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궤변과 짜파구리, 不信 쌓는 文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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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 명지대 교수·정치학

“(코로나19 확산의) 가장 큰 원인은 중국에서 들어온 한국인이었다. 애초부터 중국에서 들어온 우리 한국인.”

“의학적 관점에서, 의협보다 대한감염학회가 더 권위 있는 전문가들이 모여 있다. 감염학회는 중국 전역에 대한 입국 금지를 추천하지 않았다.”

위 발언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서 한 말이다. 그 요지는, 코로나19 확산의 책임은 중국에 있는 게 아니라 중국을 다녀온 한국인들에게 있으며, 국내 권위 있는 학회조차도 중국 전역에 대한 입국 금지를 추천하지 않았기 때문에 중국으로부터의 전면적 입국 금지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우선 묻고 싶은 것은, 정부가 현재 확진자 전체에 대한 동선과 감염 원인을 파악했느냐 하는 점이다. 지금도 중국으로부터의 입국을 전면 금지하자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는, 바이러스의 추가 유입을 막자는 데 있다. 박 장관이 이런 발언을 하려면, 중국으로부터의 바이러스 추가 유입 가능성이 감염병 확산에 큰 위협이 될 수 없음을 먼저 입증해야 한다. 이는 정확한 감염 원인 파악이 대전제다.

또한, 중국에서 들어온 한국인이 주된 감염원이라는 주장은, 우리 국민이 피해자인데도 감염병 창궐의 책임이 우리 국민에게 있다는 말로 들릴 수 있다. 피해자인 우리가 ‘잘못을 저지른 장본인’으로 인식될 수 있는 말을 주무 부처 장관이 국회에서 공식적으로 했다는 것 자체가 기막힌 일이다. 그뿐 아니라, 대한감염학회가 중국 전역에 대한 입국 금지를 하지 않았다는 그의 주장도 검증이 필요하다.

대한감염학회 홈페이지에는, 지난 2일 발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정부 권고안’이 게재돼 있는데, 이 권고안에서는 유입 차단 전략이 필요하다며 ‘위험지역에서 오는 입국자들의 제한이 필요합니다. 후베이성 외의 중국 지역에서 발생하는 사례가 40%를 차지해 후베이성 제한만으로는 부족한 상황이 되었습니다’라고 했다. ‘후베이성 제한’이라는 표현 중 ‘제한’이 입국 금지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는데, 이를 토대로 이해하면 중국 전역에 대한 입국 금지를 추천하지 않았다는 장관의 말은 논란의 여지가 상당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위기 상황일수록 국민을 단결시키고 국민이 정부를 불신(不信)하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이런 식의 논란을 일으키며 감염 확산 원인이 우리 국민이란 식으로 말한다.

지난 26일에는 ‘타임지 분석도 있는데, 한국에서 확진자가 급격히 증가한 것은 뛰어난 진단 능력과 자유로운 언론 환경, 투명한 정보 공개, 민주적 책임 시스템(때문)이라고 한다’는 한 여당 의원의 SNS도 있었다. 외국 언론이 그런 평가를 했다 하더라도 지금 상황에서 여당 의원이 그것을 자신의 SNS에 올려야 하는지 모르겠다. 연일 확진자가 몇백 명씩 나오고 사망자가 나오는 판에 자화자찬으로 들릴 수 있는 내용의 SNS가 국민의 눈에 어떻게 비칠지를 생각했어야 했다.

돌이켜 보면 이런 자화자찬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5∼17일 정부·여당 지도부는 자화자찬을 연발하며 낙관론을 쏟아냈다. 하지만 당시에도 많은 전문가는 감염병 확산을 경고하고 있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를 종합해 보면, 정부는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고 있는’ 게 아닌지 묻고 싶어진다. 이런 모습을 보이는 정부를 국민이 신뢰하긴 어렵다. 정부를 신뢰하며 웃으면서 짜파구리를 먹을 수 있는 날이 언제 올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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