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직원·환자 615명 뒤섞인 대남병원…"日크루즈선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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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2.21. 오후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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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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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입구 쇠사슬로 걸어 잠가
입구엔 격리자용 물품 쌓여

확진자들 일반병실서 대기
간호사 등 의료진 5명도 확진

정신과 폐쇄병동 100여명 입원
추가 확진자 쏟아져 나올듯


◆ 코로나 공포 / 코로나 사망자 2명 발생 청도 대남병원 가보니… ◆

대구·경북 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 사이 41명이 늘어난 21일 오전 경북 청도 대남병원에서 방역복을 입은 의료진이 확진환자를 부축해 구급차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21일 낮 12시 30분 경북 청도군 대남병원.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중 처음으로 사망자가 나온 이 병원 주변은 적막하기 그지없었다.

병원 주변은 인적이 끊겼고, 병원 입구는 안쪽에서 쇠사슬로 잠겨 있었다. 입구 앞에는 이날 아침에 도착했을 신문과 우편물이 방역 작업 탓에 푹 젖어 있었다. 병원 격리자를 위한 컵라면 박스도 보였다.

병원 안에는 격리된 환자들이 있었지만 낌새조차 느끼기 힘들었다. 하얀 방역복을 입은 방역자들만이 병원 입구와 주변에서 방역 작업을 하고 있었다. 인근 약국에서 만난 한 주민은 "병원에 연락해보니 진료할 수 없다고 했다. 병원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날 현장에서 본 대남병원은 5층 규모인 청도군민건강관리센터 일부분에 불과했다. 청도군민건강관리센터라고 이름 붙여진 건물 안에는 대남병원을 비롯해 군립 청도요양병원, 청도보건소, 효사랑실버센터, 건강증진센터 등 시설이 있고, 각 시설은 내부 통로로 연결돼 있는 구조다. 대남병원은 정신병동(5층)과 일반병동으로 구분돼 있는데 정신병원은 폐쇄 병동이라 면회와 출입이 제한된다.

이날 대남병원에서 확진자 1명이 추가로 발생해 총 확진자는 16명으로 늘어났다. 이 가운데 4명이 부산과 경주 지역 대형병원으로 이송됐고 부산으로 이송된 확진 환자 1명(54·여성)이 오후 늦게 사망하면서 코로나19 국내 사망자 2명 모두 대남병원에서 발생했다. 나머지 3명도 비교적 중증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 폐쇄적인 건물 구조 탓에 대남병원이 수많은 코로나19 사망자를 낸 일본 크루즈선(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이 되는 것 아니냐는 경고가 있었는데 잇단 사망자 발생으로 불안감이 한층 증폭된 상태다. 정신병동은 장기 입원 환자가 많기 때문에 면역력이 약해져 코로나19가 치명적일 수 있다.

대남병원 내 의료진과 보조 인력들도 대거 확진자 판정을 받으면서 병원 내 감염 가능성도 커졌다. 의료진은 환자들과 접촉이 많고 자유롭기 때문에 더 많은 환자에게 질병을 옮길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대남병원 건물은 4개 시설이 서로 연결돼 있어 감염병 확산 속도가 일반 병원보다 빠를 수밖에 없다.

경북도에 따르면 센터 건물 내 환자와 직원 수는 600여 명에 이른다. 보건당국은 이들에 대한 전수 검사를 진행하고 있어 확진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방역당국은 대남병원 의료인 등 5명이 감염되자 '동일집단(코호트) 격리'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호트 격리는 특정 질병에 감염된 사람들만 따로 병원에 격리하는 조치다.

대남병원 정신병동에서만 확진자가 쏟아진 것도 미스터리다. 정신병동은 출입이 제한적이고, 외부인 접근도 힘들기 때문에 환자들이 어떻게 코로나19에 감염됐는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지난 19일 확진자로 판정받은 50대 남성 2명은 외출한 적도 없고 외부인 접촉도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대남병원과 신천지 교회 간 연관성도 주목된다. 이달 초 대남병원 옆 장례식장에서는 이만희 신천지 지도자 형의 장례식이 있었고, 자연스럽게 일부 신천지 교인들이 장례식장을 찾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청도군 관계자는 "장례식장에 중국인들도 왔다는 말이 있는데 확인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날 경북도는 대남병원에서 확진자가 늘어나자 정신병동 환자를 모두 국립 정신병원으로 이송해 줄 것을 건의했다. 정부는 확진자가 발생한 정신병동 입원 환자 102명 중 확진자 11명(사망 2명 포함)을 제외한 91명에 대해 검체 검사를 한 뒤 음성으로 확인되면 국립부곡정신병원으로 이송할 예정이다.

[청도 = 서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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