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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

08. 니키 리(Nikki S. Lee)



 구와 함께 있는지에 따라 행동이 달라지는 것은 우리 모두 마찬가지일 것이다. 니키 리의 초기작업인 '프로젝트(Projects, 2001)'에서 그녀는 정체성의 변화라는 발상에 깊이 파고들며 그녀 자신을 서로 다른 사회적이고 인종적인 집단 속의 인물로 변형시켰다. 나이, 계층, 인종 그리고 성별을 초월해 그녀는 다양한 역할을 연기한다. 이 시리즈는 작가가 여피족, 레즈비언, 노인 그리고 스페인계로 분장한 모습을 포함한다. 부분적으로 연출과 다큐멘터리 요소가 섞여있는 사진들은 특정 집단의 구성원들에 의해 스냅 촬영된 것이다. 스냅 사진 형식은 그녀의 다른 시리즈인 '배역들(Parts)'에서도 지속적으로 사용된다. 이 시리즈에서 그녀는 타인과 우리의 관계를 드러내는 사진 방식에 대해 탐구한다.


 "배역들 시리즈를 2002년부터 시작했다. 그 사진들은 나에 관한 것이 아닌 단지 이야기일 뿐이다. 전체적인 이미지를 프린트한 후에 남자가 있는 부분을 잘라냈지만 팔과 다리와 같은 그의 존재에 대한 흔적은 의도적으로 남겨두었다. 따라서 관객은 그에 대해 추측할 수 있고 또는 그가 누구인지 상상해볼 수 있다. 많은 사람은 이 사진들을 우울한 것으로 보고 아마도 헤어진 후의 것들이라고 생각할 지 모른다. 하지만 이는 내 의도가 아니며, 나는 개인의 정체성이 다른 사람들과 다른 종류의 관계에 의해 어떻게 영향 받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사진을 자르는 것과 같은 진부한 표현을 채택하였다. 이전 작업처럼 내 모습은 각각의 사진에서 극적인 차이를 보여주지는 않는다. 사진들 전반에 등장하는 것은 한 사람이며 누구와 같이 있는지에 따라서 그녀의 정체성이 변화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에 등장하는 인물은 물론 나 자신이지만 또한 나의 각기 다른 인격들(Personas)이다. 때때로 이 같은 부분을 뒤섞어 사진을 보는 사람을 헛갈리게 하는 것을 좋아한다. 정말로 니키 리인가? 또는 정말 배역을 연기하고 있는 것일까? 관객들의 이러한 반응에 나는 큰 흥미를 갖는다. 나는 나 사진들이 사실적이며 쉬워 보이길 원하며 이 점이 연극적인 구성사진의 형식보다는 다큐멘터리 스냅 사진 형식을 사용한 이유다. 단지 사진 매체를 사용했기 때문에 내가 사진가라고 말할 수는 없다. 사진과 미술 사이 구분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사진가나 예술가뿐만 아니라 정말로 그 무엇이든 될 수 있다. 지금은 사진을 이용하지만 그것이 영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언제든 바뀔 수 있다. 영화감독이 될 수도, 비디오 작업을 할 수도 있다. 나 자신이 하나의 매체로 분류되거나 제한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