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꽃의 비밀’ ‘장진식 코미디’의 연기와 말의 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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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극에 기대는 거는 이유는 장진 감독의 작품이라는 점이다. 이른바 ‘장진식 코미디’의 특장이 그대로 녹아 있다. 위트 있는 절제된 대사, 약간의 과장은 있지만 근거 있는 상황 전개 그리고 그리 비극적이지 않은 결말 등이다.

▶Info

-장소 서경대학교 공연예술센터 스콘2관

-기간 ~2020년 3월1일

-시간 화, 목, 금 오후 8시 / 수 오후 3시 / 주말, 공휴일 오후 2시, 5시30분 *월 공연 없음

가격 전석 5만5000원

-출연 소피아-강애심, 이선주 / 자스민-배종옥, 조연진 / 모니카-김규리, 김나연 / 지나-문수아, 박지예 / 카를로-박강우, 최태원 / 산드라-전윤민, 김명지

이 작품이 처음 선보인 때는 2015년이다. 초연 당시 객석 점유율 90%를 기록하며 큰 화제를 모았고 2016년 다시 무대에 올려졌다. 또한 일본 도쿄와 중국 베이징에 라이선스 수출되기도 했다. 초연과 재연보다 더 절제된 대사, 풍성해진 캐릭터로 돌아온 연극 ‘꽃의 비밀’이 조용하지만 강한 구심력으로 관객을 모으고 있다.

극의 무대는 이탈리아 북서부 지방 ‘빌라페로사’라는 작은 마을이다. 이 마을 사람들은 대부분 포도 농사를 하며 와인을 만드는 것이 주업이다. 남성들은 축구에 미쳐 있고, 여성들은 모여서 수다 떠는 것이 유일한 즐거움이다. 왕언니 소피아, 주당 자스민, 미모의 모니카, 여성 맥가이버 지나. 축구에 환장한 남편들을 모두 축구장으로 보내고 여성 넷이 즐기는 송년회 날. 이들은 20만 유로의 보험금을 타기 위해 발칙한 작전에 돌입한다. 각자의 남편으로 변장해 황당한 일을 벌이는데 여기에 보험공단의 허당 의사 카를로까지 연관되며 상황은 더욱 꼬여만 간다.

극은 일종의 소동극이다. 끊임없는 상황 코미디가 연속되고 그러면서 관객의 예상을 살짝 벗어나는 대사들은 객석에 웃음을 선사한다. 하지만 그 웃음 가득한 상황 안을 들여다보면 캐릭터의 깊숙한 내면을 관찰할 수 있다. 부부끼리는 전화하는 것이 아니라는 왕언니 소피아는 남편을 대신해 남장을 해서라도 보험금을 타려는 이 작전을 진두 지휘한다. ‘이혼하자’는 말은 남편이 잘 때 소심하게 하는 것이라는, 늘 술에 취해 고래고래 노래를 부르며 극의 웃음을 담당하는 털털한 주당 자스민, 또한 팔뚝 굵은 오크통 배달 청년과 은밀한 썸을 즐기는 예술학교 연기 전공 출신의 미모 담당 모니카, 공대 수석 졸업생으로 ‘여성 맥가이버’라 불리는 지나. 또한 결벽증이 있는 보험공단 허당 의사 카를로, 육감적인 몸매를 지닌 보험공단 간호사 산드라까지. 이 6명의 출연진은 완벽한 합으로 무대를 장악한다.

특히 네 명의 주부들은 각기 일상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통해 자연스런 웃음을 보여 준다. 무대는 흔한 가정집의 거실이다. 그러나 이 평범한 무대는 이야기 전개에 따라 다른 모습과 상황의 공간을 연출한다. 그 안에서 연극 무대로 돌아온 배종옥, 강애심, 김규리를 비롯한 배우들은 영리하게 때로는 허당기 가득한 모습으로 관객과 호흡한다.

연어가 바다와 강을 거슬러 오르듯 배우들은 가끔 연극무대를 찾는다. ‘초심을 찾기 위해서’로 귀결되는 이들의 무대 복귀는 배우로서의 자기 확신 또는 연기에 대한 기본기를 확인하는 작업인 셈이다. 그런 면에서 배우 배종옥 등은 남성 변장 연기까지 어설픈 면을 선보이며 즐겁게 해낸다. 오로지 연기를 위한 연기가 아닌 스스로 즐거워하며 보여 주는 이들의 연기는 그 기운이 객석까지 그대로 전달된다. 그래서 관객들은 남녀노소 구분 없이 즐겁다. 더구나 장진 감독 특유의 촌철살인 대사들은 단순한 말장난에 그치지 않고 각각의 캐릭터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장치로서 그 역할을 다한다.

영리한 무대 연출, 풍부한 연기, 정제된 대사와 흥미 진진한 상황까지, 모든 부분에서 합격점을 상회하는 재미있는 연극이다. 웃음이 고픈 관객이라면 연극 선택 순위에 올릴 만하다.

[글 김은정(프리랜서) 사진 파크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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