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자님이 말씀하신 익살스러운 미소를 띈 가면은 '가이 포크스 가면'이라고 불리는 혁명과 자유의 상징같은 가면입니다. 때문에 아나키즘을 주장하는 브이나 정보의 자유를 주장하는 어나니머스가 착용하고 다니는 거죠.

가면의 모티브가 가이 포크스(Guy Fawkes)는 실존 인물입니다. 17세기에 발생한 웨스트민스턴 궁전 폭발 사건의 용의자로 체포되었다가 처형당한 인물 중 하나이기도 하고요.

영국에선 11월 5일 '가이 포크스 데이'에 테러 미수사건의 용의자인 가이 포크스가 잡혀 처형단한 것을 기념하는 날에 가이 포크스의 얼굴을 본딴 가면을 쓰기 시작한 것이 바로 가이 포크스 가면의 시초라고 합니다.

따지고 보면 브이 포 벤데타도, 어나니머스도 전부 가이 포크스 데이에 착용하던 가면을 따라 쓴 셈입니다. 어나니머스의 출연 이전부터도 이미 가이 포크스는 혁명과 자유의 상징이었으니 딱히 누가 누굴 따라했다고 보긴 뭐하죠. 그냥 상징적인 존재가 되어버렸으니 굳이 따지자면 삼색기같은 존재랄까요? 삼색기를 쓰는 유럽 국가들이 전부 시초인 프랑스 국기를 따라했기 때문에 그런 컬러의 국기를 쓰는 건 아니니까요. 그냥 상징이 되어버려서 쓴 겁니다.

굳이 따라 한 순서를 따져본다면

가이 포크스 본인 - 가이 포크스 데이 가면 - 어나니머스 - 브이 포 벤데타

가 되겠습니다. 사실 어나니머스가 처음 출연한 연도는 2003년, 브이 포 벤데타의 개봉 연도는 2006년입니다. 허나 둘 다 모티브는 서로에서 따온 게 아닌 가이 포크스 데이의 가면에서 따온 것이기 때문에 누가 누굴 배꼈다곤 못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