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범석, 뮤지컬하면서 왜 연극에도 출연할까…'취미의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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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6.02.04. 오전 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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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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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서범석(46)은 '뮤지컬계 안성기'로 통한다. 인자한 인상의 그는 20여년 동안 여러 장르의 뮤지컬에서 다양한 캐릭터 해석력을 자랑해왔다.

'서편제'의 엄한 아버지 '유봉', '두 도시 이야기'의 순애보 주인공 '시드니 칼튼', '맨 오브 라만차'의 괴짜 몽상가 '돈 키호테', '아리랑'의 독립운동에 앞장선 양반 '송수익', 뮤지컬 '오케피'의 개인주의자이나 따듯한 부성애를 숨긴 오보에 연주자…. 모두 그의 얼굴이다.

그럼에도 연극에 종종 출연하는 것이 서범석에게 중요하다. "자연스런 표정과 발성을 다질 수 있는 무대"이기 때문이다.

2014년 말 초연에 이어 다시 출연 중인 연극 '취미의 방'도 한 예다. 중앙대 산업정보학과를 나온 서범석은 대학시절 연극반을 하면서 연극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1991년 실험극장 연수단원으로 데뷔한 연극계 출신이다.

그러다가 "뮤지컬이 종합예술이라 시작하면, 노래와 춤 등 전반적인 연기를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에 이 장르에 매달리기 시작했다.

"초반에는 춤 추는 것만 요구하더라. 노래나 연기를 잘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 노래도 성악과에 밀렸지. 뮤지컬 하는 이들은 죄다 성악과 나온 친구들이었고. 레슨을 받아보니 점차 배역이 커지더라. 이제 노래에 대해서는 걱정이 되지 않게 됐다. 근데 뮤지컬은 노래라고 해서 소리를 잘 내는 것보다 연기가 묻어 있다. 연기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래서 연극을 하는 것이다."


'취미의 방'은 남부러울 것 없는 네 명의 성인 남자들이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취미생활을 즐기기 위한 비밀공간 '취미의 방'을 소재로 한 추리 코미디를 표방한다.

이 방의 멤버이자 거북 키우기가 취미인 기노시타가 2주째 나타나지 않고, 이를 수상히 여긴 담당 경찰관 '미야지 미카'가 나타나면서 추리물의 성격을 띠게 된다.

한국에서 인기를 끈 연극 '키사라기 미키짱'의 작가 고사와 료타의 최신작이다. 아이돌에 열광하는 '오타쿠 삼촌'을 다룬 '키사라기 미키짱'처럼 '취미의 방'에도 마니아들이 등장한다.

서범석은 캥거루∙악어∙에뮤의 알 등 특이한 재료를 이용한 요리가 취미인 내과의사 '아마노'를 연기한다. 진중한 이미지를 지닌 서범석이 독특한 재료를 사용해 아무렇지도 않게 내놓는 이 역을 능청스럽게 소화하는 것을 보면 코미디 감각도 뒤지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요리와 연기가 닮았다는 점에서 서범석의 코미디도 마땅하다. "재료가 같아도 누가 만드느냐에 따라 요리의 맛이 달라지지 않나. 봐주는 분이 맛을 느낄 수 있도록 즐겁게 하면 재미를 느낄 수 있다고 본다. 이중적이고, 진지하고, 취미가 있다(운동)는 것이 아마노와 닮은점이다. 취미는 늘 잃지 않으려 한다. 본업을 윤기있게 해주는 쉼터 같아서. 그래서 '취미의 방'이 공감대를 사지 않나 한다."

'취미의 방'은 막판 유쾌함을 주는 반전으로 가는 과정에 주류가 아닌 소외된 것에 따뜻한 시선을 보낸다. 인간에 대한 애정이 근간에 깔렸다. 단순한 '미스터리 추리 코미디'가 아니다. 배역에 대한 애정으로 유명한 서범석이라 더 훈훈하다.

'오케피'의 오보에 연주자를 해석하는 데도 마찬가지다. 아마노처럼 요리하는 폼 나는 것이 아닌, 'TV 보기'가 취미인 그는 "남에게 폐 끼치기 싫어서 자기 영역 안에서만 움직이는 고독한 사람"이다. "젊었을 때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딸을 딴 데로 보낸, 그 아픔을 표현해야 한다. '오케피' 역시 전체적으로 유쾌한 극이지만, 그런 아픈 구석을 함께 이야기할 때 더 공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마노를 요리사의 관점보다 사람으로서 접근한 것도 그러한 이유 때문이다. "아마노는 현실 속에서 고독한 남자다. '취미의 방'의 리더지만 외로운 사연을 대변한다. 그런 외로움을 누구보다 잘 알았기에 '취미의 방'을 만들었다."

"캐릭터가 움직이는 힘이 무엇일까"라는 서범석의 고민이 더해져 아마노는 그렇게 생명력을 얻는다. "이 사람이 움직이고 있는 이유를 계속 파헤치고 집중적으로 탐구해야 한다. 그러면서 관객들과 만나는 지점이 같아지도록 찾아야하지. 배우 혼자만 생각하는 건 아무 소용이 없다. 관객이 봤을 때 '아 맞아, 저 사람이 그래서 저랬을 거야'라는 생각을 하게 해야 한다."

서범석의 아마노는 그래서 공감이 참 쉽다. 21일까지 대학로 쁘띠첼시어터. 김진수, 최진석, 김늘메, 유태웅, 정희태, 지일주. 연출 김재한. 연극열전. 02-766-6007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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