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의 소리] 군부대에 침투하는 이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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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들을 군대 보내던 날이 생생하다. 큰아들이 입대하던 날, 목이 메 말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경험했다. 입을 열면 목소리가 떨릴 듯해서 그저 담담한 미소로만 아들의 훈련소 입소를 지켜봤다. 뛰어가던 수백 명의 훈련병 사이로 분명하게 보이던 아들의 뒷모습을 잊을 수 없다. 둘째 아들은 큰아들이 제대하기도 전에 입대했다. 백골 마크가 곳곳에 그려져 있는 강원도 철원 한겨울 눈밭에 아들을 놓고 부산으로 내려오면서, 아내와 한마디 얘기도 나누지 못한 채 말없이 운전만 했다. 이는 나만의 특별한 감상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많은 부모가 겪는 애틋한 기억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군부대에 이단 강의를 갈 때면 늘 자식들을 보는 느낌이다. 큰아들이 있었던 훈련소에 이단 강의를 갈 기회가 있었는데, 모든 훈련병이 아들처럼 사랑스럽고 대견했다. 모든 부모의 마음은 똑같다. 누군가의 소중한 자녀들인 이들이 건강하게 제대했으면 하는 마음, 좋은 선후임을 만나 큰 어려움을 겪지 않고 평안하게 하루하루를 보냈으면 하는 마음, 고립감으로 인한 일탈보다 신앙으로 잘 이겨냈으면 하는 마음, 사회와 가족으로부터의 고립이 아니라 더 큰 도약을 위한 기회로 받아들였으면 하는 마음이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우리의 자녀들이 있는 군부대가 이단 포교의 텃밭이 되고 있다. 종교의 자유라는 미명하에 이단들의 군부대 침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병역을 거부하는 여호와의증인과 토요일이 안식일이라 주장하는 안식교는 이미 합법적으로 군 복무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고, 신천지와 하나님의교회 등 주요 이단들도 군부대 내에서 거침없는 포교 활동을 시도하고 있다. 종교에 대해 관용적인 사회적 분위기로 인해, 기독 장교들조차도 이단에 대처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무엇보다 최근 장병들의 휴대폰 사용이 허용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사이버 공간을 통한 소통과 정보 습득이 가능해진 지금의 군 생활은 시공간을 초월한 이단들의 포교와 신도 통제가 이루어지는 곳이 돼버렸다. 일과 후와 주말에 휴대폰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된 장병들이 인터넷을 마음껏 사용하고 있고, 이단들은 자기 계발과 상담 등을 매개로 곳곳에 미혹의 덫을 놓고 장병들의 방문을 기다린다.

신천지는 인터넷 방송인 ‘진리의 전당’과 공식 팟캐스트인 ‘하늘팟’을 사용한다. 특히 ‘하늘팟’이 신천지 신도들에 대한 교육, 신천지 비판에 대한 대응, 그리고 신도들을 통제하기 위해 효과적으로 사용된다. 군부대에 있는 신천지 신도들은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신천지와 소통하며 소위 피드백(지시)을 수시로 받을 수 있게 됐다. 군인교회에 출석하는 신천지 신도들은 그 동향을 수시로 신천지에 보고할 수 있게 됐다.

최근 ‘현대종교’ 취재에 따르면 신천지 신도들끼리 단톡방을 만들어 군부대 내에서도 조직적인 모략 포교를 진행할 수 있는 위험성도 예상된다. JMS 신도들, 특히 2세들의 경우 휴대폰을 통해 교주 정명석의 설교를 전달받는 방법으로 교리 교육과 관리가 이루어진다. 이단 신도들은 휴대폰을 통해 외부와 소통한다. 하나님의교회 신도들은 자신들의 소속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 종교의 자유를 주장하는 한편 공격적인 교리 논쟁을 일으키곤 한다.

군부대 이단들의 포교 및 신도 관리와 통제가 빠르게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휴대폰의 영내 사용은 군 생활의 편리함뿐 아니라, 이단들의 미혹에도 취약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었다. 장병들의 정보 습득과 소통의 필요라는 사회적 분위기를 거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교회 차원의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

지역 교회의 적극적인 예배 지원, 관심이 필요한 장병들에 대한 돌봄이 제공돼야 한다. 군부대 외출외박의 확대와 휴대폰 사용이 자유로운 오늘, 한국교회 군선교는 ‘이단 미혹의 위기’와 ‘복음 전도의 기회’를 동시에 맞고 있다.

탁지일 (부산장신대 교수·현대종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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