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일대에서 운행되고 있는 타다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 8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일대에서 운행되고 있는 타다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쏘카가 소프트뱅크벤처스 등 두 곳의 외국계 투자자로부터 500억원을 유치한다. 쏘카는 기사 포함 차량 호출 서비스 ‘타다’를 운영하는 VCNC의 모회사다.

이른바 ‘타다 금지법안’으로 불리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현실화하면서 애초 기대한 투자 규모보다는 대폭 줄었다. 하지만 쏘카로선 타다 금지법안이 통과될 경우 VCNC가 택시면허를 사거나 빌릴 때 도울 수 있는 자금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소프트뱅크벤처스는 두 번째 투자

타다 '플랜B 실탄' 500억 투자받는다
25일 벤처투자업계에 따르면 쏘카는 500억원 규모의 시리즈F 투자 유치를 눈앞에 두고 있다. 올초 일본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 자금 3000억원 유치 직전까지 갔으나 타다 서비스를 둘러싼 택시업계와의 갈등이 깊어지며 규모가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소프트뱅크가 쏘카에 투자하는 것은 올초 시리즈E 투자에 이어 두 번째다. 쏘카는 지난 1월 소프트뱅크벤처스, KB인베스트먼트, 스톤브릿지벤처스 등으로부터 500억원 투자를 유치했다. 이번 투자엔 한국벤처투자 등 중소벤처기업부 등의 정책자금을 출자자(LP)로 두고 있는 국내 벤처캐피털(VC)들은 참여하지 않았다.

벤처투자업계는 두 가지 점에 주목하고 있다. 먼저 3000억원에 비해 규모가 줄긴 했으나 쏘카가 투자 유치에 성공한 것 자체다. 글로벌 시장에선 여전히 한국 내 신규 모빌리티(이동수단) 시장의 성장성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했다. 정부와 정치권이 타다와 택시업계 간 갈등 해결책으로 타다 금지법안이라는 규제를 내놓으며 모빌리티업계는 타격을 받았다. 그럼에도 외국계 VC들은 아직 한국을 투자할 가치가 있는 시장으로 판단했다는 분석이다.

타다의 사업모델은 ‘우버의 렌터카판’이라고 할 수 있다. 중개수수료를 받는 미국의 승차공유업체 우버처럼, VCNC는 쏘카 등으로부터 운행 요금의 10%를 플랫폼 수수료로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웅 쏘카 대표는 그동안 “수행기사와 차량공유가 결합된 것”이라고 타다 서비스가 공유경제 비즈니스임을 여러 번 강조했다.

모빌리티 첫 유니콘 탄생할까

벤처캐피털업계에는 소프트뱅크벤처스가 타다 서비스의 이런 점을 감안해 두 번이나 쏘카 투자를 결정했다는 시각도 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우버, 그랩 등 글로벌 차량공유 업체에 투자해왔다. 텍사스퍼시픽그룹(TPG) 투자를 받기 전의 카카오모빌리티에 소프트뱅크가 관심을 보인 것도 카카오가 카풀이라는 승차공유사업을 할 것으로 기대됐기 때문이다.

VCNC는 타다 서비스에 따른 올해 적자가 약 3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타다 금지법안이 통과되면 렌터카 이용·기사 알선 방식의 현행 타다 서비스를 할 수 없게 된다. 모빌리티업계 한 관계자는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되면 타다도 어쩔 수 없이 면허를 매입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타다 금지법안은 타다와 같은 혁신형 플랫폼 사업자가 정부에 기여금을 내고 택시면허를 빌리거나 매입하도록 했다. 쏘카는 이번 투자 유치로 관련 자금을 VCNC에 지원할 수 있다. 최악의 상황을 대비한 ‘플랜B’가 가능하게 된 것이다.

이번 투자 유치는 쏘카에 또 다른 의미가 있다.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의미하는 ‘유니콘’ 대열에 성큼 다가섰다. 쏘카는 지난 1월 투자 유치 때 약 7000억원에 이르는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김채연/김남영/황정환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