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돌봄’ 첫날… 입학식도 없이 교실로 향한 어린이

입력
기사원문
박구인 기자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긴급 돌봄교실을 이용하는 아이가 2일 서울 시내 한 초등학교 정문 앞에서 발열검사를 받고 있다. 뉴시스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가 개학을 일괄 연기함에 따라 맞벌이 부부들을 위한 초등학교의 긴급 돌봄교실 운영이 시작됐다. 하지만 아이를 돌봄교실에 맡기거나 집에서 돌보기로 한 학부모 모두 걱정이 큰 건 매한가지였다. 교육당국이 이날 전국 학교의 개학을 2주씩 추가로 연기하면서 학부모들은 또 다른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2일 긴급 돌봄교실 운영 첫날을 맞은 서울 시내 한 초등학교. 등교에 나선 학생과 학부모들은 마크스를 쓴 채 교문 앞에서 발열검사를 받고 손세정제를 사용한 뒤 하나둘씩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교문 밖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외부인의 출입을 제한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학교 측은 돌봄교실 운영을 앞둔 전날 건물 곳곳의 소독작업을 마쳤다. 이 학교 긴급 돌봄교실에는 교사 3명이 투입됐다.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4시30분까지 시간대별로 교대해가면서 아이들을 돌보는 식으로 운영됐다.

하지만 긴급 돌봄교실을 이용한 학생은 많지 않았다. 학교 관계자에 따르면 그나마 몇 안 되는 아이들은 같은 교실인데도 가급적 접촉을 피하기 위해 마스크를 쓴 채 서로 멀리 떨어져 앉아 썰렁한 분위기였다. 기존에 이 학교 돌봄교실을 이용하던 학생은 16명이었다. 일괄 휴업기간인 2~6일 동안 3명이 추가로 긴급 돌봄을 신청했는데, 이날 실제로 등교한 학생은 1명이었다. 그런데 이 학생마저도 등교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집으로 귀가했다.

학교 관계자는 “맞벌이 부부들이 아이를 맡길 곳이 없을까봐 긴급 돌봄 신청을 해놓고도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 학교에 보내지 않는 것 같다”며 “이전부터 돌봄교실을 이용했던 아이들도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학교에 나오지 않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긴급 돌봄교실을 이용하는 아이가 2일 경기도 고양의 한 초등학교 정문 앞에서 발열검사를 받고 있다. 뉴시스


이렇듯 일부 학부모들은 긴급 돌봄을 이용하지 않고 있다. 한 인터넷 맘카페에선 “긴급 돌봄을 보내는 것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지금 분위기가 너무 안 좋아서 그냥 부모님께 아이를 맡기기로 했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회사로부터 어렵사리 휴가나 재택근무를 승인받아 집에서 아이를 돌본다거나 ‘돌봄 품앗이’를 통해 걱정을 덜고 있다는 이도 있었다.

어쩔 수 없이 아이를 긴급 돌봄에 맞기는 학부모들은 고민을 토로했다. 1학년 아이를 둔 A씨는 “올해 입학하는 아이를 긴급 돌봄 교실에 맡겼다. 돌봄을 이용하는 것도 불안하지만 집에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다”며 “학교 입학식도 없이 교실에 덩그러니 앉아있는 걸 보니 마음이 짠했다”고 말했다. B씨는 “이런 시기에 맞벌이라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찜찜하지만 어쩔 수 없이 학교에 맡겼다”며 “밖에 나가있는 동안 혹시라도 코로나19에 감염될까봐 걱정이 크다”고 했다.

교육부가 전국 학교의 개학을 추가로 2주씩 연기한다고 발표함에 따라 초등학교의 긴급 돌봄 교실은 오는 23일 개학 전까지 계속 운영될 예정이다. 그럼에도 돌봄 공백을 우려하는 맞벌이 부부들의 고민은 당분간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개학 연기로 휴업기간이 길어질수록 휴가 사용, 재택근무 등의 여건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코로나19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아이들의 외출 자체를 꺼려하는 분위기가 생긴 것도 학부모들에겐 큰 고민거리가 됐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 네이버에서 국민일보를 구독하세요(클릭)
▶ 국민일보 홈페이지 바로가기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기자 프로필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사회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