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 봉쇄’ 홍익표 사퇴… ‘입’ 단속 못한 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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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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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경북 주민 상처에 사과”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이 26일 '대구 경북 봉쇄' 발언 논란에 사과하고 사퇴했다. 사진은 홍 의원이 상임위에 출석해 있는 모습. 연합뉴스


‘대구·경북(TK) 봉쇄’ 설화를 일으킨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이 26일 사퇴했다. 4·15 총선이 임박한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여당발 대형 실언이 정권 전체의 부담으로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홍 수석대변인은 취임 1년 6개월만에 떠났지만, 중요 국면마다 거듭된 ‘대변인 리스크’가 민주당의 숙제로 남았다.

홍 수석대변인은 기자단에 보낸 문자 메시지에서 “단어 하나도 세심하게 살펴야 함에도 대구ㆍ경북 주민들께 상처를 드리고 국민의 불안감도 덜어드리지 못했다”며 “사과 드리며, 책임을 지고 수석대변인에서 물러난다”고 했다.

홍 수석대변인은 전날 고위 당정청 협의회 결과 브리핑에서 ‘정부가 TK 출입을 봉쇄하겠다’고 해석될 여지가 다분한 발언을 해 논란을 불렀다. 바이러스 차단을 뜻하는 ‘역학적 봉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데 따른 실책이었다. TK 민심이 순식간에 들끓자 문재인 대통령이 “지역 봉쇄가 아니다”며 두 차례나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봉쇄 발언’ 수습 과정을 지켜본 당의 한 관계자는 “홍 수석대변인은 임미리 교수 칼럼 고발 사건 전후로 거듭 사의를 밝혔는데 당에서 만류했다”며 “이번엔 문 대통령까지 나서 사태를 수습해야 했던 것이 결정적 영향을 줬다”고 했다.

대변인의 언행으로 여당이 곤경에 빠진 건 처음이 아니다. 홍 수석대변인은 임미리 교수의 ‘민주당만 빼고’ 칼럼 고소를 강하게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정 대변인도 여러 차례 입길에 올랐다. 여당 대변인은 정권의 ‘입’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사고가 끊이지 않은 것은 여론의 질책을 가벼이 보거나 불필요한 정치 공세로만 여기는 여권 기류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설화가 발생할 때마다 민주당 지도부는 ‘언론 탓’ ‘야당 탓’을 할 뿐, 잘못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직접적 책임 계통 밖에 있는 인사들이 수습에 팔을 걷는 상황이 반복됐다. 칼럼 고소 논란 때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 등이 줄줄이 나서 대신 유감을 표했고, ‘봉쇄’ 논란도 26일 이 원내대표가 앞장서 사과했다. 수석대변인의 실책을 원내대표가 두 번이나 ‘대리 사과’한 셈이다. 대변인 임명권자이자 당무 최종 책임자인 이해찬 대표는 그간 한 번도 사과하지 않았다. 당내 중진 의원은 “실수는 할 수 있지만 사과조차 제대로 하지 않으려는 모습이 당에 연신 부담으로 돌아오는 것은 고민해봐야 할 문제”라고 했다.

홍 수석대변인의 후임에는 강훈식 민주당 의원이 임명됐다. 강 의원은 “국민의 심려가 큰 시기”라며 “겸손한 마음으로 임하겠다”고 했다.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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