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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원의 쇼비즈워치] BTS·‘기생충’…이제 ‘믿고 찾는’ 한국대중문화

봄을 알린다는 3월이다. 그런데 한국대중문화산업으로선 참 복잡한 심경이 드는 봄의 시작이기도 하다. 코로나19 사태로 국내 대중문화시장은 사실상 초토화 상태다. 영화관객은 1/4, 1/8 수준으로 줄어있고, 대중음악산업 기반 중 하나인 각종 오프라인 행사들도 연기 또는 폐지 수준으로 간다. 각종 자영업 매장들이 타격 받으니 음원 이용자수도 급락해있다.

반면 해외성과는 눈부시다. 아카데미상 후광효과로 영화 ‘기생충’은 북미시장 수익 5000만 달러를 넘겼고, 전 세계에서 2억2500만 달러 수익을 돌파했다. 방탄소년단 새 앨범 ‘맵 오브 더 소울: 7’은 미국 빌보드 차트는 물론 세계 7대 음악시장 모두에서 동시에 앨범차트 1위를 차지했다. 그리고 곧 한국서 제작한 넷플릭스 드라마 시리즈 ‘킹덤’ 시즌2가 전 세계 팬들을 만난다. 한국대중문화산업 사상 국내와 국외가 이처럼 전혀 상반된 분위기인 때도 또 없었던 듯싶다.

어쨌든 긍정적인 쪽을 보자. 한국대중문화 콘텐츠 해외시장 성과, 그중에서도 ‘기생충’과 방탄소년단이 사실상 ‘동시에’ 세계를 강타하는 상황에 대해서다. 어쩌면 이렇게 타이밍이 잘 맞을까 싶기도 하지만, 사실 이런 식 전 방위 성과는 나름 자연스러운 현상에 가깝다. 1950~60년대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매김했던 일본대중문화, 1970년대에 꽃피웠던 스웨덴대중문화 등도 그랬다.
지금은 많이 잊혔지만, 1970년대 스웨덴대중문화 열풍은 어마어마했다. 1950~60년대 약진을 바탕으로 1970년대 들어 스웨덴영화들이 할리우드로 치고 들어왔다. 얀 트로엘의 ‘우트반드라나’, 잉그마르 베리만의 ‘외침과 속삭임’ 등이 계속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로 지명됐고, 스웨덴영화는 ‘아트하우스의 상징’과도 같이 여겨졌다. 그러자 비슷한 시기 스웨덴 팝그룹 아바 열풍도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유럽은 한바탕 휩쓸었고, 1977년 ‘댄싱퀸’으로 빌보드 핫100 차트 1위까지 거머쥔다.

일본의 경우는 좀 더 극적이었다. 1950년대부터 구로사와 아키라, 오즈 야스지로, 미조구치 겐지 등 감독들이 3대 국제영화제에서 이목을 끌자, 이른바 ‘오리엔털리즘 대표주자’로서 유럽 및 미국 등지에 그 문화가 통째로 뻗어나갔다. 1963년엔 사카모토 큐의 ‘위를 보고 걷자(미국명 ‘스키야키’)’가 빌보드 핫100 차트 1위를 차지했다. 이어 ‘모래의 여자’의 테시가하라 히로시가 일본영화감독 사상 최초로 1966년 아카데미 감독상 후보로 지명된다. 2년 뒤인 1968년엔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일본 최초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기에 이른다.

본래 ‘이런’ 구조다. 문화예술 어느 한 분야에서 유난한 성과가 드러나면 곧 그 나라 문화예술 자체가 글로벌 트렌드로 인식, 다 장르에 걸쳐 동시다발적 성과로 이어지게 된다. 말 그대로 ‘전 방위적 문화진출’이 이뤄지는 구조다. 더 있다. 그렇게 한 번 글로벌 트렌드 정점에 올랐던 나라들 문화상품은 의외로 생명력도 길다는 점이다. 인지도가 부단히 높아질뿐더러, 이른바 ‘믿고 찾는’ 서브컬쳐 상품이 되기 때문이다.

일본영화는 1980년대 중반까지도 세계이목을 끌었다. 그러면서 저변화 됐다. 이런저런 사무라이영화들과 ‘고질라’ 시리즈 등 특촬영화들, 치바 신이치(소니 치바)의 현대액션영화 등이 1970~80년대 걸쳐 서구 서브컬쳐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그런 주목을 1980년대 후반 오토모 가츠히로의 ‘아키라’ 기점으로 재패니메이션에 대한 관심으로까지 이어내는 데 성공했다. 대중음악 역시 1979년 걸그룹 핑크레이디 미국상륙, 1980년대 밴드 YMO와 라우드니스 정도까진 세계대중음악 씬 한 가운데 안착시켰다.

스웨덴도 마찬가지다. 1980년대까지 빌 어거스트 등 차세대 영화작가들을 차례로 세계무대에 소개하며 지도 위에 올렸고, 스웨디쉬 팝의 높은 인지도는 1990년대 에이스 오브 베이스의 시장안착까지 도왔다. 그렇게 대략 20년 정도는 ‘받쳐주는’ 효과를 낸다고 볼 수 있다.

특정국가 문화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뻗어나간다는 건 대개 이런 식이다. 모든 게 한꺼번에 이뤄진다. 그리고 잘 언급되진 않지만, 그 바탕이 되는 건 해당국가 경제력 여부란 속성도 존재한다. 경제력 있는 나라여야 문화시장 규모도 커지고 그만큼 경쟁도 치열해져 콘텐츠 퀄리티가 향상된단 점도 있지만, 다른 나라들에서 보기에 일단 ‘잘 사는 나라’여야 그 문화도 한 번쯤 돌아볼 ‘가치’를 느낀단 속성도 존재한다. 지금의 한국대중문화 폭발도 실제적으로 그런 경우다. 꽤나 속물적인 얘기지만, 현실이 그렇다.

어찌됐건 한국은 이들 ‘한때나마 글로벌 트렌드 중심에 섰던’ 다른 나라들에 비해 오히려 상황이 더 유리하다고 볼 여지가 많다. 일단 일본이나 중화권 등에 비해 오리엔털리즘에 편승하는 구석이 극히 적다. 어디까지나 서구와 호응 가능한 ‘현대문화양식’ 차원에서 공감을 사고 인기를 얻어낸 경우다. 특정 고정관념이나 문화적 이질성에 기반해 주목받는 편이 이목을 끌긴 쉬워도, 그저 ‘양질의 콘텐츠가 나오는 나라’란 인상이 장기적으론 더 유리하다.

더 있다. 세계문화 트렌드를 좌우하는 미국서 PC(Political Correctness) 노선 중 하나로 ‘다양성과 포용성(diverse and inclusive)’을 주창하고 나선 점이다. 외국어 콘텐츠도 단순 서브컬쳐가 아니라 메인스트림 한 갈래로서 취급하겠단 얘기다. 어떤 의미론 ‘기생충’의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도 이 같은 흐름에서 나온 쾌거라 볼 수 있다.

이처럼 현재 상황은 매우 좋다. 한국 입장에선, 다급히 서두를 것까진 없지만, 동시에 이 절호의 타이밍을 놓치지 말아야 한단 얘기도 된다. 일본, 스웨덴과도 또 다른 운명을 걸을 수 있는 흐름의 시작이다. 극단적으로 어려운 시절을 겪고 있는 내수시장 현실이지만, 이처럼 긍정적인 글로벌시장 흐름을 짚어보며 희망을 얻고 돌파구를 고민해보길 기대한다.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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