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스케7' 우승자서 JTBC '슈퍼밴드' 출연…애프터문 보컬
자작곡 '리멤버' 발표…'슈퍼밴드' 동료들과 밴드 결성 계획
케빈오 "'슈퍼밴드' 통해 음악 친구 생겨 뿌듯해요"
밴드 애프터문(케빈오, 디폴, 이종훈, 최영진)이 JTBC '슈퍼밴드' 결선 2라운드에서 선보인 자작곡 '비포 선라이즈'(Before Sunrise)는 한 편의 멜로 영화 같았다.

'추억으로 가득한 수많은 별들이/ 너와 나 우리 둘 위로 쏟아져/ 아침이 오기 전에~'
곡의 전개와 사운드 디자인, 영어 가사의 메시지가 물 흐르듯 매끄러웠다.

특히 곡 중간 보컬 케빈오가 영화 '비포 선라이즈' 속 대사에 저음의 내레이션을 더하는 장면에선 극적인 효과가 배가했다.

아쉽게도 애프터문은 이 공연을 끝으로 생방송 파이널에 진출하지 못했지만, 윤종신은 "지금까지 나온 자작곡 중 최고"라고 칭찬했다.

최근 종로구 수송동에서 만난 케빈오는 가장 기억에 남는 경연으로 이 무대를 꼽았다.

"몇개월 간 애쓰다가 마지막에 쏟아낸 무대였어요.

자작곡을 들려줬기에 '우리 것'이란 책임감도 강했고요.

이종훈(베이스)이 작곡하고 제가 가사를 쓰고 멤버들이 함께 편곡해 좀 더 자랑스러웠죠."
'비포 선라이즈'를 구상한 것은 악동뮤지션 이수현의 심사평이 계기였다.

이수현은 이들이 결선 1라운드에서 신디 로퍼의 '타임 애프터 타임'(Time after time)을 EDM 팝으로 편곡해 들려주자 "음악 영화의 하이라이트 장면 같다"고 표현했다.

케빈오는 "가장 기억에 남는 심사평이었다"며 "음악적인 얘기보다 느낀 대로 감성을 얘기해줘 와닿았다.

영화를 보는 것 같다는 말에 영화 '비포 선라이즈'에서 영감을 받아 이 노래를 만들 수 있었다"고 떠올렸다.

탈락의 아쉬움도 있었지만 그는 "마지막 무대를 후회 없이 했다"고 떠올렸다.

우승팀인 밴드 호피폴라에 대해서도 "슈퍼밴드 같다"며 아낌없이 칭찬했다.

"호피폴라는 정통 밴드 구성이 아니지만, 천재 기타리스트와 첼리스트가 있고, 투 보컬의 시너지도 있어 개성이 강해요.

전 모든 팀의 팬이었지만, 그중 아트록을 추구하는 퍼플레인도 슈퍼밴드처럼 느껴질 정도로 인상적이었죠."
훤칠한 외모의 케빈오는 '슈퍼밴드' 첫 방송부터 낯익은 얼굴로 화제가 됐다.

그는 2015년 엠넷 '슈퍼스타K 7'(이하 슈스케) 우승자로, 솔로 활동을 하다가 음악 천재들의 밴드 결성 프로젝트인 '슈퍼밴드'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두 프로그램에서 모두 심사한 윤종신은 밴드로 선 케빈오를 보고선 "몸에 잘 맞는 옷을 입었다"고 평하기도 했다.

케빈오 "'슈퍼밴드' 통해 음악 친구 생겨 뿌듯해요"
다시 경연 포맷 프로그램에 도전했지만, '슈스케' 때와는 차이가 있었다고 한다.

"혼자일 때와 달리, 다른 연주자와 조합에 따라 신선한 음악이 나왔죠. '슈스케' 때는 저만 잘하면 됐지만, 이번엔 팀으로 하다 보니 같이 힘들면 서로 힘이 돼줬고, 보컬로서 프런트 맨 역할을 하며 책임감과 부담도 있었죠."
미국 롱아일랜드 출신인 케빈오는 '슈스케'에 출연하면서 한국 땅을 처음 밟았다.

당초 의대 진학을 고려했지만, 마음 한 켠에 음악이 있었고 비즈니스에도 관심을 둬 동부 아이비리그인 다트머스대학교 경제학과에 진학했다.

졸업 후 그는 "음악 관련 일을 하고 싶어" 고객 취향에 맞는 커스텀 헤드폰 개발 스타트업을 2년가량 운영했다.

"오디오 기기에 관심이 많아 사람들 취향에 맞는 커스텀 헤드폰을 만들었죠. 크라우드펀딩으로 투자를 받아 스트리밍 서비스 회사들과 손잡고 애플리케이션도 만들었고요.

