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차라리 코로나 환자가 돼 지원금 받았으면…" 비통한 대구 자영업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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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2.26. 오후 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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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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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개시도 못했다. 가게 문 닫으려니 막막해"
이천·범어 동 등 식당가 '임시휴업' 알림 글 수두룩
"자영업자들 좀 도와 달라" 청와대 국민청원도
[대구=뉴시스]이은혜 기자 = 대구 중구의 한 식당 입구에 휴업을 알리는 글이 게시돼 있다. 2020.02.26. ehl@newsis.com


[대구=뉴시스] 이은혜 기자 = "어제는 개시도 못 했습니다. 감염병 소식이 잠잠해질 때까지 쉴 생각입니다. 마음은 편치 않지만요."

대구 중구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이모(50·여)씨는 "원래 오전 5시까지 문을 열어놓는데, 요즘은 손님이 없어 2~3시에 일찍이 마감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대구 자영업자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

26일 오후 남구 이천동의 한 골목. 식당이 즐비해 인근 직장인 등이 자주 찾는 곳이지만 점심시간에도 좀처럼 오가는 사람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이곳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가격이 저렴한 식사 메뉴를 판매하기 때문에 손님은 늘 꾸준히 있는 편이었다"면서 "하지만 대구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후로는 매일 가게가 조용하다"고 했다.

인근 미용실의 업주는 "이럴 때는 장사를 하는 게 더 손해라고들 하더라"면서도 "그래도 사장 마음은 또 다르지 않나. 쉬려니 막막해 가게 문이라도 열어 놓는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문을 닫은 식당도 적지 않았다. 굳게 닫힌 출입문에는 '코로나19로 잠깐 쉽니다' 등 글을 적은 종이가 붙어있었다.

[대구=뉴시스]이은혜 기자 = 대구 수성구의 한 떡볶이 전문점에서 '배달과 포장만 가능하다'는 안내문을 내걸었다. 2020.02.26. ehl@newsis.com


수성구 범어동 주택가의 상가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평소 바쁘게 오르내리던 엘리베이터는 조용히 멈춰 있었다. 학원이나 병원을 오가는 어린이들의 모습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조용한 상가 건물에는 '출입 시 마스크 착용과 손 소독을 부탁드린다' '잠시 영업을 쉰다'는 안내문만 눈에 띄었다. 문을 연 매장도 한산하기는 마찬가지다.

인근에서 꽃집을 운영 중인 한 남성은 "정말 중요한 행사가 아닌 이상 대부분 미루는 분위기다. 자연히 꽃을 찾는 사람도 줄었다"라며 "졸업식 장사도 제대로 못했는데 막막하다. 코로나19가 빨리 잠잠해지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어 보인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한 커피숍 운영자 역시 "코로나19 때문에 너무 불안해서 매장 내 취식을 아예 금지했다. 테이크아웃만 가능하다고 손님들께 안내하고 있다"면서 "저도 외출할 때 꺼림칙한데 손님들은 오죽하겠나. 매출이 떨어지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슈퍼나 정육점 등의 사정은 그나마 낫다.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진 주민들이 식료품을 사가는 일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중구의 한 마트 직원은 "사재기라고 표현할 정도는 아니지만, 라면이나 통조림을 가득 사는 손님을 자주 본다"라며 "웬만하면 집에서 음식을 해 먹는다고들 하시더라"고 설명했다.

[대구=뉴시스]이은혜 기자 =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2020.02.26. photo@newsis.com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 같은 어려움을 호소하는 글이 게시되기도 했다.

'코로나19로 힘들어지고 있는 자영업자를 도와주세요'라는 청원을 올린 글쓴이는 "대구 영세 자영업자의 아내다. 25일은 가게 월세와 공과금을 내는 날인데, 제대로 일하지 못해 대부업체에서 대출을 받아 해결했다"면서 "하루 벌어 살아가는 자영업자는 정말 죽을 고통이다. 차라리 확진자가 돼 123만원 지원금이라도 나왔으면 하는 심정"이라며 절박함을 표현했다.

시민들은 청원에 참여하며 "저도 자영업을 하고 있지만 월세가 걱정이다" "꼭 도와 달라. 같은 자영업자로서 너무 공감된다"는 말을 남겼다.

한편 26일 오전 9시 기준 대구지역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677명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hl@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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