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알’ 관악구 모자 살인사건, 남편은 범인인가 피해자인가(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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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이민지 기자]

아내와 아들의 살인사건 용의자로 지목된 남편이 있다.

3월 7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관악구 모자 살인사건 미스터리를 파헤쳤다.

사건은 깊은 밤 아이를 찾아온 한 사람으로부터 시작된다. 그 사람의 등장과 함께 아이는 사라졌다. 아이가 살았던 집은 서울 관악구의 한 재개발 지구. 주민들의 이주가 시작된 상태였다. 빌라에 살았던 아이 역시 예정대로였다면 그 해 가을 이사를 갔을거라고 했다. 항상 엄마 곁에 꼭 붙어다니던 민준이. 엄마와 아들은 누구보다 사이 좋은 모자로 보였다. 지난해 여름 박은정(가명)씨와 아들 민준(가명)이는 민준이의 여섯살 생일을 코 앞에 두고 사라졌다.

2019년 8월 22일 목요일, 모자가 평소와 다르다는 걸 가장 먼저 눈치 챈 사람은 민준이의 어린이집 선생님이었다. 아침 10시께 어린이집에 오던 민준이 모자가 연락이 되지 않은 것. 오후가 되면서 은정씨 친정 식구들도 걱정하기 시작했다. 언니 부부가 집을 찾아왔지만 집에서는 아무 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고 한다. 이후 수많은 경찰들이 빌라 주변으로 출동하면서 동네가 발칵 뒤집혔다. 그날밤 경찰에 신고 전화를 한 사람은 박은정 씨 오빠였다. 민준이 엄마가 전화를 받지 않자 오빠와 아버지가 다시 확인하기로 했다는 것. 민준이 아빠 근무지로 찾아가봤지만 아빠는 아내의 행방을 모르고 있었다. 민준이 아빠에게 현관문 비밀번호를 물어 집으로 들어갔다는 은정씨의 오빠와 아버지. 그런데 두 사람은 흉기에 찔려 숨진 상태였다.

모자가 누워있던 침대는 피로 물들여 있었고 민준이 얼굴 위에는 베개가 놓여져 있었다. 두 사람 모두 사인은 흉기로 인한 다발성 자창이었다. 은정 씨는 총 11군데, 민준이에게도 3군데 목 부위를 기습적으로 피습 당한 상태였다. 전문가들은 살해할 의도를 가지고 강력한 힘으로 찔렀을 것이라 분석했다. 또 "똑바로 누운 상태에서 위에 올라타 찔렀을 가능성이 커보인다"고 말했다. 은정씨는 반팔 티셔츠에 속옷만 입은 상태였고 민준이도 얇은 내의 차림이었다. 고이 잠든 모자를 무자비하게 살해한 것. 피해자들의 부검 결과를 본 전문가들은 "엄마도 아기도 기도, 식도, 목뼈. 순식간에 여러번 찔렀을거다", "기도가 절단된 상태라 소리 지르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밝혔다. 두 사람 모두 비명 한병 지르지 못한 채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민준이는 겨우 여섯살이었다.

수사가 거듭될수록 이상한 점이 발견됐다. 외부 침입의 흔적이 없었던 것. 현관문을 억지로 연 흔적도, 베란다나 창문으로 침입한 흔적도 없었다. 물건을 뒤진 흔적이나 사라진 귀중품도 없었다. 피해자들이 피를 엄청나게 흘렸지만 침대 밖 어디에도 피묻은 손자국이나 발자국이 없었다. 지문이나 족적 하나 남기지 않고 범인은 어디로 들어와 어떻게 빠져나간 것일까.

10월 초, 사건 발생 40여일 만에 용의자가 체포됐다. 그날 아내의 행방을 모른다 했던 은정씨의 남편이자 6살 민준이의 아빠 조 모씨였다. 조씨는 10년 넘게 작품 활동을 하며 전국에서 전시회를 하는 등 이름을 알리고 있던 예술가였다. 지난해 10월 구속된 후 조씨는 일관되게 무죄를 호소하고 있다. 이 사건은 현재 치열한 법적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조씨는 처자식을 살해한 범인일까, 가족을 잃고 살인 누명까지 쓴 희생자일까.

