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지역 방역망…관건은 드러나지 않은 '환자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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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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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기존확진자 접촉 없어 / 마스크 착용 없이 다중시설 이용 / 다른 감염자 발생 가능성 높아져 / 31번 환자 다닌 교회 신도 많아 / 노출 상당… 교회 전체 진단 검사 / 당국 “전국적 위험 확산은 아냐”

대구시 중구 경북대학교 병원에 긴급 이송된 코로나19 의심 환자가 도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감염원과 감염경로가 파악되지 않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잇따르고 있다. 이로 인해 대구의 한 종교시설에서는 확진 환자 10여명이 확인됐다. 보건당국은 지역사회 감염이라는 판단을 미루고 있지만, 이미 시작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드러나지 않은 환자들을 신속히 찾아내지 못하면 피해는 더 커질 수 있다.

19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지금까지 29∼31번, 40번 4명의 감염원을 알 수 없는 환자가 발생했다. 이들은 모두 해외여행력이 없고 기존 확진자와의 접촉도 확인되지 않았다.

31번 환자(61·여·한국)는 마스크도 제대로 착용하지 않고 병원 입원, 교회, 호텔 예식장과 뷔페 등을 돌아다녔다. 이날까지 파악된 접촉자는 166명으로, 병원 접촉자가 128명이다. 31번 환자가 입원한 새로난한방병원 행정직원이던 여성(33번 환자)이 양성으로 확인됐다.
특히 31번 환자가 다닌 대구 남구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 다대오지파대구교회에서 31번 환자 외에 14명이 무더기로 확인됐다. 상당수가 31번 환자 확진 후 선별진료소가 아닌 대학병원 응급실을 방문해 검사를 받았다고 한다. 발열이나 기침, 오한, 근육통 등 증상이 나타난 경우가 많아, 이들과 접촉한 사람 중에서도 추가 확진자가 나올 수 있다.

모두 31번 환자로부터 감염된 것인지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검역당국은 설명했다. 알 수 없는 감염원이 교회 내에서 전파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이야기다. 정은경 중대본 본부장은 “어느 날짜에 어떤 층에서 예배를 봤는지에 대한 시간과 공간에 대한 분석을 진행하고 있어 어느 분이 지표환자이고 누가 감염원이었는지에 대한 것은 아직 31번 환자라고 단정 짓기 어렵다”며 “교회에서 추가적인 접촉자와 양성자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교회 전체에 대해 선별검사와 진단검사를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 본부장은 “대구 지역에 신도수가 많아 어느 정도 지역사회 노출이 상당히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추가 환자 발생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교회 관련된 분은 대구 보건당국 조치에 잘 따라달라”고 당부했다.

40번 환자(77·남·한국)는 서울 성동구 주민이다. 지난 11일 기침 증상이 발생했다. 이어 18일 고열로 한양대병원 외래를 방문했다가 CT로 폐렴이 확인된 경우다. 성동구는 자체적으로 위기대응 단계를 상향하고, 체육시설, 도서관, 복지관, 어린이집 등 공공시설을 임시휴관 조치했다.
서울 성동구의 한 거리에서 성동구보건소 관계자가 방역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9번(82·남·한국), 30번(68·여·한국) 환자는 서울 종로구에 사는 부부로, 지난 16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감염원이 확인되지 않은 국내 첫 환자다. 확진 사흘째지만 아직 감염원 조사 중이다.

29번, 30번 환자는 각 5일과 6일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코로나19를 의심하지 않았다. 30번 환자는 몸살, 감기 기운이 있어 약을 먹기도 했다. 그러나 29번 환자가 심근경색으로 찾은 병원에서 CT촬영 결과 폐렴이 나타나 코로나19 검사로 이어질 수 있었다. 만약 CT촬영을 하지 않았다면 코로나19인지 아직도 모르고 있을 수도 있었다.

29번, 30번 환자의 접촉자 중에서는 아직 추가 확진자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날 오전 9시 현재 29번 환자의 접촉자는 117명, 30번 환자는 27명이다.

