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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계 뒷담화]'기생충' 오스카 4관왕 거머쥐기까지 6개월의 여정


[서울경제] 영화 ‘기생충’이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게 지난 해 5월입니다. 그런데 여전히 ‘기생충’의 늘 가장 중요하고 핫한 뉴스가 되고 있습니다. 오스카 4관왕을 차지한 이 영화는 미국에서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열광하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기생충’에 들썩들썩이죠. 이제 좀 잠잠해 지려나 했더니 역시 트럼프가 ‘기생충’을 걸고 넘어집니다. 남한에서 온 영화가 작품상을 탔다, 미국 좋은 영화도 많고, 한국과 무역 문제도 많은데, 왜 미국 영화가 아니라 한국영화를 선택했는지 이해를 못 하겠다고 콜로라도 유세에서 말했다지요. 역시 그다운 발언이었고, 이에 대해 미국 민주당 전국위원회(DNC)는 트위터에 “‘기생충’은 최상류층이 얼마나 노동계층의 절박한 몸부림에 무신경한지에 대한 외국영화이며, 2시간 동안 자막을 읽어야 한다. 물론 트럼프는 싫어하겠지”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영화가 상품이며, 상업 자본인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다른 속성이 더 많다는 것, 어떤 영화를 관람하는지는 단순히 얼마를 쓰느냐에서 머무는 게 아닌 사회 문화 경제적 감수성을 추구하는 행위라는 것을 그는 모르는 모양입니다.


오늘 하려고 했던 ‘기생충’ 오스카 권석 주인공들에 대한 ‘뒷담화’를 시작하겠습니다. 오스카 시상식 이후 기생충 팀은 각자의 일정에 맞춰 귀국을 했고, 봉준호 감독까지 모두 귀국을 마친 지난 19일 중구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봉준호 감독을 비롯해 곽신애 바른손 E&A 대표, 한진원 작가, 배우 송강호·이정은·조여정 등 ‘기생충 팀’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오스카 수상을 기념한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것입니다. 국민적 관심을 모은 이번 간담회장에는 수 많은 국내외 취재진들이 몰려들어 ‘기생충 신드롬’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했습니다.


■봉준호 감독 “대형 스튜디오의 물량 공세에 우리는 팀워크로 똘똘 뭉쳐···오스카 캠페인은 마치 게리라전 같아”

한국영화 최초로 오스카 후보에 오른 데 이어 작품상, 감독상 등 4관왕을 거머쥔 ‘기생충’은 숱한 뉴스를 만들어냈습니다. 또 ‘기생충’의 오스카 석권은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가 놀랄만한 사건으로 기록됩니다. 봉 감독은 6개월 간 진행된 ‘오스카 캠페인’은 마치 게릴라전과 같았다고 회상했습니다.

“거대 스튜디오나 넷플릭스 이런 회사에 비하면 훨씬 못 미치는 예산으로, 열정으로 뛰었다. 그 말은 저와 강호 선배님이 코피를 흘릴 일들이 많았다는 의미입니다. 로스앤젤레스(LA) 시내에 오스카 캠페인에 참여한 작품의 전면 광고를 올리는 등 물량 공세를 합니다. 네온, 바른손 E&A, CJ ENM은 똘똘 뭉쳐서 팀워크로 그 물량 공세를 커버했죠. 많은 예산을 쓰는 것이 낯설게 보이기도 했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작품들을 깊이 있고 밀도 있게 검증하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송강호 “오스카 캠페인 동안 오히려 작아진 느낌···위대한 예술가를 통해 많은 걸 느껴···할리우드 러브콜이요? 국내에서도 일이 없어요 13월째”

■톰 행크스는 이정은, 쿠엔틴 타란티노는 조여정에 관심

■이정은 “영화를 잘 만들면 굳이 할리우드 진출 안 해도 각광···그래도 섭외가 온다면 좋죠”

■장혜진 “해외 진출이요? WHY NOT”

■이선균 “영어 공부좀 해야 겠어요”

■조여정 “한국어 연기도 아직 잘 못하는데요, 저는 그냥 연기에 충실할래요”

