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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암살 사건 '남산의 부장들'이 김재규 미화?…"나는 군인이었고, 혁명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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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뉴스 김명수 기자) 뉴시스에 따르면 영화 '남산의 부장들'이 흥행하면서 일각에서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을 미화했다'며 '역사 왜곡이 아니냐'는 반응도 일고 있다.

역사와 실제를 다룬 영화의 태생적 한계다. 동전의 양면처럼 개봉후 논란은 흥행을 좌우하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해 개봉한 '나랏말싸미'는 송강호, 박해일이라는 걸출한 배우를 앞세웠음에도 불구하고, 한글 창제의 주역을 신미 스님으로 그려 관객의 비판과 함께 흥행에 대참패했다.

'남산의 부장들'은 그런면에서 더 민감하다. 현재도 역사적 평가가 분분한 근현대사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감독도 배우들도 이런 부담을 껴안아야 했다. 대신 우민호 감독은 실제 사건과 실존 인물의 이름 대신 새 이름을 부여했지만, 그 이름은 김재규, 차지철, 박정희로 더욱 각인된다.

영화의 설정만 보면 '김규평=김재규 중앙정보부장', '곽상천=차지철 대통령 경호실장', '박통=박정희 대통령', '박용각=김형욱 중앙정보부장', '전두혁 보안사령관=전두환 전 대통령'임을 단숨에 알아차릴 수 있다.

이병헌, 영화 '남산의 부장들'. (사진=쇼박스 제공)
이병헌, 영화 '남산의 부장들'. (사진=쇼박스 제공)

이병헌, 이성민, 곽도원, 이희준 등이 출연한 ‘남산의 부장들’은 동아일보 기자 출신인 김충식 가천대 부총장이 쓴 동명의 논픽션 베스트셀러가 원작이다. 1979년 제2의 권력자라 불리던 중앙정보부장(이병헌)이 대한민국 대통령 암살사건을 벌이기 전 40일 간의 이야기를 그렸다. 

영화는 전 중앙정보부장 '박용각'(곽도원)은 미국 의회 청문회를 통해 자국에 들어선 독재정권의 실체를 고발한다. 그의 후속 폭로를 막기 위해 중앙정보부장 '김규평'(이병헌)과 청와대 경호실장 '곽상천'(이희준)이 나선다.  18년 집권 정부 대통령과 2인자였던 전 중정부장의 이야기, 2인자 자리를 놓고 빚어지는 중정부장과 경호실장이 대립한다.

실제했던 사건이 재연되는 영화는 진영논리로 좌우가 갈린 현 시국에서 "창작의 자유를 확보하고 싶었다"는 우민호 감독의 토로와 달리 '박정희 암살' 배경에 다시 관심이 쏠리게 한다. 

영화 마지막, 박정희 대통령을 암살한 김재규의 실제 법정 육성이 나온다. "나는 군인이었고, 혁명가였다"며 "민주화 혁명을 위한 것이었다"는 말을 들려준다. 영화에서 친구인 김형욱까지 죽였지만 충성경쟁에서 밀려 변심한 것 같은 김재규를 '유신독재를 끝낸 민주화 혁명가'로 미화하는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 수 있는 부분이다.

영화전문가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공감하는 관객도 많기 때문에 흥행 성적도 좋다. '남산의 부장들'은 원작 자료(동아일보 김충식 기자의 취재록)를 바탕으로 만들어져 팩트에 근거하고 있다. 논쟁 자체는 건강하다. 활발한 논쟁이 있다 보면 더 객관적이고 균형적인 담론이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항이기 때문에 논란은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도 "영화가 특별한 왜곡은 없어 보인다"고 했다. "당시의 분위기를 전달하면서 작가의 상상력이 약간 들어간 수준이라면 그걸 가지고 정치적으로 비난하는 건 부적절한 태도라고 본다"고 짚었다.

정덕현 문화평론가 역시 "이런 종류의 논란 자체는 건강하다고 본다.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 자체를 풍요롭게 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역사적 사건을 모티브로 영화를 창작하는 감독들은 본질적인 팩트를 건드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헌식 평론가는 "픽션 영화라도 기초 사실에 기반해야 한다는 의식이 있어야 한다. 그러면서도 단편적인 팩트가 담아내지 못한 큰 그림이나 사실과 사실 사이의 맥락을 파악해, 현재의 시대 정신과 자유 민주주의 원칙 등에 맞게 연출하고 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덕현 평론가는 "역사를 다루는 건 해석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면서 "중요한 건 본질적인 부분들을 건드려서는 곤란하다. 역사적 팩트를 바꾸는 건 상상력이 허용하는 범위를 넘어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재근 평론가는 "'나랏말싸미'의 경우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한 걸로 돼 있는데 갑자기 스님이 만들었다는 식으로 엉뚱한 왜곡을 했기 때문에 비난 받은 것"이라며 "사실 왜곡을 하지 않고 반인륜적인 사건을 희화화하거나 가볍게 다루지 않는 바탕 위에서 작가적 상상력이 발휘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근현대사에 있어서는 더욱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재근 평론가는 "근현대사를 바탕으로 한 영화는 아무래도 현재 직접 관련된 사람들이 생존해 있으니 사실관계를 잘못 적시하면 그분들이 피해를 받을 수 있다. 그런 부분들을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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