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가 신천지 탓? 한국 교회도 무겁게 받아들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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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2.26. 오전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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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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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윤 미 풀러신학교 교수·손봉호 고신대 석좌교수 인터뷰
김 “이단은 교회의 잘못된 행태에 뿌리, 종교개혁 또 필요”
손 “이만희·전광훈, 건강하지 못한 한국 개신교의 부산물”
지난 22일 부산에서 코로나19 추가 확진자가 발생한 가운데 부산 동구 범일동 신천지 안드레 연수원 출입문에 방역중 출입금지 안내문이 붙어있다. 김경현 기자 view@


신천지 교회를 중심으로 코로나19가 전국적인 확산 기미를 보이자 1차적인 비난의 화살이 신천지를 향하고 있다. 하지만 신천지 같은 유사 종교 발생은 건강하지 못한 한국 교회 탓으로 보고, 기독교계가 이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심지어 500년 전에 이뤄진 ‘종교개혁’이 다시 필요하다는 주장도 힘을 받고 있다.

■“타락한 개신교가 유사 종교 온상”

김세윤 미국 풀러(Fuller) 신학교 은퇴 교수.


김세윤 미국 풀러(Fuller)신학교 은퇴 교수는 25일 <부산일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한국 교회와 사회에 대해 많이 걱정하고 기도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신약학자인 김 교수는 세계적인 바울신학 권위자이기도 하다.

김 교수는 “세월호 참사 때 많은 비판을 받은 구원파가 있었던 것처럼, 이번 코로나19 역병은 신천지와 연관돼 있어 한국 사회에 엄청난 폐해를 가져오고 있다”며 “이들 모두 개신교 언저리에서 일어나 개신교의 신앙을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천지는 교주인 이만희 총회장을 신격화하는 분위기 등의 이유로 한국 기독교계에서는 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특히 기존 교회에 잠입해 포교하는 방식 탓에 큰 지탄을 받고 있다.

김 교수는 신천지와 같은 유사 종교가 생겨난 단초를 사실상 개신교가 제공했다고 본다.

그는 “이단 종교들은 한국 개신교의 근본주의적 신학과 문자주의·율법주의적 성경 읽기 관행, 미신적 신앙, 종말론적 협박의 행태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면서 “한국의 많은 목사들이 종말의 심판에서 누가 구원받아 천국 가고 누가 정죄돼 지옥에 가는가에 대해 거의 중세시대처럼 집착하는데, 신천지 역시 이런 한국 개신교의 토양에서 나온 것이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또 “많은 기독교인이 이단을 비난하지만, 자신들 교회의 성숙하지 못한 신학과 신앙 행태가 이단의 온상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면서 “교회가 많은 성도를 ‘이단의 밥’이 되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2016년은 마틴 루터가 교황의 면죄부 판매에 항의해 종교개혁을 일으킨 지 500년이 된 해이다. 김 교수는 그럼에도 “한국에 새로운 종교개혁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형편없는 목사와 신학교가 문제”

손봉호 고신대 석좌교수. 부산일보DB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의 자문위원장으로 활동 중인 손봉호 고신대 석좌교수 역시 신천지와 같은 유사 종교의 발생을 두고 한국 교회에 책임이 있다고 진단했다. 손 교수는 무엇보다도 난립한 신학교와 목사들의 질을 높이지 않는 한 유사종교는 계속 쏟아질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그는 “기독교 역사가 2000년이다. 그동안 수많은 학자의 갑론을박을 거쳐 정통교리가 확립됐는데, 일부 목사들은 이를 무시하고 개인적인 생각을 설교에 넣는 일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손 교수는 또 “정통교리를 가르치는 신학교 역시 우후죽순 들어서서 형편없는 목사들이 대거 배출됐다”면서 “전광훈 목사 같은 사람들이 대표적이다. 전광훈 목사,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 모두 건강하지 못한 한국 교회의 부산물이다”고 일갈했다.

손 교수는 이번 코로나19 사태와 관련 “중국 공산당이 기독교를 핍박해 내린 하나님의 벌” 등 황당한 해석을 쏟아내고 있는 일부 목사들의 행태에 대해서도 강하게 경계했다.

그는 “예수님도 실로암 망대가 무너져 18명이 죽었을 때 ‘저들이 다른 예루살렘 사람들보다 더 죄가 많은 줄 아느냐’(누가복음 13장)고 되물었다. 18명이 그들의 죄 때문에 죽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예수께서 말씀하신다”면서 “일부 목사들이 특정 재앙에 대해 원인을 지목하는 게 피상적일뿐만 아니라 정통 기독교의 입장도 아니다”고 단언했다.

25일 신천지 강제 해체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 참가자가 60만 명을 넘어섰다.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손 교수는 일부 교회를 중심으로 진행 중인 신천지 강제 해체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25일 오후 4시 현재 해당 청원의 참가자 수가 60만 명을 넘어섰다.

그는 “오히려 이런 식으로 대응하면 신천지가 ‘순교 정신’을 내세워 더 강해질 가능성도 있다. 종교는 박해를 받으면 더 번창하는 경우가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라며 “교회가 교인들에게 올바른 것을 가르치는 방식으로 이단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 교수는 마지막으로 한국 교회가 반드시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교훈으로 삼아 성경의 가르침대로 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대 사회의 과학과 의술이 굉장히 발전했다고 하지만, 신종 바이러스에 방역망이 무너지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며 “교회는 이럴 때일수록 인간의 능력을 과신하지 말고 성경이 가르치는 대로 사랑의 실천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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