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31번째 확진자가 신천지 대구 다대오지파에 들른 지 며칠 만에 감염지역이 전국으로 확대됐다. 확진자만 26일 기준 1000명을 넘어 동선 파악도 쉽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 전국 확산의 진원지인 신천지가 실체를 드러내지 않으면서 감염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신천지 특성상 신분을 숨겨 더욱 주의가 요구된다. 
 
 ▲신천지가 특유의 폐쇄성으로 인해 교도 명단을 늦게 공개하면서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신천지 유튜브 영상 갈무리)


증상 나타난 후에야 신분 밝혀

실제로 대구광역시 서구보건소 감염예방의학팀장이 23일 확진 판정을 받고서야 신천지 교인이라고 밝히면서 논란이 됐다. 서구 전체의 코로나19 방역대책을 총괄하던 인물이 신천지 교인이라는 사실을 숨긴 것이다. 질병관리본부가 대구시에 통보한 신천지 대구 다대오지파 교인 2차 명단에 포함돼있기에 확인 가능했다. 

같은 보건소에 근무하던 직원 50명도 자가격리 조치되면서 해당 지역 방역체계에 공백이 생겼다. 신천지 교인이라는 신분을 의도적으로 숨긴 탓이다. 

대구 동부경찰서 한 경찰관도 신천지 교인임을 밝히고 뒤늦게 동부보건소를 찾았다. 자가격리 조치 후 방문검사를 받고 확진 판정을 받았다. 해당 경찰관은 2월 16일 31번 확진자가 방문했던 대구 다대오지파에 다녀온 것으로 파악됐다.

확진 판정을 받은 경북 구미시에 사는 미술학원 강사도 증상이 나타난 뒤에야 신천지 교인임이 알려졌다. 구미시는 2월17일부터 21일까지 5일동안 학원을 찾은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감염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신천지 명단 공개…교육생 제외

신천지 측은 이만희 교주 이름으로 된 편지에서 신도 전체 명단을 제공하겠다며 진화에 나섰다. 정부에서는 제공받은 명단을 갖고 전체 조사에 들어갔다. 하지만 고위험으로 분류된 명단만 우선 제공하며 겉과 속이 다른 행태를 보이고 있다. 심지어 파악조차 어려운 교육생 명단도 제외했다. 지역단위로 이뤄지는 교육 특성상 규모가 어느 정도일지 가늠하기 조차 어렵다. 이미 지역사회로 감염이 퍼진 상태라 전체 명단을 단계적으로 제공한다 해도 늦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위장교회가 더 위험…교인도 몰라

이단 전문가들은 실체 조차 파악이 안 된 ‘위장교회’를 더 큰 위협으로 꼽았다. 신천지 정식 교인은 명단을 입수하는 대로 파악이 되지만 위장교회는 기성교회와 구분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떳다방'식 복음방과 특유의 폐쇄성으로 현황 파악도 쉽지 않다. 

일부 위장교회 신도는 해당 교회가 신천지라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에 예배나 모임에서 감염될 확률이 높다고 이단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위장교회는 신천지가 일반 교회로 가장해 운영한다. 기성교단에 속해있지 않지만 교단 마크를 사용하는 등 기성 교회와 구분하기 어렵다.

현재 신천지가 공개하지 않은 위장교회는 400여 곳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신천지가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시한 '신천지예수교회 전국 교회 및 부속기관 주소지 현황'을 보면 전국에 신천지 관련 시설은 1100개다. 

하지만 신천지 전문 상담사 윤재덕 전도사의 유튜브 채널에 따르면 올해 신천지가 정기총회에서 발표한 부동산은 '성전' 72개소, '선교센터' 306개소, '사무실' 103개소, '기타' 1048개소 등 총 1529개다. 산술적으로만 따져도 국내외에 400개가 넘는 시설을 보유한 셈이다. 신천지 해외선교센터가 대략 200인 점을 감안하면 아직 정체를 드러내지 않은 위장 시설은 200곳 정도다. 

신천지대책전국연합도 "자체 확보한 위장교회 리스트와 비교해보니 대부분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신천지 해체 요구 빗발

신천지로 인해 코로나19가 전국으로 확산되자 국민 여론은 따갑기만 하다. 관련 기사에는 노골적인 비난으로 도배가 될 정도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신천지 해체를 요구하는 게시물도 여럿 올라왔다. 한 게시물은 등록 이틀 만에 동의 50만을 넘겼다. 청와대가 어떤 형태로든 답변해야 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최근 이만희 교주의 내연녀로 알려진 김남희 씨의 잇단 폭로는 신천지 내부를 뒤흔들었다. 김 씨가 추가 폭로를 예고하자 신천지에서는 내부 단속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신천지 최대 위기…이만희 교주 두문불출

이처럼 신천지가 설립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았지만 교주 이만희 씨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내부 게시판에 “이는 마귀의 짓이며 신천지가 오히려 최대 피해자”라는 내용의 글만 올렸을 뿐이다. 신천지가 2월 23일 유튜브를 통해 입장을 밝혔을 때도 마찬가지다. 이만희 교주는 보이지 않았다. 이어 신천지 신도 명단 전체를 제공하겠다는 ‘총회장 특별편지’만 공개했을 뿐이다. 불과 몇 년 전 기자간담회장에서 직접 마이크를 잡았던 것과 분명 다른 모습니다. 이만희 교주 감염설을 비롯한 건강 이상설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이 교주가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는 청도 대남병원 장례식장에 다녀온 사실이 알려지면서 설득력마저 얻고 있다. 대남병원을 다녀왔기 때문에 자가격리 중이란 분석도 가능하다. 

한 이단전문가는 “이만희 교주의 건강 이상은 육체영생을 주장하는 신천지 교리가 흔들릴 수 있는 것이라 조심할 수 있다”며 “신천지는 구원을 위해서라면 거짓도 용납되는 곳이라 공개하는 내용을 전부 믿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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