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망 밖 감염자 1명이 일으킨 연쇄효과…전방위로 퍼졌다 [‘코로나19’ 확산 비상]

입력
수정2020.02.21. 오후 11:03
기사원문
박채영 기자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질본, ‘오리무중’이었던 29번째 확진자의 추정 감염경로 발표

3번 환자에서 시작돼 6번 ‘교회’·83번 ‘노인복지회관’과 연결

대구 신천지도 대표 사례…환자 급증에 역학조사 체계 바뀔 듯


최근 급증하고 있는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추이는 방역망 밖에 있던 1명의 감염자가 일으킬 수 있는 연쇄효과가 얼마나 큰지 보여준다. 3번째 확진자에게서 시작돼 서울 종로구 노인종합복지관까지 이어진 바이러스 전파 경로와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는 신천지 대구교회의 여파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 접촉자 관리 구멍이 빚어낸 결과

21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는 한동안 오리무중에 빠져 있던 29번째 확진자의 추정 감염경로를 발표했다.

그의 감염경로를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3번째 확진자 ㄱ씨가 나온다. ㄱ씨는 중국 우한에서 무증상 감염 상태로 입국해 공항 검역을 무사히 통과했다. 그는 증상 발현 후 가까운 지인인 6번째 확진자 ㄴ씨와 한 테이블에서 한 시간 동안 함께 식사를 했다.

ㄴ씨는 이후 서울 종로구 명륜교회 예배에 참석했다. 이때 같은 예배에 참석한 83번째 확진자 ㄷ씨가 ㄴ씨에게 감염된 것으로 보인다. 방역당국은 ㄴ씨가 확진자로 판정나자마자 그와 접촉한 사람들을 자가격리 시켰지만, 그 접촉자 중 ㄷ씨는 포함되지 않았다. 역학조사관들이 교회 본당의 폐쇄회로(CC)TV나 면담조사 등을 통해 밀접접촉자를 분류할 때 ㄷ씨가 누락된 것이다. 방역당국은 서로 모르는 사이인 두 사람이 CCTV에 잡히지 않는 사각지대에서 우연히 접촉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앞서 ㄴ씨도 ㄱ씨의 밀접 접촉자 명단에서 누락된 바 있다.

자가격리되지 않은 ㄷ씨는 평상시처럼 종로노인복지회관에 나갔다. 그곳에서 그와 함께 식사를 했다가 코로나19에 감염된 이들이 바로 29·56·136번째 확진자다. 이후 29번째 확진자의 배우자는 30번째 확진자가 됐고, 136번째 확진자의 배우자는 112번째 확진자가 됐다. 앞서 6번째 확진자의 경우도 아내와 아들이 10·11번째 확진자로 판정받은 바 있다.

즉, 3번째 확진자→6번째 확진자→83번째 확진자→29·56·136번째 확진자로 이어지는 역학적 연결고리에서, 그들의 가족에게까지 바이러스가 퍼져나간 셈이다. 초기 증상이 경미해 감염 사실을 알아차리기 어렵고, 경증일 때부터 전파가 가능한 코로나19의 특성 때문에 방역망 밖에 있던 1명의 감염자가 일으킬 수 있었던 연쇄 효과다.

■ 신천지 대구교회에서 확산된 바이러스

방역당국은 신천지 교인 중 가장 먼저 양성 판정을 받은 31번째 확진자 역시 다른 누군가에게 전염된 것이라 보고, 신천지 대구교회에 바이러스를 맨 처음 전파한 ‘주 감염원’을 추적 중이다. 아직 초기 감염경로는 밝혀진 바 없지만, 지금도 방역망 밖에 있을 그 감염원으로 인해 나타난 가공할 만한 전파력이 바로 현재 목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까지 발생한 총 확진자 209명 중 140여명이 신천지 대구교회와 관련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신천지 대구교회가 있는 대구 이외에 경북(8명), 서울(1명), 경남(4명), 광주(4명), 충북(1명) 등 전국 각지에서 신천지 관련 확진자들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충북에서는 신천지 대구교회에 다니는 여자친구를 만난 군인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경기 김포시에서는 교회와는 관련이 없지만 신천지 대구교회 교인인 31번째 확진자와 같은 결혼식을 다녀온 부부가 감염됐다.

경북 청도 대남병원에서는 2명이 사망하고 의료진을 포함한 15명이 집단감염됐다. 방역당국은 대남병원 역시 신천지와 관련된 것으로 보고 있다.

■ 역학조사 체계 바뀔 가능성

한편 불과 하루 사이에 확진자 수가 100명 넘게 늘면서 역학조사에도 차질이 생겼다. 환자가 하루에 한두 명 발생하던 한 주 전과 비교하면 CCTV와 카드내역, GPS 등을 이용해 이동경로를 일일이 파악하는 것이 어려워진 것이다. 정은경 방역대책본부장은 “다중이 노출될 수 있는 밀접한 공간과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조사를 하고 보완해 나가는 방법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지역사회 감염이 좀 더 광범위해지면 접촉자 추적보다는 의심환자를 조기에 찾는 선별검사와 선별감시 이런 부분들에 좀 더 역량이 집중돼야 될 필요는 있다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


▶ 장도리 | 그림마당 보기
▶ 지금 많이 보는 기사
▶ 댓글 많은 기사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자 프로필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사회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