"
돌이켜보면 그는 성장 과정에서 여러 악기를 접하며 음악적인 자양분을 쌓았다.

어린 시절 학교에서 피아노와 첼로를 배웠고, 중학교 때 자의로 선택한 악기가 기타였다.

아버지가 젊은 날 치던 기타로 처음 '로망스'를 익혔다.

이후 유튜브에서 명연주자들의 주법을 보며 독학했다.

2014년 뉴욕 맨해튼으로 옮겨 1년간 살 때는 고교 친구들과 밴드를 결성하기도 했다.

당시 밴드에선 기타와 키보드를 맡아 음반도 만들어봤다.

스트록스, 더내셔널 등의 밴드 음악에 심취했고 밥 딜런, 제프 버클리 등 뮤지션들 삶의 흔적에 호기심이 많아 최첨단 문화 도시 뉴욕은 더없이 매력적이었다.

그러나 '슈스케' 오디션 공고를 접한 그는 나고 자란 터전의 익숙함과 가족의 걱정을 뒤로하고 도전을 결심했다.

꿈과 현실 가운데서 오랜 고민을 했기에 이때는 생각을 접고 마음을 따랐다.

그는 "그전까진 플랜이 없어 부모님께 확신을 못 드렸다"며 "하지만 부모님도 기회가 생겼을 때 도전하는 것은 응원해주신 것 같다.

그 이후론 응원만 해주신다"고 고마움을 나타냈다.

이때까지만 해도 우승을 꿈꾸기보다 "한번 해보자"는 각오였다고 한다.

한국의 옛 가요가 낯설었고 한국어도 익숙지 않아 '실수하지 말자, '가사를 잘 외우자'란 생각뿐이었다.

그러나 우승까지 거머쥔 그는 다른 시즌 우승자처럼 보폭을 크게 떼지 않았다.

2017년 첫 앨범 '스타더스트'(Stardust)를 내고 이듬해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와 계약한 뒤 싱글 '연인'(Lover)과 '하우 두 아이'(How Do I)를 냈지만 뚜렷한 활약은 보이지 않았다.

"한국에 갑자기 왔기에 제게 필요한 시간이었어요.

제가 어떤 음악을 하고 싶은지, 어떤 사람인지 알아갔죠. 한국이 어떤 나라인지 제 정체성도 강하게 느꼈고요.

한국 음악도 많이 들으며 그 덕에 다시 건강하게 '슈퍼밴드'에 나갈 수 있었죠. 한국에 온 걸 후회한 적은 없어요.

제겐 감사한 기회니까요.

"
케빈오 "'슈퍼밴드' 통해 음악 친구 생겨 뿌듯해요"
'슈퍼밴드'가 끝난 뒤 그는 예선 첫 평가 당시 선보인 자작곡 '리멤버'(Remember)를 발표했다.

이 곡은 무대 2주 전 통기타 하나로 만든 노래다.

공개된 음원에선 '슈퍼밴드'에서 만난 첼리스트 박찬영의 아름다운 연주가 더해졌다.

끊지 않고 완곡을 두세 테이크 정도 녹음해 라이브 맛을 살렸다.

앞으로 그는 '슈퍼밴드'에서 만난 연주자들과 케빈오 밴드를 구성해 활동할 예정이다.

한국에서 밴드를 한 적이 없는 그는 "넬과 잔나비처럼 오랜 친구들이 함께하는 밴드가 무척 부러웠다"고 한다.

"'슈퍼밴드'를 통해 밴드를 함께 할 친구들이 생겨 너무 기뻐요.

실력은 모두 뛰어나니 마음이 통하고 곡을 함께 만들 친구들과 함께할 예정이죠. 예선부터 6개월가량 같이 고생하면서 서로 집에 놀러 갈 만큼 친해져서 그곳에서 만난 친구들을 떠올리면 뿌듯해요.

"
2년째 tbs eFM '올 싱스 K팝'(All Things K-POP)을 진행 중인 그는 방송과 연기 등 다양한 활동에 마음이 열려있다며 환한 표정을 지었다.

학창 시절 교내 연극과 뮤지컬에 출연했다면서 "연기도 배우고 있는데, 새로운 일에 거부감이 없다.

다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신을 지금에 이르게 한 음악의 의미를 짚을 땐 웃음기를 걷었다.

"제 이야기와 마음을 나누는 일이기에 무게감이 느껴져요.

최근 팬들과 가까이서 만났는데, 음악을 통해 서로 마음을 나누고 이해하는 과정은 한마디로 정의하기 쉽지 않네요.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