실제로 봉 감독은 오스카 캠페인 동안 인터뷰만 600차례, 관객과의 대화도 100회 이상 진행하는 등 살인적인 일정을 배우 송강호 등과 소화해냈습니다. 긴 오스카 캠페인을 함께 한 송강호는 “오스카 캠페인은 상을 받기 위한 과정이 아니라 세계 영화인과 호흡하고 그들과 우리가 어떤 공통점이 있는지, 어떻게 소통할 수 있는지를 배운 과정이었다”며 “6개월이 지난 지금 오히려 작아진 느낌이다. 위대한 예술가들을 통해서 많은 것을 느꼈다”고 전했습니다. 할리우드에서 그를 주목하는 것도 당연합니다. 할리우드에서 러브콜이 없냐고 묻자 “‘기생충’ 끝난 이후 지금 13개월 동안 국내에서도 일이 없다. 할리우드가 아니라 국내에서라도...”라며 웃어 넘깁니다.

송강호뿐만 아니라 다른 배우들에 대한 할리우드의 관심이 대단한 듯 보였습니다. 톰 행크스는 이정은 배우에 대해 “오리지널 하우스키퍼가 늦은 밤 벨을 누르는 순간 모든 것이 바뀌었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또 쿠엔틴 타란티노는 봉 감독에게 “그 부잣집 와이프가 누구냐며, 조여정 씨에 대한 관심을 보였다”고 했습니다. 한 10분 넘게 조여정 씨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고 합니다. 이선균 배우는 새해 마다 결심하는 영어 공부를 좀 열심히 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하고요, 장혜진 배우는 할리우드에서 러브콜이 온다면 “Why no? of course”라며 자신감을 내비쳤고, 이정은 배우는 “배우 생활 하면서 할리우드는 진출해야 하지 않겠나 했는데, 이제는 좋은 영화를 만들면 세계에서 각광을 받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섭외가 온다면 당연히 한다”고 대답해 취재진에게 웃음을 줬습니다.

좋은 소식으로 만나는 자리인지라 분위기는 시종일관 화기 애애했습니다.

■봉준호 감독 “생가, 동상이요? 그런 건 제가 죽은 다음에나”

오스카 수상 이후 정치권에서 생가 및 동상을 건설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을 아냐는 질문도 나와 행사장은 웃음 바다가 됐습니다. 봉 감독도 “글쎄 그건 제가 죽은 다음에”라며 웃음을 터트리며 “뉴스로 읽었는데, 이 또한 지나가리라 생각한다”고 재치있게 대답을 했습니다.

오스카 캠페인 동안 ‘기생충’이라는 작품뿐만 아니라 봉 감독 특유의 재치있는 답변이 커다란 인기를 끌며 #봉하이브(BONGHIVE)라는 현상을 낳기도 했죠. 특히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오스카는 로컬 영화제’라고 말한 부분은 커다란 화제가 됐습니다. 혹시 “시선을 끌기 위한 계획된 도발은 아니었냐”고 묻자 그는 “제가 오스카 캠페인을 처음 하는데 무슨 도발씩이나 하겠냐”며 웃더니 “칸, 베니스, 베를린은 국제 영화제고 아카데미는 그와의 성격이 다르다고 말하면서 그냥 ‘쓰윽’하고 쓴 말인데, 그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회자가 되면서 화제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사회 문제를 다루되 블랙 코미디, 범죄 스릴러라는 장르를 섞는 연출기법은 봉 감독의 스타일이다. 전작인 ‘괴물’ ‘설국열차’ ‘옥자’ 등 역시 ‘기생충’과 유사한 기법이다. 그런데 특히 ‘기생충’이 북미뿐만 아니라 세계 관객들을 사로 잡은 이유는 무엇일까? 봉 감독은 “배우들이 연기 앙상블이 일단 뛰어 났고, 현실에 기반한 톤의 영화라서 더욱 폭발력을 지녔을 것으로 짐작한다”며 “‘괴물’은 한강에서 괴물이 뛰고 ‘설국열차’ 역시 공상과학(SF)적이다. 반면 ‘기생충’은 우리 동 시대의 이야기, 우리 이웃에서 볼 수 있는 이야기”라고 설명했습니다.