살해 당하기 전 8월 21일 오후 은정씨는 근처에 사는 언니 집에 잠시 놀러갔다고 한다. 민준이의 하원 시간에 맞춰 어린이집에 들렀던 민정씨. 모자는 오후 4시28분 집으로 들어갔다. 지인들은 메시지 등을 보여주며 저녁까지도 이상한 낌새가 없었다고 했다. 평소 아침부터 밤까지 서로의 일상을 공유해왔다는 친구들. 은정씨까지 9명이 함께 한 단체 채팅방에서는 저녁 메뉴 이야기가 한창이었다. 출판 일을 하던 은정 씨는 오후 8시40분께 업무 관계자와도 대화를 나눴다. 언니, 오빠와의 채팅방에서도 오후 8시49분까지 일상적인 대화가 오갔다. 그 이후 은정씨는 자신에게 온 메시지를 읽지 않았다.

빌라 이웃들은 그날 밤 수상한 차량을 봤다고 말했다. 수요일 밤에 있었는데 날이 밝았을 때는 보이지 않았다는 차량. 가끔씩 보였던 검은색 SUV 차량. 그런데 전에는 보였던 블랙박스 불빛이 그날 따라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방범CCTV에 차량의 모습이 포착됐다. 은정씨 남편 조씨의 검은색 SUV였다. 조씨는 그날 오후 8시56분 집으로 돌아왔다. 조씨의 차량은 다음날 새벽 1시35분께 집을 떠났다. 조씨는 자신의 작업장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평소 집에 거의 오지 않았다는 조씨는 경찰 조사에서 "아침에 아내에게 문자가 와 민준이가 만든 것을 가져다 달라고 해서 시간 맞춰서 갔다. 밤 9시쯤 도착해 아이와 놀다가 배가 고파 혼자 밥을 먹었다. 밤 10시쯤 침대에 누워 다같이 잤다. 새벽에 잠이 깨 작업장에 가겠다고 집을 나섰다"고 말했다. 당시 아내와 아이가 살아있었다는 것이 남편 조씨의 주장이다.

조씨가 살인용의자로 체포되자 가족들과 지인들 모두 놀랐다고 한다. 조씨 지인들은 "장례식에서 봤는데 아기 사진 보여주며 자랑 엄청하고 그랬던 사람이다", "외향적이지 않고 조용히 작품활동 했다. 부드러운 성격이었다", "주저하지 않고 자기 자식을 죽인다? 아닐거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은정 씨의 유가족들은 사건 당일 조씨의 행동이 이상했다고 주장했다. 조씨는 처가 식구들이 돌아가며 은정 씨 안부를 확인했지만 크게 반응하지 않았다고 한다. 딸의 죽음을 확인한 후 아버지는 "제일 알아야 될 사람이 사위인 것 같아서 전화했다. '은정이 갔다' 이렇게 말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장인과의 통화 후에도 조씨는 응답 없는 은정씨에게 문자 메시지만 보냈다고 한다. 당시 경찰과 온 그를 봤던 이웃 역시 조씨의 모습이 의아했다고 했다. 은정씨 친구들도 "장례식장에서도 잠깐 왔다 갔다고 하고 제대로 못 봤다"고 밝혔다. 모자의 빈소에 잠시 방문했을 뿐 상주로서의 역할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반면 조씨 부모는 "갑자기 어저께 만나고 온 자식 마누라가 오늘 죽었다고 한다. 멍해져 버리는거다. 무엇을 어떻게 하라는거냐"고 항변했다. 조씨는 '은정이가 갔다'는 말이 죽었다는 의미인지 꿈에도 몰랐고 모든 것은 은정 씨 가족의 오해와 음해라고 했다. 상주 역할을 못한 것에 대해서도 조씨 부모는 "아들이 갔었는데 못 들어가게 제지하고 막아버린거다. 장례식장에 나도 갔다. 아들을 못 들어오게 하더라. 무슨 권한으로 그러는지. 살벌해서 전날 장지를 먼저 갔다. 가서 다 보고"라고 주장했다.

