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지역감염 시작됐는데…대구는 벌써 격리입원 시킬 음압병상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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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2.21. 오전 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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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적으로도 음압병상, 755개 병실 1027개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 총 161병실의 198개 병상 뿐

대구 병상부족 현실화…확진자 34명 중 7명 못구해

20일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82명까지 급증하자 정부는 "지역사회 감염 전파가 시작됐다"고 밝혔다.

전날 대구 지역 대학병원 4곳 가운데 확진자들이 방문했던 경북대·영남대·계명대 등 3곳의 응급실은 폐쇄됐으며 대구 지역은 기압 차이를 만들어 공기 중 바이러스를 병실 밖으로 못 나가게 잡아두는 병실인 ‘음압병상’ 부족 문제가 현실이 됐다. 대구 시장이 확진환자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경우 음압병상 격리입원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선 것이다.

영남 지역 확진자 34명 중 15명을 근처 음압병동으로 이송했고, 19명의 환자는 이날 오전 타지역에서 확보한 12개 음압병상에 입원시킬 예정이지만 나머지 7명이 각각 들어갈 곳이 부족한 상태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공공병원이 전담 치료 역할을 수행해야하는 입장이기에, 대구의료원을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하고 치료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중앙감염병 전문병원은 메르스 이후에 국립중앙의료원이 조건부로 지정되어 있지만 복지부 중수본에서 병상 평가가 진행 중이며 다른 시·도에서도 확진환자가 늘어났을 때를 대비하는 병상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20일 오전 대구시 서구 중리동 대구의료원 선별진료소에 코로나19 의심 환자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현재 국가지정 입원 치료 병상을 운영하는 의료기관은 전국 29곳이다. 기압 차이를 만들어 공기 중 바이러스를 병실 밖으로 못 나가게 잡아두는 시설인 음압 병상은 국가지정의 경우 전국 총 161곳에 불과하다. 민간 병원을 포함하더라도 전국의 음압 병상(작년 12월 기준)은 755개 병실의 1027개 뿐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 중 대구 지역의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음압병실 부족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현재 대구시 확진자 34명 중 15명은 대구의료원(10명), 경북대병원(2명), 계명대(2명), 영남대(1명) 등에서 입원 치료 중이다. 남은 환자는 19명인데 이날 오전 기준 타 지역에서 추가 확보한 음압병실은 12개뿐이며 7개실은 확보하지 못했다. 대구시는 현재 대구의료원 라파엘 병동 전체를 비워 88개실을 확보할 방침이라고 밝혔지만, 현재와 같은 확산속도로는 병실 부족 사태가 우려된다고 했다.

권영진 대구 시장은 "앞으로 확진환자의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 음압병실 격리입원이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한다"며 "보건당국에 중증환자는 음압병실로, 경증환자는 1인 1실의 일반병실에 입원시키는 방향으로 정책 전환을 요구했다"고 했다.

방역당국은 코로나19와 같은 새로운 감염병이 등장하면 방역 체계를 마련하고 적극 대응하기 위해 지역 거점 병원, 민간 의료기관 등이 보유한 음압병상을 동원한다. 하지만 현재 속도로 확진자가 늘어나면 ‘돌려막기’ 식으로는 결국 한계에 닿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음압병실을 지역별로 보면 서울이 239개 병실, 383개 병상으로 가장 많다. 경기 143개 병상을 제외하면 부산(90개 병상), 경남(71개 병상), 대구·인천(각각 54개 병상) 등은 100개 병상에도 미치지 못한다. 특히 31번째 환자(61세 여성, 한국인)를 시작으로 대구·경북 지역에서 환자가 연이어 나오면서 경북도는 음압병상 부족 문제를 겪고 있다. 동국대 경주병원, 도립의료원인 포항·김천·안동 의료원을 격리병원으로 지정한 후 기존에 중환자나 호흡기 질병으로 격리 치료 중인 환자들이 음압 병상을 사용해왔기에 대구시와 지역 병·의원 측은 이들을 다른 병실로 이전 조치하는 임시 방법으로 확보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환자가 지금 같은 속도로 계속 늘면 방역당국 입장에서는 고민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음압 병상은 물론 의료진 등 자원이 한정된 탓이다. 중앙사고수습본부 등 방역당국은 특정 지역에서 병상이 부족할 경우 인근 자원을 활용하는 방안을 우선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병상이 부족한 상황이 생기면 인근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해 다른 지역의 병상을 이용할 수 있도록 방역당국이 함께 움직일 계획이라는 것이다.이에 대해 의료계에선 환자를 전국 각지에 나눠 분담할 경우, 긴급 이송 문제도 함께 고민해야한다고 지적한다.