■봉준호 감독 “빈부 격차 적나라하게 그린 ‘기생충’ 누군가는 불편해할 수도 있지만 대중적으로 위험해 보일 수 있지만 영화가 택할 수 있는 길이라 생각”

“당의정 없이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를 솔직히 그리고 싶었죠”

어쩌면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그린 작품이 바로 ‘기생충’입니다. 일부 관객들은 불편해할 수도 있고, 이에 대해 봉 감독은 이렇게 말을 합니다. 박수를 치고 싶었던 대목이자, ‘역시 봉준호구나’ 싶었습니다.

“사실 자주 들었던 질문이기도 합니다. 저는 도발적인 영화를 만들고 싶은 사람은 아닙니다. 제가 만들고 싶은 스토리를 외면하는 건 싫었습니다. 스토리는 우스꽝스럽지만 코미디적이고, 빈부격차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씁쓸함과 쓰라림을 피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처음부터 엔딩까지 그런 부분까지 정면 돌파하려고 만든 영화입니다. 관객들이 불편하고 싫어할 수도 있습니다. 그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영화에 당의정을 입혀서 달콤한 장식, 데코레이션을 하면서 영화를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최대한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를 솔직히 그리고 싶었습니다. 대중적인 측면에서 위험해 보여도 이 영화가 택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했죠. 촬영, 편집 마무리까지 그렇게 애를 써서 만들었고, 한국에서 1,000만 명 관객 이상이 호응을 했습니다. 프랑스 베트남 일본 영국 등 오스카 후광과 상관 없이 선택을 받고 있습니다. 이전에 이미 역대급 기록을 쓰고 있었고, 여러 나라에서 주목을 받아서 기뻤습니다. 수상 여부 떠나서 동시대 많은 관객들이 공감한다는 그게 가장 의미가 있습니다. 관객들이 왜 이렇게 환호하는 것인가에 대해서는 좀 시간적 거리를 두고 분석하는 것이고, 그건 또 저의 업무는 아닙니다. 저는 이미 다음 작품을 준비 중이고, 한 줄 한 줄 글을 써내려 갈 것이고, 뚜벅뚜벅 걸어나갈 것입니다.

해외에서도 봉 감독은 한국 영화 산업의 역동성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고 했다. 그는 우선 주류 영화와 독립영화가 분리된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냈습니다.

“저의 데뷔작인 ‘플란다스의 개’와 ‘기생충’을 같은 이름으로 토씨 하나 틀리지 않게 시나리오를 들고 신인 감독이 영화를 찍으려고 하면 투자를 받을 수 있을지 냉정하게 생각해 봤을 때 젊은 감독의 모험적인 시도가 받아들여질지 의문입니다. 재능있는 친구들이 산업으로 흡수되기보다는 독립영화로 진출해서 서로 만나지 못하고 평생선을 그리며 가는 것 같습니다. 주류 영화와 독립영화가 상호 침투하며 좋은 의미로 다이내믹한 충돌을 내며 발전할 수 있는 활력을 되찾기를 바랍니다. 한국영화 산업이 모험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합니다. 1980~90년대 커다란 붐을 일으켰던 홍콩 영화가 어떻게 쇠퇴했는지에 대해 선명한 기억을 갖고 있지 않습니까.”

‘프란다스의 개’이후 ‘살인의 추억’ ‘괴물’ ‘마더’ ‘설국열차’ ‘옥자’ 등 수 많은 작품들을 쏟아낸 봉 감독은 현재 ‘번아웃’ 상태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봉 감독 스스로는 자신을 “원래 노동을 많이 하는 인간”이라며 “오늘 아침에 마틴 스코르세지 감독에게 편지를 한 통 받았는데 ‘이제 좀 쉬어라. 단 조금만 쉬어라. 우리 모두 차기작을 기다리고 있으니’라는 내용이었다. 조금만 쉬고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뚜벅뚜벅 길을 걸어갈 것이다. 오스카로 행복한 마무리를 했다”라고 전했다.

