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다졸람은 망각효과 높고 프로포폴은 빠른 마취 가능…용도따라 다양한 마취제들
'강남의 한 피부과에서 프로포폴 맞은 환자 20여명 패혈증 진단', '자기공명영상(MRI)검사 위해 프로포폴 투여 후 환자 의식불명', '유명 연예인 수십차례 프로포폴 투약 혐의로 집행유예 선고'….

매년 발생하는 프로포폴 관련 의료사고다. 빠른 시간에 마취할 수 있어 수술이나 간단한 검사 를 할 때 자주 사용되는 프로포폴이지만 일각에서는 다양한 사건사고 때문에 프로포폴 사용을 반대하기도 한다.

수면마취제는 종류에 따라 장단점이 다르다. 따라서 어떤 마취제를 쓰는 것이 옳다고 말하기 어렵다. 각종 사고 때문에 마취제에 대한 두려움이 크지만 보관과 사용법만 정확하면 환자와 의사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약물이다. 각종 수면마취제에 대해 알아봤다.

수면마취제 중 많이 쓰이는 미다졸람은 중추신경을 억제한다. 진통작용이 거의 없지만 망각효과가 뛰어나다. 내시경 등 검사를 받을 때 통증은 그대로 느끼지만 검사를 받은 뒤 통증을 잊게돼 다음 수술이나 검사를 할 때 불안과 두려움을 줄여준다.

적절 혈중 농도에 도달하면 진정효과나 기억상실효과 뿐 아니라 술을 마신 것처럼 이완되는 효과를 낸다. 심혈관계 억제 효과는 적지만 주사 후 혈압이 다소 낮아질 수 있다. 지나치게 많이 투여하면 무호흡 상태가 되기도 한다.

케타민은 수면마취를 할 때 미다졸람이나 프로포폴과 함께 쓴다. 호흡억제가 적어 기도를 유지하는데 도움되고 진통을 줄여준다. 다만 뇌혈류와 뇌압이 증가돼 뇌혈관 질환이나 간질이 있는 환자에게는 사용하지 않는다.

케타민을 투여하면 심박수와 혈압이 높아진다. 많이 투여하면 심장근육 움직임을 억제하기도 해 관상동맥질환이나 고혈압 환자에게는 사용할 수 없다. 미국에서는 우울증 치료제로 활용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지만 남용하거나 잘못 사용하면 부작용으로 환각, 망상, 악몽 등이 나타날 수 있다.

프로포폴은 정맥으로 투여하는 수면마취제다. 수면 내시경이나 간단한 시술, 성형수술 마취제로 쓰인다. 다른 마취제보다 마취 유도까지 걸리는 시간이 적다. 회복도 빠르다. 건강한 성인이라면 프로포폴을 투여해도 간에서 대사돼 체내에 남지 않고 소변으로 모두 빠져 나온다. 다른 마취제와 달리 오심, 구토 증상이 없어 환자와 의사 모두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나치게 많이 투여하거나 중독되면 일시적으로 호흡이 멈추거나 저혈압 등 합병증이 생길 위험이 있다. 심하면 호흡이 멈춰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세계적 팝스타 마이클 잭슨의 사인도 프로포폴 오남용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2009년 통제물질로 지정됐다. 한국에서는 2011년부터 중점관리품목 마약류로 지정됐다. 이혜진 아이디병원 원장(마취과 전문의)은 "프로포폴은 향정신성 의약품이기 때문에 반드시 잠금 장치가 있는 곳에 일반 약품과 구별해 보관해야 한다"며 "사용 전 용기에 표기된 유통기한을 확인하고 유통기한이 지난 약물은 즉시 폐기 처리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프로포폴은 대두유(콩기름), 정제란인지질(난황) 등이 함유된 제형 특성상 외부에 노출되면 세균번식 위험이 크다"며 "2~25도에서 밀봉상태로 보관하고 개봉 후 6시간 안에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 잔량은 모두 폐기해야 한다"고 했다.

프로포폴은 장시간 투여해도 회복이 빠르다는 장점 때문에 소화기 내시경, 외래 수술, 미용성형이나 시술 등에 폭넓게 사용된다. 정맥에 주사하기 때문에 흡입마취제보다 투여 방법이 간단해 국내서 가장 널리 쓰인다.

프로포폴을 사용할 때는 마취과에서 수련 받은 의사가 투여하고 환자의 기도유지를 위한 장치, 인공호흡, 산소공급을 위한 시설이 갖춰져야 한다. 심혈관계 소생술도 실시할 수 있는 시설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일부 병의원에서는 경영상의 어려움, 의료진 원가 절감 등의 이유로 마취과 전문의 대신 다른 과 의사나 간호사, 간호조무사가 투여하는 일도 빈번하다. 박상훈 아이디병원 대표원장(성형외과 전문의)은 "프로포폴은 마취 깊이의 조절이 쉽고 마취 후 회복이 빨라 내시경, 성형외과 시술 및 수술에 많이 활용된다"며 "그러나 마약류 품목으로 분류됐기 때문에 전문의가 철저히 관리하고 사용해야 한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