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에] '많이 본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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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2.16. 오후 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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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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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은태 (사)대구콘텐츠 플랫폼 공동대표
1020세대가 많이 본 뉴스는 '코로나 19' 기사가 많은 반면 5060세대는 정치 일색 뉴스만 많이 보는 경향이 있다.
권은태 (사)대구콘텐츠 플랫폼 공동대표


포털 제공 '연령별 많이 본 뉴스'
1020과 5060 관심 완전히 달라

세대 간의 공감은 관심에서 생겨
한 번씩 서로 곁눈질이라도 하길

하루 몇 번은 휴대폰으로 뉴스를 본다. 실은 포털 사이트가 차려주는 대로 읽는 거지만 꽤 장점이 있다. 우선, 언제 어디서고 주요 뉴스를 한눈에 훑을 수 있다. 그리고 뉴스 정보를 데이터마이닝(data mining)한 결괏값, 즉 실시간으로 생산되는 부가 정보도 확인할 수 있다. 뉴스포털 'N'사의 '연령별 많이 본 뉴스'는 그렇게 제공되는 서비스 중 하나다.

지난달 24일, 역시나 폰으로 뉴스를 뒤적이다 이곳에 눈길이 꽂혔다. 한 종류의 뉴스가 화면 가득 줄지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직은 그럴 때가 아닌데 1020세대가 '많이 본 뉴스'의 헤드라인이 모조리 '신종 코로나' 아니면 '우한 폐렴'이었다. 마스크를 끼고 다니는 사람도 잘 없을 때였고 첫 번째 환자가 발생했다고는 하나 분위기가 그렇게까지 심각하진 않았다. 그건 바로 옆, '3040세대가 많이 본 뉴스'만 눌러 봐도 금방 알 수 있었다. 코로나 관련 뉴스가 단 한 건도 순위에 올라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잠시 그런 생각을 했다. '이러다 바이러스보다 괴담이 더 빨리 퍼질 수도 있겠다.' 그리고 다음 날도 그랬다. 아래 세대의 관심은 여전히 '신종 코로나'에 있었고 위 세대의 관심은 역시 다른 곳에 있었다.

그런데 1월 말을 지나며 상황이 급전직하 나빠졌다. 감염 지역과 의심 환자 수가 대폭 증가하고 감염 환자 수도 두 자리로 늘었다. 사람들은 부랴부랴 마스크와 손 세정제를 찾았다. 수요가 폭증하자 물품은 금세 동나고 화면에 뜨는 '품절' 표시는 다시 불안과 공포를 증폭시켰다. 상황을 설명하는 정부 관계자들 얼굴에도 긴장이 묻어 났다. 사태의 추이를 전하는 속보가 이어졌고 확인을 하려면 더 자주 휴대폰을 꺼내 들어야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5060세대의 '많이 본 뉴스'가 눈길을 끌었다. 1위에서 5위까지를 남김없이 정치 관련 뉴스가 차지했기 때문이었다. '신종코로나 바이러스'가 사회 공통의 관심사로 떠올랐음에도 그곳은 그야말로 '코로나 무풍지대'였다.

이 '많이 본 뉴스'를 확인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가도 슬며시 궁금해졌다. '세상이 온통 난리인데 여긴 언제쯤 순위에 올라올까?' 하지만 다음 날도, 또 그다음 날도 5060세대는 끄떡하지 않았다. 그날, 50대가 '많이 본 뉴스' 1위에서 5위까지의 모든 헤드라인은 '추미애 아들 군 휴가 미복귀'였고 60대 이상은 여기에 '조국 아들 인턴 증명서'가 하나 더 있었다. 그뿐이었다. 그러고 보면 이런 일은 전에도 있었다. 태풍 '링링'이 왔을 때도, 고성에 산불이 났을 때도, 화성연쇄살인의 범인이 잡혔을 때도 이들 세대가 '많이 본 뉴스'는 언제나 '정치'였다. 그리고 지난주, 한국 영화가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는 꿈같은 일어 벌어졌을 때도 이들 세대가 제일 많이 본 뉴스의 헤드라인은 '사법 농단 폭로자라던 이수진의 두 얼굴'이었다.

그런데 같은 맥락에서 보면 아래 세대도 별반 다를 게 없다. 나라의 중대사보단 언제나 '연예인 스캔들'이 먼저이고 자신이 정치에 대해 무관심하고 모르는 것을 무슨 자랑이라도 되는 듯 말하기 일쑤다. 이토록 위 세대와 아래 세대의 관심이 한 번을 겹치지가 않는다. 나라가 휘청거릴 만한 일이 생겨도 그런다. 대신 '꼰대'니 뭐니 하는 부박한 말들은 일상에 잦아들었다. 영국의 BBC는 '본인이 늘 옳다고 믿는 나이 많은 사람'을 '꼰대'라고 소개했지만 그건 나이 어린 사람도 마찬가지다. 이들 사이에 공감대란 없다. 심지어 나와 다른 세대의 사람 또한 같은 감정을 가진 인간이라는 사실조차 잊은 것처럼 보일 때도 있다.

어쩌면 이게 '코로나19'보다 더 위험할지도 모른다. 세대 간의 공감과 연대가 사라지면 사회가 황포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사회를 유지 존속하게 하는 힘도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연령별 많이 본 뉴스'를 쉽게 보아 넘기기 힘든 이유이기도 하다. 사실 우리가 지닌 내력은 이렇지 않다. 국채보상운동 때도, 2·28민주운동 때도 세대와 세대가 공감하고 연대하며 서로를 지켜주려 애썼다. 이해는 관심에서 생기고 공감과 연대는 이해의 바탕에서 자란다.

오는 21일은 국채보상운동의 '그날'을 기려 새롭게 제정된 '대구 시민의 날'이다. 그런 만큼 다른 세대가 '많이 본 뉴스'에 한 번씩 곁눈질이라도 해보자.

모현철 기자 mom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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