렴 환자에 대한 코로나19 전수조사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전망이다. 또 병원 입원 환자들 역시 원내 감염 가능성이 높아 병원들도 입출입 통제를 훨씬 강화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18일 코로나19 유입을 막는 차원에서 서울대병원은 병원 내 6개 건물에 출입구를 9곳만 남기고 나머지 출입구는 모두 폐쇄하기로 했다.

방역당국이 29·30·31번 환자에 의한 지역사회 감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면 전염병 감시 단계도 현재 '경계'에서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올려 지금보다 훨씬 강도 높은 방역대책을 시행할 수밖에 없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감염 환자를 응급치료하던 의료진이 감염되고 다수 '슈퍼전파' 사건이 생긴다면 이럴 때 심각 단계를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의협은 "지역사회 감염이 확산되면 최전선이 될 동네의원과 중소 병원이 참여하는 민관 협의체를 즉각 구성하고, 나아가 입국 제한 조치를 중국 전역으로 확대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병문 의료전문기자 / 서진우 기자 / 이진한 기자 / 대구 = 우성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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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우성덕 기자입니다. 대구경북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로컬 뉴스의 새로운 가치와 재미를 선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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