사건 현장에서는 새로운 흔적이 나왔다. 감식 결과 욕실 세면대 배수구, 빨래 바구니 수건에서 피해자들의 혈흔이 발견된 것. 범인은 침실에서 모자를 살해 후 욕실에서 손을 닦은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수건에서는 조씨의 DNA가 함께 검출됐다. 조씨 부모는 "집에 갔는데 샤워를 했다. 같이 자고 같이 밥먹는데 DNA가 안나왔다는게 (더 이상하다)"며 집안에서 아들의 DNA가 검출됐으나 조씨의 차량이나 작업장에서는 어떤 흔적도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현장을 분석 한 프로파일러는 "여성과 아이만 있다. 늦은 시간이다. 이 정보를 알고 있지 못한다면 남편이나 다른 가족이 귀가할 가능성이 충분히 존재한다. 봊갑하고 좁은 동선을 빠르게 들어와서 저항하지 않는 피해자들을 일방적으로 살해하고 도주하는 과정에서도 침착하게 문을 닫아놓고 간 행동이 면식범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들을 공격하고 도망가면 되는데 불구하고 아들의 얼굴을 베개로 덮었다는 것은 순간적으로 느끼는 어떤 감정 때문에, 아이에 대한 죄책감이나 미안함이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재택근무를 하며 대부분의 일상은 민준이 엄마로 살았다는 은정씨. 사건 발생 무렵 은정씨와 남편 조씨의 사이가 좋지 않았다고 한다. 일정한 수입이 없는 조씨를 대신해 생활비는 물론 작업장 운영비까지 부담했다는 은정씨. 육아도 그녀의 몫이었다고 한다. 신혼 초부터 작품 활동을 이유로 외박이 잦았던 남편은 몇년 전부터 집에 거의 오지 않았다고 한다. 아들을 보러 집에 오라고 사정을 해왔던 은정씨. 두 사람의 메시지를 확인해보니 2018년 10월엔 이혼 얘기까지 나왔다. 가족에 무관심한 남편에게 서운함을 표하자 조씨가 먼저 이혼하자고 말했다. 반면 조씨 부모는 아들이 가정에 일부 소홀했더라도 사건 발생 무렵에는 부부 사이가 좋았다고 주장했다. 실제 세 식구는 사건 발생 몇달 전부터 물놀이를 가거나 함께 시간을 보냈다. 조씨 부모는 "범인을 정해놓고 수사를 한거다. 범인을 잡은게 아니라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사건 직후 빌라 주민들은 물론 모자를 처음 발견한 은정씨 아버지와 오빠를 조사했다. 40여일의 수사 끝에 남은 단 한명의 용의자는 남편 조씨였다는게 경찰의 결론이었다. 그런데 경찰이 남편 조씨를 범인으로 만들었다는 조씨 부모의 주장은 무엇일까. 경찰은 조씨의 차량과 작업실에 있던 옷까지 꼼꼼하게 조사했지만 직접 증거는 찾지 못했다. 증거를 찾지 못했다. 조씨가 새벽 1시 35분 이후 집에 들어가 모자를 살해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의미이다. 그는 이 집을 찾은 마지막 방문자였을까.

조씨는 그날 새벽 1시35분 집을 떠났다. 경찰은 교통 CCTV를 뒤져 그의 차량이 어디로 이동했는지 확인했다. 조씨는 곧바로 작업장으로 향했다. 세 식구가 함께 자다 혼자 잠에서 깨 작업장으로 돌아갔다는 조씨. 조씨는 작업실에서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고 오전 11시가 넘어서 외출했다. 이후 조씨는 분주하게 움직였다. 기름도 넣고 자동세차도 했다. 인근 대형 쇼핑몰에 있는 단골 미용실도 찾았다. 이발 후 평소 다니던 헬스장도 방문했다. 조씨는 이곳에서 약 40분간 머물렀다. 작업장으로 돌아간 그는 예정돼 있던 병원 진료를 받으러 나왔다. 그는 작업장으로 돌아가기 전 차량용품점에서 2분 가량 머물렀다. 조씨는 왜 이곳을 찾아갔던 것일까. 앞서 은정씨 이웃 주민은 "조씨 차가 들어오면 블랙박스가 반짝였는데 그날은 그게 안 보였다"고 말한 바 있다. 주민 이야기는 사실이었다. 조씨의 블랙박스가 수요일에 작동하지 않았고 목요일 오후부터 다시 작동했다.

