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응 공직사회도 피로감…"회의·보고에 더 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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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3.04. 오후 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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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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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조사·접촉자 관리·방역 수시 동원…비상 장기화

중복되는 회의·보고 절차 등 업무 관행 개선 요구도

신천지 신도 전수조사[연합뉴스 자료사진]


(광주=연합뉴스) 손상원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으려는 공직사회 대응은 최일선의 보건·재난 관련 부서만의 문제가 아니다.

총동원령에 따라 확진자 발생 동향, 접촉자 관리에 나선 지방자치단체 등 공무원들은 길어진 비상 상황에 지쳐가고 있다.

4일 광주시 등에 따르면 지난달 4일 광주에서도 첫 확진자가 발생한 뒤 시와 5개 자치구는 재난안전대책본부를 중심으로 코로나19 대응 체계를 가동하고 있다.

의심·확진 환자가 발생하면 검사, 동선·접촉자 파악, 방역 등이 즉각 순차적으로 이뤄진다.

지역 사회 감염이 본격화하면서 검사자가 늘어나 보건소 선별 진료소는 장사진을 이루고 확진자와 접촉해 자가 격리된 인원도 증가했다.

광주에서는 이날 오전 9시 현재 접촉자 926명 중 648명은 격리 해제됐지만 281명은 자가 격리 중이다.

자가 격리자에게 매일 전화해 상태를 확인하고 무단이탈에 대비해 불시에 방문하는 등 공무원들은 감시·관리망을 소홀히 할 수 없다.

3만명이 넘는 신천지 교인·교육생 전수조사에는 1천명 이상 광주시 공무원이 총동원됐다.

교인 감염 여부 확인에 속도전을 벌이느라 모든 사무실이 '콜센터'를 방불케 하는 풍경을 연출했다. 시청 내 전화 송·수신에 장애가 생기기도 했다.

시설 폐쇄, 감염 여부 확인 등 신천지와 관련한 관리 업무는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될 때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신천지 광주교회 폐쇄[연합뉴스 자료사진]


광주 3천697개 다중 이용시설 일제 방역이 이뤄진 3일에도 시와 자치구 공무원 수천 명이 동원됐다.

광주 서부교육지원청에서는 학원들의 휴원 현황을 파악하느라 학원장 1천600여명과 일일이 통화하느라 진땀을 뺐다.

공무원 A씨는 "아내는 밤늦게 퇴근하고, 나는 새벽에 출근하다 보니 며칠간 얼굴조차 제대로 못 본 것 같다"고 말했다.

도시락 온정[연합뉴스 자료사진]


오월어머니집 회원들은 연일 밤샘 근무에 시달리는 시 건강정책과를 이날 점심시간에 방문해 손수 만든 도시락 70인분과 과일을 전달하기도 했다.

입맛을 잃었을 공무원들을 위해 고사리 나물, 소고기뭇국, 봄동 겉절이를 준비했다.

이명자 오월어머니집 관장은 "40년 전 5·18 민주화운동 당시 주먹밥을 싸던 심정으로 도시락을 쌌다"며 건강에 유의해달라고 부탁했다.

국가적 비상 상황에 일반 행정은 차치하더라도 복지 업무 처리까지 지연되거나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결식아동, 홀몸 노인 등 취약계층 관리에 빈틈이 생길 수 있다는 경계심이 크다.

구성원들에게 불필요한 부담을 지우는 업무 관행을 돌아봐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공직사회 안팎에서는 나온다.

정부 주재 영상 회의, 자치단체별 일일 상황 회의, 수시 점검 회의 등 하루에만도 수차례 열리는 회의에 간부들은 고정적으로 참석하고 실무자들은 보고 자료를 준비하느라 시간을 빼앗긴다.

정작 감염병 대응에 필수적인 현황은 정정이나 오류가 잦고, 홈페이지 등 정보 갱신은 실시간이라는 말이 무색할 지경이다.

자치단체장들은 주민 안전을 '전가의 보도'처럼 내세우며 문서 배포만으로도 충분할 내용에 '긴급'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담화문을 발표하면서 언론에 자신을 노출한다.

상황의 심각성이나 위중함을 고려하면 당장에는 어렵더라도 상황이 안정된 뒤에라도 감염병 대응 업무 관행 개선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공무원 B씨는 "몇장짜리 담화문이 나오기까지 부서별 자료 정리, 현황 보고 등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참여하는지 아느냐"며 "보고나 회의만 줄여도 현장 대응에 필요한 상당한 여력이 생길 것"이라고 꼬집었다.

sangwon7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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