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드득 뽀드득 … 걸어서 ‘눈꽃 세상’속으로

입력
기사원문
박경일 기자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강원 평창의 용평리조트에서 곤돌라를 타고 오른 발왕산 드래곤 피크에서 바라본 계방산과 오대산 일대의 설경. 올겨울은 눈이 드물었지만 이쪽의 산정은 설 연휴 직후 내린 눈으로 설국을 이뤘다.


■ 겨울 트레킹 코스

- 선자령

능선은 조망 좋고 계곡은 아늑

- 발왕산

곤돌라 이용 땐 3시간 이내 산행

- 선재길

완만한 경사 초보자에 안성맞춤

- 승부역

강줄기 따라 산책하듯 걷기 좋아

- 구곡폭포

빙벽 등반 바라만 봐도 짜릿


눈꽃 트레킹이나 수직의 빙벽 감상은 겨울철에만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호사. 하지만 올해는 눈이나 얼음 보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전통의 설산명소에서는 올해도 눈을 볼 수 있다. 무릎까지 푹푹 빠지는 풍성한 눈은 아니지만, 그래도 눈꽃으로 치장한 겨울 산의 매력을 느낄 수 있을 정도는 된다. 유례없는 포근한 겨울에도 가지마다 얼어붙은 눈꽃과 상고대를 만날 수 있는 트레킹 코스를 골라봤다.

# 순한 눈꽃 트레킹… 선자령

대관령과 선자령 사이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능선길은 편안하게 걸을 수 있는 눈꽃 트레킹 코스다. 눈이 드문 올해도 이곳은 눈부신 설원이다. 두루뭉술한 산봉우리 몇 개와 들길처럼 평평한 백두대간 능선길이 대관령과 선자령, 두 고갯마루를 부드럽게 이어준다. 가파른 비탈길이 거의 없는 데다가 눈밭 위로 길이 뚜렷해서 겨울산행 장비와 복장만 제대로 갖춘다면 누구나 쉽게 화려한 눈꽃의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 대관령에서 선자령 가는 길은 능선길과 계곡길로 나뉜다. 백두대간 능선길은 바람이 차가운 대신 조망이 탁월하고, 계곡길은 아늑한 맛이 있어 걷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능선길이 보여주는 풍경의 규모가 크고 웅장하다면, 계곡길은 잣나무, 낙엽송, 참나무, 속새, 조릿대 등이 군락을 이루며 아기자기한 풍경을 보여준다. 선자령 정상에 서면 남쪽으로 발왕산, 서쪽으로 계방산, 서북쪽으로 오대산, 북쪽으로 황병산이 보인다. 선자령 눈꽃 길의 순환코스는 10.8㎞ 남짓. 급하게 서두르지 않아도 4∼5시간쯤이면 다녀올 수 있다.



# 곤돌라로 오르는 설산… 발왕산

강원 평창 대관령면과 진부면의 경계에 솟은 발왕산(1458m)은 용평리조트가 들어섰을 만큼 적설량이 많아서 겨울 설경을 보는 재미를 만끽할 수 있다. 발왕산 주위에는 옥녀봉(1146m)을 비롯해 두루봉(1226m), 고루포기산(1238m) 등이 솟아있고 동쪽 계곡에는 송천의 물길이 지나간다. 발왕산을 오르다 보면 곳곳에서 웅장한 자연을 조망할 수 있다. 산 아래 능선의 적설량이 적어도 웅장한 산세만으로도 탄성을 터뜨리게 된다.

용평리조트 곤돌라를 타면 발왕산 정상 9분 능선의 드래곤 피크까지 오를 수 있다. 등산로를 걸어 정상에 올랐다가 곤돌라를 이용해 하산하거나 거꾸로 곤돌라를 타고 올랐다가 등산로로 내려가는 ‘반등 반곤돌라’ 코스를 선택할 수 있다. 편도 곤돌라를 이용하는 경우 2∼3시간 이내에 산행을 마칠 수 있다. 하지만 가장 매력적인 눈꽃산행 코스는 스키장 옆 용산2리에서 출발해 정상을 찍고 능선 고개로 내려오는 정통 코스다. 이렇게 두 발로 걸어 오르고 내리면 4∼6시간쯤 걸린다.