가장 중요한 증거물인 범행 도구는 현재까지도 발견되지 않은 상태다. 그런데 가족과 경찰이 범행 도구와 관련해 주목한 부분이 있었다. 은정 씨 집에 있던 칼 하나가 사라진 것이다. 8년 전 어머니가 스페인 여행에서 사온 6개짜리 칼 세트였다. 제일 작은 과도는 친정집에서 사용했고 현장에서 발견된 건 네 자루 뿐이었다. 전문가는 "한쪽만 날이 있는 칼 같고 길이도 좀 있고 폭도 있다. 부엌칼 형태와 비슷하다"고 분석했다. 칼날 길이는 15cm 전후, 폭은 4cm 이하일 것으로 추측된다고 했다. 피해자 몸에 남은 자창의 형태를 볼 때 칼날은 매우 예리할 것이라고 한다.

현장에서 사라진 건 범행 도구 뿐이 아니었다. 범행 몸에 피가 묻거나 발로 밟은 흔적 같은게 남기 마련인데 범행 현장에는 그런 것이 없었다. 전문가는 "범인 몸에 피가 많이 묻었다고 전제하면 안된다. 다른 옷으로 환복했을 수도 있고 알몸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조씨 부모는 "들어갈 때 나갈 때 똑같은 옷을 입었다"고 밝혔다. 또 "여름 옷 몇 가지를 놔둬서 그거를 가지고 왔다. (은정씨가) 냉장고 속에 과일 있으니까 가지고 했는데 안 가지고 나왔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날 새벽 조씨가 가지고 나온 가방 속에는 무엇이 있었나. 경찰 관계자는 "재판중이라 구체적으로 말하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은정 씨 지인들은 조씨가 범행 관련 물건을 가지고 나와 처리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특히 조씨 작업장에 있던 전기 가마를 주목했다. 그런데 조씨는 은정씨 모자가 시신으로 발견된지 6일 후 조씨가 한 중고 사이트에 가마를 판다는 글을 올렸다. 조씨에게 가마를 구매한 이모씨(가명)은 "상태도 몇번 안 땐 것처럼 깨끗했고 생각했던거랑 비슷해서 사왔다"고 말했다. 상태 좋은 가마가 꽤 저렴한 가격에 나와 구매했다는 이씨는 "돌아오는 도중에 경찰에게 연락이 왔다. 과학수사대도 오고 샘플 채취해가고 그러니까 뭔 일이 났구나 했다"고 말했다. 조씨는 구속 직전에는 작업장을 내놓는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8월 말 이씨가 구입했다는 조씨의 전기 가마는 내부 온도가 1280도까지 올라간다고 한다. 구매자 이씨는 "여기서 뭘 태운다고 해도 티가 날 수 없다. 웬만한건 다 사라진다. 재는 청소기로 빨면 없어진다"고 말했다.

전기가마에 옷이나 칼을 넣으면 어떻게 될까. 옷과 칼에 인공혈액을 뿌리고 실험을 진행했다. 천천히 가열하는 방식이라 1250도까지 올라가는데는 최소 8시간 정도가 걸린다고 한다. 가마가 식는 시간까지 기다려 내부를 열어봤다. 부엌칼의 형체가 거의 그대로 남아있었다. 녹아버린 대신 접시모양 대신 크게 휘어버린 칼. 하지만 칼난 부분은 쉽게 바스러졌다. 피묻은 옷들은 거의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옷을 태우는건 가능했지만 칼까지 녹이는건 힘들었다. 모자를 살해한 칼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조씨 측은 사건 무렵 부부관계가 회복됐다며 범행동기가 없다고 주장했다. 동기도 증거도 없다면 이 살인사건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

살인범의 공격에 큰 저항 한번하지 못하고 사라진 은정씨 모자. 수요일 밤 남편이 도착했던 9시께 모자는 살아있었을 것이다. 조씨는 경찰 조사에서 밤 10시가 넘어 함께 잠이 들었고 1시에 잠에서 깨 작업실로 갔다고 했다. 그런데 밤 12시 다 된 시간, 10시에 잠들었다고 한 조씨가 4분간 경마 관련 어플에 접속한 흔적이 발견됐다. 조씨 부모는 "아들은 접속한 적 없다고 한다. 은정이가 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조씨와 부모의 주장에 대해 전문가들은 "세명이 있는데 아이는 이걸 할 수 없을거다. 자기가 안했으면 부인이 했다는거다. 부인은 12시에 깨어있었다는거다", "일상적으로 휴대폰 어플에 접속할 수 있다. 기록이 있는데 굳이 자기는 자고 있었다고 한다는건 그 시간에 자기가 깨어있었다는걸 감춰야 할 이유가 있다는거다"고 분석했다.