의료계에서는 지역사회 감염 시작단계인 현재 ‘투트랙 시스템’을 서둘러 정착시켜야한다는 목소리도 커진다. 대한의사협회는 보건소, 선별진료소 등을 확진자들을 최전선에서 처음 맞이하는 역할을 하는 기관으로 승격하고 국공립병원 중에서는 의료원부터 일반환자를 비워 의심환자를 집중 치료하는 방식으로 분리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에는 국립중앙의료원·서울대병원·서울의료원·중앙대병원·한일병원, 부산에는 부산대병원·부산시의료원, 대구에는 경북대병원·대구의료원 등이 이에 해당한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증상이 경미하고 무증상자까지 감염을 일으켜서 지금 상황으로는 (중국 우한에 대한 조치 같은) 특정지역 봉쇄가 중요한게 아니다"라며 "의심환자를 전국 각지에서 조기에 발견하고 바로 격리치료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의료계에선 현재 상태를 대규모 확산 바로 전 단계인 시작 및 진행 초기로 본다. 생사를 오갈 정도의 중증 질환자가 전체 확진자 중 20%정도 돼야 대규모 확산 단계지만, 아직까지 확진자들의 상태는 괜찮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확진 전의 환자들이 스스로의 상태를 잘 모르기 때문에 선별진료소 놔두고 바로 대학병원 의료센터로 곧장 갈때가 있는데 일반환자와 뒤섞여 폐쇄되는 것을 반복하다보면 의료기관의 기본 기능이 완전히 무너진다"며 "선별진료소가 선별진료기관이 돼야하며 250개 되는 보건소를 전담의료기관으로 만들어야한다"고 했다.

최 회장은 이어 "응급실이 폐쇄되면 긴급 의료와 방역 시스템이 붕괴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한 코로나 방역 체계의 최전선이 흔들린다. 응급실 의료진도 대거 격리되기 때문에 지역 응급 의료 서비스 기능이 정지되는 비상사태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전날인 19일 하루 동안 신규 확진자가 15명이 나온 대구는 확진자들이 들른 경북대병원, 영남대병원, 계명대 동산병원 등 대구의 3대(大) 대학병원 응급센터 3곳이 모두 줄줄이 폐쇄됐다. 이 중 계명대 동산병원은 20일 오전 7시부터 운영 재개됐지만 인구 240만명의 대구시와 주변 지역의 응급 의료를 책임지는 대구의 대학병원 응급실 4곳 중 3곳이 동시에 기능을 상실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보건복지부는 "경북대병원, 영남대병원은 확진환자 내원 후 응급실 운영 재개를 위해 소독 등 방역절차를 시행하고 있다"며 "코로나19로 인한 응급의료체계 운영상 애로사항을 개선하기 위해 최소 2시간 동안 시간당 6회 이상 환기하도록 수칙을 전달했고 의료진은 레벨D에 준하는 보호장비 착용 등을 안내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국적으로 음압병상은 총 755실의 1027병상이 있다. 이 중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은 총 161실의 198병상이다.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의 사용률이 높으면 지자체별로 공공병원, 민간 종합병원 음압병상을 순차적 사용 예정이라는 게 정부의 원칙이다.

20일 09시 기준 현재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은 확진환자, 의심환자 입원치료로 33.5% 가동 중이다. 지역별 사용률은 서울 51.6%, 부산 0%, 대구 87.5%, 인천 25%, 광주 16.7%, 대전 25%, 울산 0%, 경기 50%, 강원 0%, 충북 20%, 충남 42.9%, 전북 0%, 전남 0%, 경북 100%, 경남 0%, 제주 37.5% 등이다.

[전효진 기자 oliv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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