방역당국은 이들의 지난 2주간의 행적과 만난 사람을 좇아 감염원·감염경로를 찾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대구시 남구 대명동의 한 종교시설이 폐쇄돼 주차장 차단기가 내려져 있다. 연합뉴스
문제는 확진자나 해외여행을 다녀온 사람과의 접촉력이 끝내 확인되지 않을 경우다. 알 수 없는 확진자가 지역사회에 머무르고 있고, 또 다른 감염자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방역구멍은 훨씬 더 커질 수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성동구 환자는 여행력과 확진자 접촉력이 없는 전형적인 지역사회 감염 사례이며, 대구는 지역사회에서의 슈퍼전파 출현이 현실화한 것”이라며 “코로나19의 잠복기와 특별한 치료 없이 무증상 또는 경증을 거쳐 회복됐을 감염사례까지 감안하면 현 상태는 빙산의 일각일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아직 지역사회 감염이라고 판단하기 이르다는 입장이다. 노홍인 중앙사고수습본부 총괄책임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29∼31번 환자의 경로추적을 정확하게 하는 게 먼저”라며 “역학조사 결과를 토대로 지역사회 확산으로 봐야 하는지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역사회 확산 가능성을 열어두고 이에 대처하기 위한 조치를 단계적으로 시행 중”이라고 말했다.

정 본부장도 “아직 전국적인 위험의 확산으로 판단하고 있지 않다”며 “대구는 국소적인 소규모 집단발병 사례”라고 말했다. 이어 “감염력이 있는 코로나19 경증상태에서 치료를 받지 않고 활발히 사회활동을 해 지역감염이 발생할 위험성은 인지하고 있다”며 “사례정의 확대, 검사 역량 증대 등을 통해 대비해왔고, 그래서 이런 역학적 연관성이 없는 사례들도 보고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코로나19 미성년자 첫 확진자가 발생한 19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한 초등학교에서 보건소 관계자들이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수원=뉴스1
▲국내 첫 초등생 확진자 발생 ‘긴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병 이후 국내에서 처음으로 초등학생 확진자가 나왔다. 그동안 어린이보다 노인과 기저질환자에게 발병률이 더 높고 위험하다고 알려졌던 통설이 깨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19일 페이스북을 통해 “장안구 천천동에서 자가격리 중이던 11세 여자 초등학생이 감염증 확진 환자로 판정됐다”며 “20번째 확진 환자의 딸이자 15번째 확진 환자의 조카”라고 밝혔다. 염 시장은 “이 환자는 15번째 확진 환자의 접촉자로 분류돼 지난 2일부터 자가격리를 시작했다가 지난 5일 20번째 확진자의 접촉자로 재분류돼 격리 기간이 연장됐던 상태”라며 “전날 미열 증상이 발생해 검체 검사 결과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 환자는 앞서 보름 동안 세 차례 진행한 검체 검사 결과에서는 모두 음성 판정을 받은 바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정례 브리핑에서 “이 환자는 현재 객담(가래) 등 경증의 증상을 보이고 있고 폐렴과 같은 다른 소견은 보이고 있지 않은 안정적인 상태”라고 전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이 코로나19 국내 발생현황 및 확진환자 중간조사 결과 등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의 경우 치명률이 낮아 조기 발견이 중요한데 어린이보다 노인과 기저질환자에게 발병률이 높고 더 위험한 것으로 알려져 정부도 주로 노인들이 모여 있는 요양병원에 대한 전수조사를 추진해 왔다.

전문가들은 32번 환자를 계기로 특정 연령대는 감염의 위험성이 낮다는 식으로 예단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중국에서도 이미 생후 38개월 된 아이부터 90대 노인까지 모든 연령에서 감염자가 나오고 있다.
김우주 구로고대병원 교수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어린이들은 감염에 노출되는 기회가 적어 감염률이 낮은 것일 뿐, 특정 성별과 연령에서 바이러스가 더 빨리 퍼지진 않는다”고 말했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코로나19는 어린이들의 발생이 많지 않다는 역학적 특징을 보이고는 있지만 어린이의 감염률이 실제로 낮은지 혹은 확진자와의 접촉이 적었던 것인지는 파악되지 않았다”며 “어린이 감염이 낮다는 것은 처음부터 근거없는 설”이라고 했다.

이날 교육부는 32번 환자가 다른 학생들과 접촉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초등학생이 다니는 경기도 수원 초등학교는 1월3일 종업식을 했다”면서 “이후 학교의 다른 학생들과 접촉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 학생이 방학 기간이었던 1월4일부터 2월2일까지 학원 등 다른 장소를 다녔는지는 방역 당국 역학조사로 밝혀질 전망이다.

이진경·유지혜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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