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영화 시간위의 집 스틸
사진 : 영화 시간위의 집 스틸

 

 21일 케이블을 통해 방영이 되고 있는 <시간위의 집(2017)>은 일상의 공간을 파고드는 숨 막히는 긴장감을 하우스 미스터리 스릴러라는 독창적인 장르 안에 담아냈다.

영화의 주된 배경이자 사건이 발생하는 공간인 ‘미희’의 집은 극을 이끄는 또 하나의 주인공. 과거 ‘미희’의 남편이 살해되고 아들이 실종된 장소로 범인으로 몰려 수감생활을 마친 그녀가 다시 돌아와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주 무대가 된다. 과거에 평범했던 가족의 따뜻한 공간에서 미스터리한 사건들이 일어나는 공간으로 변모, 더욱 높은 몰입감을 선사한다.

한편, ‘미희’는 그날 밤 다른 누군가가 남편을 살해하고 아이를 데려갔다는 말로 결백을 주장하지만, 누구도 그녀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다. 아들을 찾기 위해 집으로 돌아와 진실을 파헤치는 ‘미희’의 모습은 강렬한 서스펜스를 제공하며, 스릴러 장르의 묘미를 극대화시킨다.

또한, 집에서 일어나는 이해할 수 없는 사건들과 ‘미희’의 눈앞에서 사라져버린 아들 ‘효제’의 모습, 불안함을 자아내는 ‘장지관’, ‘만신’과 같은 캐릭터의 등장은 미스터리 요소를 증폭시키며 <시간위의 집>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처럼 한정된 집이라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파헤치며 밀도 높은 긴장감으로 관객들을 몰아붙이는 하우스 미스터리 스릴러 <시간위의 집>은 기존 한국 영화에서 찾아볼 수 없는 신선한 소재와 흥미로운 이야기로 관객들을 매료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간위의 집>은 주인공 ‘미희’의 집에서 일어나는 미스터리한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로, 극의 주 무대인 집이라는 공간의 분위기와 미술이 매우 중요하게 작용했다.

백경인 미술감독은 “집에서 벌어지는 일들의 비중이 굉장히 컸다. 그러다 보니 집이 굉장히 중요했다.”고 말하며 완벽한 스릴러의 공간으로 집을 표현하기 위해 기울였던 노력을 언급했다. 폴란드 화가 벡신스키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은 그는 집 외부 컨셉을 전체적으로 색을 적게 사용해 건조하면서도 암울한 느낌을 줄 수 있도록 기획했으며, 담쟁이 넝쿨을 이용해 오래도록 사람이 살지 않은 황량한 분위기를 표현했다.

또한, 내부는 엔틱한 소품들과 벽지, 커튼 등을 사용해 화면에 공간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어둡고 긴장되게 담아내려 애썼다. 이에 더해, 실제 집 외부의 넓은 정원과 큰 나무들이 감싸고 있는 주변 조경들을 활용하고, 일본식 가옥 구조를 갖추고 있는 집 안 내부의 모습을 마치 미로 같은 느낌이 들도록 화면에 담아내 영화의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켰다.

한편, 25년 전의 행복했던 ‘미희’의 집과 현재의 황량하고 ‘미희’ 홀로 남겨져 있는 집을 대조적으로 나타내기엔 미술이나 소품만으로 한계가 있었고, 이 부분은 후반 작업을 통해 보강될 수 있었다. 2017년 현재 ‘미희’의 집은 블루톤이 묻어나는 탈색 효과(일명 bleach bypass기법)를 이용해 상대적으로 적은 색채감과 뚜렷한 명암대비를 통해 25년이라는 세월 동안 정리되지 않고 버려져 있던 황량하고 쓸쓸한 느낌의 집과 그 안에 홀로 남아있는 절망적인 ‘미희’의 감정을 효과적으로 담아냈다.

그 반대로 1992년 ‘미희’의 집은 밝고 분명하며 채도가 높은 화려한 색감으로 표현해 행복했던 과거의 모습을 나타냈다. 하지만, 유일하게 지하실은 최대한 모든 효과를 배제시켰다. 임대웅 감독은 “지하실이란 공간은 <시간위의 집>에서 가장 키워드가 되는 공간이다.”라며 인위적으로 어떠한 효과를 주기보다는 현실과 비현실 사이에 존재하는 공간으로 지하실을 표현,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배가시켰다.

이렇듯 미술과 후반 작업을 통해 완성된 ‘미희’의 집은 완벽한 스릴러의 공간으로 재탄생,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영화를 보는 관객에게 몰입을 하게 만들었다는 평가다.

/정유진 기자 online0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