# 고요한 설국의 풍경… 오대산 선재길

눈꽃 트레킹 명소 중의 명소로 꼽히는 곳이 강원 평창의 오대산 선재길이다. 월정사와 상원사를 잇는 이 길은 도로가 놓이기 전부터 스님과 불자들이 오가며 수행하던 길이자 오대산 화전민들이 나무를 베어다 팔던 길이었다. 겨울이면 이 길은 고요한 설국의 풍경을 보여준다. 월정사에서 출발해 상원사에 닿는 선재길은 9㎞ 남짓으로 겨울에는 3시간 정도가 걸린다. 길이 잘 닦였고 경사가 완만해 초보자도 여유 있게 걸을 수 있다. 출발지점인 월정사 초입의 전나무 숲길 주변에는 최고 수령 300년 된 전나무 1700여 그루가 서 있다. 선재길 월정사 구간에는 지장암, 지장폭포, 회사거리 등이 있고 길은 섶다리, 오대산장(야영장), 동피골, 출렁다리로 이어지다가 고즈넉한 상원사에 닿게 된다. 예년에 비해 적설량은 크게 적은 편이지만, 새소리와 얼음 밑으로 흐르는 계곡물 소리, 뽀드득거리는 발자국 소리를 줄곧 동행 삼아 걸을 수 있는 운치 있는 길이다.

# 첩첩산중의 겨울을 걷다… 승부역

아무도 밟지 않은 눈밭에 첫 발자국을 내는 기분. 첩첩산중에서 즐기는 겨울 트레킹은 색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봉화는 경북 내륙의 오지로 꼽히는 곳. 봉화에서도 가장 깊은 땅이 바로 승부역 일대다. 승부역으로 드는 도로가 있긴 하지만, 폭설이 쏟아지면 차량 통행이 거의 불가능하다. 눈이 내리면 오직 열차로만 찾아갈 수 있다는 얘기다. 승부역으로 가는 열차가 환상선 눈꽃열차다. 1998년 첫 운행을 시작해 겨울철에만 한시적으로 운행하는 열차인데 올해는 눈이 적어 눈꽃열차란 이름이 무색할 정도. 영주역에서 영동선 무궁화호를 타면 봉화역, 춘양역, 현동역, 분천역 등을 거쳐 승부역에 닿는다. 분천역∼승부역∼철암역 구간을 왕복하는 백두대간협곡열차(V-train)와 서울역에서 출발해 분천역과 승부역 등을 거쳐 제천에 도착하는 중부내륙순환열차(O-train)를 타는 방법도 있다. 승부역에서 분천역까지는 걸어갈 수 있다. 이 길이 매력적인 건 눈이 없어도 강줄기를 따라 이어지는 길은 적막으로 가득하다는 것.

# 얼어붙은 빙폭의 위용… 구곡폭포

겨울이 가장 먼저 왔다가 늦게 떠나는 곳이 강원도다. 강원 지역에는 겨울 레포츠를 즐길 수 있는 명소들이 곳곳에 있다. 그중에서도 손꼽을 만한 곳이 바로 춘천 구곡폭포의 빙벽등반이다. 겨울이면 봉화산 자락을 굽이쳐 쏟아지던 폭포가 높이 50m 빙폭으로 우뚝 선다. 구곡폭포는 수도권에서 가까워 주말이면 동호인 200여 명이 찾을 정도로 인기다. 장비를 갖추고 빙벽등반을 경험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뒤로 몇 발짝 물러서서 빙폭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짜릿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폭포 앞에는 거대한 얼음 절벽의 위용을 감상하는 전망대가 있다. 매표소에서 구곡폭포까지 20여 분간 호젓한 산책로가 이어진다. 폭포 가는 길에 ‘끼, 꾀, 깡’ 등 9개 단어를 테마로 한 이정표가 있어 산책의 재미를 더한다. 구곡폭포 탐방 뒤에는 인근 문배마을을 거쳐 검봉산, 봉화산 산행에 나설 수도 있다.

박경일 전임기자 parking@munhwa.com

[ 문화닷컴 바로가기 | 문화일보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 | 모바일 웹 ]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구독신청:02)3701-5555)]

기자 프로필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생활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