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소유 임대아파트, 35세 미만 여성만 입주…시민들 경악
(대구=뉴스1) 남승렬 기자 = "대구 성당동 아파트의 코로나19 집단 발생 사례는 신천지 교인들이 어떻게 거주하고, 교인들 사이에 왜 전파력이 강한지 설명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김종연 대구시 감염병관리지원단 부단장은 7일 오전 코로나19 대응 정례 브리핑에서 이렇게 말한 뒤 시민들에게 "신천지 교인의 집단거주시설에 대해 아는 것이 있으면 제보해 달라"고 당부했다.
소문으로만 무성하던 신천지교회 교인들의 집단 거주 형태가 한꺼풀씩 벗겨지고 있다.
국내 첫 '아파트 코호트 격리'로 기록된 이 아파트가 신천지 교인들의 집단 숙소로 활용된 사실이 밝혀지자 시민들은 충격에 빠졌고, 아파트 소유권자인 대구시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보건당국의 역학조사 결과 이 아파트에 100명 가까운 신천지 교인들이 집단 거주하고 있었다.
전체 입주자 142명 중 94명이 신천지 교인이며, 이들 중 46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으로 판명됐다.
대구시가 이 아파트에 신천지 교인들의 집단 거주 사실을 파악한 것은 지난 4일 확진자들의 거주지를 분석하면서다.
사실을 확인한 대구시는 아파트 전체 입주민을 대상으로 진단검사를 실시하고 이틀 후 아파트 전체를 봉쇄하는 코호트 격리 조치를 단행했다.
검사 결과 입주민 46명이 감염됐으며, 모두 신천지 교인으로 드러났다.
보건당국은 이 아파트가 확진자 10명이 발생한 대구 문성병원과 200여m 거리를 두고 있어 두 장소간의 연관성에 대해서도 심층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다.
보건당국 관계자는 "이 아파트에 문성병원 직원 1명이 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다만 이 직원은 지난 4일까지 병원에 출근했고 검사 결과 음성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권영진 시장은 "종교와 관계없이 여성 근로자들을 위해 대구시가 저렴하게 임대해주는 아파트다. (확진자들이 입주할) 당시의 종교를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보건당국이 가장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은 곳곳에 숨어있는 신천지 교인들의 집단거주시설이다.
대구시는 신천지의 위장교회 등에 대한 폐쇄를 단행했지만, 교인들이 실제 살고 있는 거주시설 파악과 조치에는 속도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때문에 보건당국이 파악하지 못한 집단거주시설에서 실체를 감춘 교인들의 추가 집단감염 사례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대구시는 성당동 아파트 처럼 신천지 교인들의 집단거주시설 10여곳을 추가로 파악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종연 부단장은 "성당동 임대 아파트와 같은 집단거주시설이 지역사회에 코로나19를 전파한 통로 역할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교인 명단을 확인한 결과 의심되는 곳 10곳 정도를 찾았다. 이들 시설에 대해 추가 역학조사를 벌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민들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박모씨(43·여)는 "13년 전 쯤 대구에 처음 왔을 때 이 임대 아파트에 잠시 머문 적이 있다. 당시 특정 종교의 교인으로 보이는 입주민이 '성경 공부를 하자'고 했던 것이 어렴풋이 기억난다"고 했다.
박씨는 "그때 '나는 유물론자'라며 거절했던 생각이 난다"며 "당시 그들이 신천지 교인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오늘 신천지 교인들이 많이 살고 있다는 뉴스를 보고 소름이 돋았다"고 말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이 아파트의 경우 일정 조건만 갖추면 입주할 수 있다. 종교를 이유로 입주에 제약을 두지는 않는다"며 "막상 이런 일이 발생하니까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대구시 소유로 종합복지회관 안에 있는 이 아파트는 5층짜리 건물 2개동에 단독 50실, 2인용 49실, 견본 1실 등 100실 규모로 1985년 7월 준공됐다.
대구지역 직장에 다니는 35세 미혼여성만 입주할 수 있으며 현재 137명이 거주하고 있다.
평소 이 아파트는 외부인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pdnams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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