봉 감독은 앞으로 차기작 두 편을 준비 중이며, ‘설국열차’는 올해 미국에서 드라마로 방영되며, ‘기생충’ 역시 드라마 작업에 들어갑니다.


‘기생충’의 기자간담회가 있던 바로 다음 날인 20일에는 곽신애 바른손 E&A 대표와의 인터뷰도 있었습니다. 참고로 곽 대표는 영화잡지 키노의 기자 출신이며, 영화 ‘친구’의 곽경태 감독의 여동생이자, ‘유열의 음악 앨범’ 등을 연출한 정지우 감독의 아내이기도 합니다.

곽 대표는 오스카 시상식 당일을 떠올리며 감독상을 받는 순간 ‘작품상’을 예견했다고 했습니다.

“이전까지는 워낙 ‘1917’이 작품상의 유력한 후보였는데, 점점 시간이 흐를수록 현지에서 저희 영화를 좋아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행사할 때 저희 테이블에 사람들이 정말 많이 몰려 들어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궁금해 하면서 애정 ‘뿜뿜’하는 표정이 너무 신기했죠. 그러다 시상식 당일 감독상을 받는 순간 작품상을 받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고, 옆에 앉아있던 여정 씨와 한진원 작가에게 ‘우리 작품상 받을 거 같아’ 그러니까 ‘에이 설마요’하더라요.”

그러면서 그는 오스카의 선택이 역사를 만든 것이자 역사를 뒤집은 것이라고도 평가했습니다. 그는 “우리 영화를 좋아하는데 과연 수상으로까지 이어질까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며 “그런데 오스카의 선택은 우리 영화에만 좋은 게 아니라 비영어권 영화, 영화인에게 좋은 영향을 줄 것이다. 변화를 선택한 아카데미 회원들의 용기에 경의를 바치고 싶다”고 덧붙였습니다.

누구도 예측할 수 없던 상황이지만 오스카 캠페인 당시 목표는 외국어 영화상이었다고 했습니다. “CJ ENM과 북미 배금사 네온과 오스카 수상 전략 상의를 할 때는 외국어 영화상 수상과 주요 부문 노미네이트였고, 이를 위해서 어떤 코스를 밟아야 하는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오스카 캠페인을 시작했어요.”

‘기생충’이 세계적인 관심을 끌면서 한국 영화에 대한 관심과 지명도도 높아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2의 기생충’이 나올 것인지, 더 많은 양질의 영화들일 나올지에 대한 우려는 존재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에 대해 곽 대표는 영화 잡지 키노의 기자 출신으로서 영화를 대하는 자신의 자세를 통해 답을 들려줬습니다.

“영화가 오락이라기보다는 예술이라고 인식하는 매체 출신으로서 현장에 나와서 일을 하면서도 고민을 많이 했던 지점입니다. 한동안은 흥행작만을 봤지만 결국 저는 제가 좋아하는 영화, 독립과 주류 영화의 경계에 있는 영화를 좋아하고 그런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결론을 내렸죠. 상업적인 면에서 만만하지 않아서 힘들지만 자기 색깔이 선명한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곽 대표는 한국 영화계에서 가장 주목하는 제작자이자 대표적인 여성 제작자가 됐습니다. 그는 이에 대해 “비슷한 경력을 가진 다른 여성 제작자들에 비해서 제작 편수도 많지 않고, 그동안 크게 흥행한 작품도 없었다”며 “그런데 30년 간 일한 걸 그냥 한번에 몰아서 받는 그런 느낌이다. 고비를 버텨내면서 열심히 하면 뭔가 되는 그런 사례인 것 같다”며 겸양의 자세를 보였습니다.

그에 대한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는 봉준호 감독과의 작업이죠.

“저희 끼리 하자 하지 말자 딱 부러지게 이야기는 안 했다. 할 것 처럼 이야기하는 정도죠. 연애 전에 ‘썸’ 타는 그런 느낌으로 이야기하고 있어요. 상대방은 나랑 계속 만날 건가보다 이렇게 생각하는 중입니다.”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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