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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뷰] 웨버의 명불허전 록 넘버들, 제대로 임자를 만나다!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콘서트’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콘서트, 안정과 파격의 영리한 조화

입력 2020-03-0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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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콘서트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 수퍼스타 콘서트’ 공연사진(사진제공=블루스테이지)

 

김성수 음악감독의 지휘로 무대 위에 배치된 오케스트라가 선사하는 핏빛 ‘오버추어’(Overture). 곧바로 “죽음보다 위대한 인간의 길”에 대해 노래하는 유다(차지연·한지상·박강현·윤형렬, 이하 관람배우·공연일 순)의 첫곡 ‘마음 속의 천국’(Heaven On Their Minds)부터 길고도 긴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다.

성스러운 신의 아들과 ‘인간’으로서의 발 딛은 지저스, 그를 경배하지만 실리를 추구하는 제자 유다, 지저스에게 유일하게 편안함과 위안을 주는 매춘부 마리아, 누구도 이해하지 못해 난감한 무기력한 지도자 빌라도, 유흥과 욕망을 탐닉하는 척 생존전략을 모색하는 유대의 왕 헤롯 등 매력적인 캐릭터들의 향연과 극한의 록 넘버들 그리고 앤드류 로이드 웨버(Andrew Lloyd Webber), 팀 라이스(Timothy Miles Bindon Rice)의 이름값으로 무장한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가 5년만에 콘서트 형식으로 관객들을 만났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 수퍼스타 콘서트’ 공연사진(사진제공=블루스테이지)

 

‘캣츠’ ‘오페라의 유령’ ‘요셉 어메이징’ ‘에비타’ 등의 세계적인 뮤지컬 거장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브로드웨이 첫 진출작으로 한국에서는 1980년 초연돼 2015년까지 공연됐다. 

 

이상과 현실을 상징하며 갈등하고 고민하는 지저스와 유다, 매춘부 마리아와 겟세마네 동산을 가득 메운 군중들을 둘러싸고 엇갈리는 가치관들, 예수를 향한 음모 그리고 모두에게 고통스러운 그의 최후 등이 극단적이지만 매력적이며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록 넘버들에 어우러진다.

 

오케스트라와 10개 안팎의 스탠드 마이크, 드라마의 일부를 덜어내고 ‘마음 속의 천국’을 시작으로 그 유명한 ‘겟세마네’(Gethsemane), ‘수퍼스타’(Supestar), ‘모두 잘될거야’(Everything’s Alright), ‘마지막 만찬’(The Last Supper) 등 주옥같은 넘버 전곡을 선사한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콘서트’(2월 28~3월 1일 LG아트센터)는 시작부터 좌중을 압도했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_오버추어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 수퍼스타 콘서트’ 중 ‘오버추어’(사진제공=블루스테이지)


앙상블 배우들 중 다소 아쉬운 이들도 없진 않다. 극적 요소 대부분이 배제된 채 넘버로만 꾸리면서 극 구성 역시 다소 밋밋해질 가능성도 있었다. 하지만 그 위험요소들은 안정과 파격의 영리한 조화로 상쇄한다. 그 조화의 핵심은 오케스트라가 표현하는 클래식하면서도 록적인 사운드, 화려한 조명 그리고 안정감과 파격을 넘나드는 배우들이다.

2013년부터 지저스와 유다로 분한 마이클리와 한지상·윤형렬, 마리아 정선아·장은아, 빌라도 지현준·김태한, 헤롯 김영주가 극을 단단히 한다면 유다로 새로 합류한 차지연·박강현 그리고 헤롯 유승엽은 ‘파격’을 책임진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_단체2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 수퍼스타 콘서트’의 파격적인 유다 차지연(사진제공=블루스테이지)

‘광화문연가’의 시간여행 가이드 월하, ‘더 데빌’의 선악을 상징하는 X화이트와 X블랙으로 무대 위 ‘젠더프리’(성별과 상관없는) 캐스팅 트렌드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는 데 앞장섰던 차지연은 이번에도 ‘파격’의 주인공이다. 

 

‘마음 속의 천국’ 단 한곡으로 지저스와 유다의 찻잔 속 폭풍과도 같은 갈등과 동지애를 섬세하게 표현한 차지연이나 최근 ‘웃는 남자’ ‘엘리자베스’ ‘마리 앙투아네트’ 등으로 가창력을 인정받은 박강현의 유다가 파격이라면 한지상·윤형렬, 마리아 정선아·장은아 등은 안정성을 확보한다.

특히 원캐스트로 무대에 선 마이클리는 지저스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샤우팅과 속살거림을 극단적으로 넘나드는 넘버 소화력은 물론 믿었던 제자의 배신, 군중의 환호와 힐난 사이에서 고뇌하는 신의 아들로서의 성스러움과 인간다움을 섬세하게도 풀어낸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_마이클리3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 수퍼스타 콘서트’ 지저스 역의 마이클리(사진제공=블루스테이지)


지저스 역의 마이클리와 유다 역의 차지연 뿐 아니다. 마리아 정선아는 군중들의 죄를 짊어진 채 번뇌하는 지저스의 유일한 안식처로서의 성스러움과 위안의 메시지를 선사하는 동시에 그 과정에서 시도 때도 없이 불거지는 혼란에 휘청거리기도 한다.

 

‘콘서트’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빌라도, 헤롯 등을 연기하는 지현준, 유승엽 역시 갈등을 겪는 인물들의 심리를 섬세하게 혹은 극저음의 목소리로 표현한다. 극한의 록 스피릿을 담아낸 앤드류 로이드 웨버·팀 라이스 콤비의 명불허전 넘버들은 그렇게 제대로 임자들을 만났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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