은정씨와 매일 연락하던 친구들은 "우리 사이 관계는 이미 끝났다고 얘기했었다. 민준이 아빠로서의 자리만 있는거고"라고 말했다. 사실 사건 발생 2달 전 조씨에게 이혼 소송을 제기한 상태였다. 당시 은정씨 변호인은 "아이를 보러오지 않는 것과 경제적으로 힘든걸 얘기해서 같이 해결할 방안을 찾았으면 하는데 대화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것에 대해 힘들어 하셨다. 개선이 어려울 것 같아 이혼을 결심했다고 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은정씨는 소장을 낸지 한달만에 입장을 번복했다고 한다. 변호인은 "화해를 했으니 가압류랑 이혼본안 소송 전부 취하해달라 하셨다. 남편 분께서 와서 잘못했다. 다시 잘해보자는 취지로 말하셨다고 한다"고 밝혔다.

지인들에 따르면 이혼 소송을 걸기 전 4개월 간 아내 전화를 차단했던 조씨가 7월 초 은정씨를 찾아와 사과했다고 했다. 은정씨는 마지막 기회를 준다고 생각하며 아이 생각해서 이혼을 번복한 것. 은정씨는 조씨에게 민준이를 위해 학원비 30만원을 달라 했고 조씨도 이를 받아들였다고 한다. 그런데 조씨는 이혼 결정을 번복한 후 또다시 손을 벌리기 시작했다.

경찰 수사 결과 조씨가 결혼 전부터 한 여성과 만남을 가졌고 사건 3개월 전부터는 경마 배팅으로 상당한 돈을 사용하고 있었다. 조씨 가족들은 이에 해당 여성이 아들을 일방적으로 좋아했고 외도를 했다 하더라도 살해 동기는 아니라는 주장이다. 반면 이 여성은 조씨가 아내와 화해했던 7월과 8월초까지도 그녀에게 곧 이혼할거라 말했다고 밝혔다. 또 이 여성은 "아이 보러 안간다고 하고. 부부 사이가 안 좋아서 애도 별로 안 좋아하나 생각했다. 아이에 대해 친자확인을 해야겠다고도 했다"고 말했다. 조씨가 아들에게 별다른 애정을 보이지 않았다며 친아들이 맞는지 의심하는 발언도 여러번 했다는 것이다.

범죄심리학자들은 "7월에 화해하고 사과했을 땐 금전적으로 급했던거 같다. 부인이 자기한테 아이 학원비라도 매달 30만원씩 달라고 했을 때는 놀라고 황당해 했다. 본인한테 효용가치가 없고.."라고 분석했다. 조씨가 자신의 아내 은정씨를 어떤 존재로 생각했는지가 이 사건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한다. 1심 재판 중인 조씨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재판에서 중요 쟁점이 되고 있는 것은 두 피해자의 사망 추정 시간이다. 부검 당시 은정씨와 민준이의 위에서 죽 상태 음식물이 발견됐다. 통상적으로 식후 6시간 내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지만 사람에 따라 편차가 커 논란이 되고 있다. 수요일 저녁 언니가 싸준 스파게티를 먹었던 두 사람. 식후 6시간 내에 사망했다면 조씨가 집에 머물 때와 겹친다. 법의학자들은 이 사건이 가진 특이한 부분을 살펴야 한다고 했다. 전문가는 "위 내용물은 참 부정확하기는 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소화가 잘 안된다. 그런데 두명의 변사자가 동시에 돌아가셨을 때는 범위를 좁힐 수 있다. 한명이면 단정하기 어려운데 두 사람이다"고 분석했다. (사진=SBS '그것이 알고 싶다' 캡처)

뉴스엔 이민지 o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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