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마스크 풀 듯 말하더니…정부 말 믿은 시민들 허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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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도 쇼핑몰도 약국도 품절
“중국인들 박스째 사가는데” 분통

이르면 오늘부터 농협 등에 출하
“3월 초 돼야 정상적 구매 가능”
코로나19로 마스크 대란이 계속되고 있는 26일 경기도 수원 이마트 트레이더스 신동점에 마스크를 구입하려는 시민들이 길게 줄 서 있다. [뉴시스]
직장인 김모(37·경기 용인시)씨는 요새 마스크 때문에 애를 태운다. 김씨는 서울 광화문까지, 남편은 강남구까지 매일 버스로 통근한다. 마스크가 필수품인데 한달 가까이 마스크를 사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미세먼지에 대비해 사둔 마스크로 버티고 있지만 채 10장이 남지 않았다. 김씨의 아들(4)은 어린이용 마스크가 떨어져 며칠째 집 안에만 머무르고 있다. 김씨는 “동네 슈퍼나 마트, 약국에는 항상 품절이고 하루에도 몇번씩 마스크 쇼핑몰에 접속해 새로고침 버튼을 누르며 기다려봐도 살 수가 없다”며 “오늘부터 우체국·하나로마트 등에 마스크가 풀릴거라는 정부 발표를 보고 안도했는데 알아보니 3월초나 돼야 판다고 해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5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26일 0시부터 마스크 긴급수급조정조치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식약처가 공적판매처로 지목한 농협·우체국·하나로마트·공영홈쇼핑 등에 하루 500만장의 마스크를 풀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달랐다. 우체국 등에는 마스크가 비치돼 있지 않아 시민들은 빈 손으로 발길을 돌렸다. 판매처와 제조업체간 유통망 구축이 안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 9시 30분쯤 성동우체국을 찾은 지역 주민 최길주(51)씨는 “지난 월요일부터 마스크를 구하지 못해 어제 방송을 보고 일찍 왔는데 마스크 준비가 안 됐다고 해 허탈하게 돌아섰다”고 말했다. 성동우체국은 “창구에서는 마스크를 판매하지 않으며 추후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판매한다”는 안내문 3장을 입구에 붙였다. 하나로마트를 운영하는 농협측은 “정부 발표 후 서둘러 제조업체 100여 곳과 구매 계약을 추진 중”이라며 “실제 판매는 3월 초는 돼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이날 하루종일 공적판매처 홈페이지는 마비 상태였다. 한달 넘은 코로나19 사태로 마스크를 제때 사지 못한 소비자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주부 임모(40·경기 과천시)씨는 “동네에서 확진자가 나와 마스크 없이 슈퍼에도 못 간다. 사방을 돌아다니며 한 장에 5000원씩 주고 마스크 10장을 간신히 샀다”라며 “인천공항에서 출국하는 중국인들은 박스째 마스크를 사나르는데 이게 뭐냐”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상황이 악화되자 이의경 식약처장은 26일 브리핑에 재차 나서 “국내에서 오늘 생산된 마스크의 50%가 공적 판매처로 출하될 것”이라며 “실제 소비자들에게는 내일(27일)부터 전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도 이날 ‘마스크 수급 안정 추가조치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27일부터 공적 판매처에서 1인당 최대 5매씩 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회의에선 구체적으로 공적 판매처 출고분 500만장 가운데 240만장을 전국 약국 2만4000여곳에 100장씩 공급하고, 110만장을 읍면지역 우체국 1400곳, 서울·경기 외 지역 농협 1900곳에 우선 공급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잔여분은 추후 온라인(공영홈쇼핑 등)에서 판매한다. 하지만 한 식약처 관계자는 “마스크를 국가가 사는 게 아니고 각 판매처가 제조업체와 가격 협상을 거쳐 계약, 납품하는 것이라서 3월초는 돼야 소비자들이 정상적으로 구매가 가능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에스더·김기환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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