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브런치 누적 120만 뷰 돌파!
때로는 폭소를 자아내고, 때로는 가슴 뭉클해지는
아들 넷 엄마의 ‘내 이름 찾기’ 프로젝트
온라인에서 육아 관련 글을 찾아본 사람이라면 한번쯤 읽어봤을 아들 넷 엄마 ‘아넷맘’의 글이 단행본으로 출간됐다. 1년 중 절반은 해외에 나가 있는 파일럿 남편을 둔 숙명으로 혼자 아들 넷을 키우는 이야기에 ‘나는 아이 한 명도 벅찬데 대단하다’는 등 수많은 댓글이 달렸다. 해도해도 끝나지 않는 육아의 고단함에 많은 엄마가 공감했다.
저자가 글을 쓰게 된 계기는 독특하다. “육아는 투자 대비 성과가 보이지 않는 지난한 과정”이라고 말하며, 가족 돌봄은 가치 있는 일이지만 점점 자신의 이름이 사라지는 느낌에 괴로웠다고 말한다. 그러던 중 아이가 던진 질문이 저자의 마음에 커다란 파문을 일으켰다. “엄마는 꿈이 뭐야?”
아이가 ‘꿈’이라는 단어를 말한 순간, 표현하기 힘든 감정이 가슴을 헤집어놓았다. 결혼 전에는 대학입시와 취업을 거치면서 원하는 목표를 성취하며 삶의 의미를 느꼈다. 그러나 엄마가 된 후 꿈이 사라졌다. 아니, 아들 넷을 키우는 엄마에게 꿈은 사치와도 같았다.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우울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저자는 가만히 자신을 들여다보았다. ‘꿈’이라는 단어를 마주한 순간 느꼈던 감정을 되뇌어봤다.가슴 깊은 곳에 작지만 뜨거운 불씨가 남아 있는 게 분명히 보였다. 아직은 무언가를 꿈꿔볼 수 있겠다는 희미한 희망이 생겼다. 처한 환경과 나이를 떠나, 의지만 있다면 다시 한 번 뭔가를 해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마침내 ‘가슴 떨리는 무언가’를 찾아나서겠다는 용기를 냈다.
성장하는 게 아이뿐일까?
엄마도 새로운 꿈을 찾고 성장한다
이러한 간절함으로 육아에 대한 생각을 전환하고, 생활 패턴을 바꿨다. 아주 적은 시간이라도 육아와 독립된 자신의 생활을 지키려 시간표를 만들었다.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낸 후 매일 같은 시간 운동하고, 글을 쓰고, 책을 읽었다. 3개월, 6개월, 1년 단위로 목표를 세우고 실행했다. 나머지 시간은 쪼개고 쪼개어 청소, 빨래, 반찬을 만들거나 도서관에 가서 공부를 했다. 관심 있는 강의를 듣고 책에 등장하는 장소를 찾아가보기도 했다. 이렇게 하루하루 충실하게 보내며 찾은 자신의 재능은 바로 ‘글쓰기’였다.
저자는 이전에 한 번도 글을 써보지 않았지만, 자신이 풀어낼 수 있는 이야기가 많다는 것을 알았다. 부산행 열차 맞은편에 앉은 남자와 사랑에 빠져 순식간에 아이를 갖고 결혼한 일, 유학 간 남편을 뒷바라지하고 독박육아를 감내한 일, 아들 세 쌍둥이를 자연 임신하고 만삭 주수까지 품어 출산한 일, 세 쌍둥이를 독박육아하며 터득한 육아의 기술, 효자 남편에 걸맞은 좋은 며느리가 되기 위해 쏟은 노력, 그리고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받은 상처와 육아를 하면서 친정엄마에게 서운했던 일까지, 쏟아낼 이야기가 너무나 많았다.
글을 쓰면서 많은 기회가 밀려들었다. 책을 출간하고, 강연을 하고, 라디오 방송에서 자신이 쓴 책을 낭독하고, 브런치에 글을 올릴 때마다 폭발적인 조회수를 기록했다. 자신이 발걸음을 힘껏 옮기는 만큼 생각지도 못했던 기회가 찾아왔다. 자신의 이야기가 세상에 작지만 뚜렷한 영향력을 미치는 것을 보며 하루하루 벅차올랐다. 삶에서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다고 생각했을 때, 글쓰기가 새로운 돌파구가 되어준 것이다.
잘나가던 커리어우먼에서 아들 넷 엄마로, 글쓰기 일 년 만에 작가가 되기까지 삶은 예측할 수 없는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물론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지만, 많은 시도와 실패 끝에 자신만의 땅을 찾았다. 저자는 스스로 한계를 규정짓지 않고 열어두면 세상은 그만큼의 자리를 내어준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저자는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는 중이다. 함께 운동하고 공부하며, 자신의 꿈을 이루려 노력한다. 새로운 무언가에 오감을 활짝 열어두고 매일 삶에서 의미를 발견한다. 저자는 마냥 예쁜 엄마보다는 아이들과 함께 어울리는 엄마의 길을 택했다. 래시가드를 입고 선글라스를 낀 날씬한 엄마는 아니지만, 통통한 몸에 일자 수영복을 입고 함께 수영하는 엄마가 아이에게 더 정겹게 기억될 거라 믿으며.
“엄마가 건강해야 아이가 건강할 수 있다”
아들 넷 독박육아에서 건져올린 결론
저자는 모든 엄마에게 자신만의 영역을 확보할 것을 권유한다. 글을 쓰든, 노래를 부르든, 그림을 그리든, 봉사활동을 하든 자신이 잘 표현할 수 있거나 의미를 두는 무엇인가를 찾으면 삶이 훨씬 풍성해진다고 말이다. 그렇게 찾은 크고 작은 꿈은 엄마라는 역할을 넘어 한 사람의 삶을 알차게 채울 것이다. 중요한 건, 이렇게 자신을 사랑하고 노력하는 엄마의 모습은 분명 아이에게도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엄마가 그러지 못할 때 찾아오는 우울과 불안은 결국 아이에게 전해지기 마련이다. 엄마가 먼저 생을 충실하게 채워야 하는 까닭이다.
무엇보다, 이 책은 전업주부의 삶을 응원한다. 누군가는 저자 같은 전업주부를 ‘집에서 놀고먹는’ 사람으로 표현한다. 실은 그렇지 않다. 이들은 단조로운 일상을 사는 것처럼 보여도, 하루하루 힘겹게 육아를 하고, 가사노동을 견디고, 열심히 일하고 꿈을 꾼다. 전업주부는 ‘집에서 육아와 가사만 전문으로 하는 주부’가 아니다. 혹은 ‘집에서 놀고먹는 엄마’도 아니다. ‘매일 누구보다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앞으로의 가능성이 무한한 사람’이다.
결혼과 육아를 경험한 여성이라면, 새로운 꿈을 찾고 싶어하는 엄마라면, 엄마의 새로운 도전을 응원하는 자식이라면 『엄마도 꿈이 엄마는 아니었어』를 펼쳐보자. 결혼 전 남편과 알콩달콩 연애하던 때부터 출산의 기쁨, 육아의 즐거움과 괴로움, 며느리로서의 딜레마, 정신없이 바쁜 육아 중에도 자신만의 영역을 만들어나가는 모습을 보면, 엄마로서 삶과 꿈에 대한 벅찬 의지가 차오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