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오브레전드의 한국 서버가 말 그대로 '폭주'하고 있다.

시작은 중국 상해에서 LoL(이하 롤) 올스타전이 진행되고 있던 토요일. 25일 오후 2시경 로그인 대기열과 접속 오류 현상이 발생할 때만 해도 대부분 유저들은 올스타전 경기에 비롯한 뜨거운 인기의 여파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20시부터 긴급점검이 반복되면서 결국 다음날인 26일(일)까지 서버 점검이 이어졌고 주말 황금 시간대 롤을 제대로 즐길 수 없었던 유저들의 불만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서버가 한때 잠깐 열렸다가 다시 점검에 들어가는 일이 계속되다 보니 일부에서는 제대로 된 서버개선 없이 단순히 주말 버티기 작전을 펼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유저들의 화난 '민심'이 드디어 폭발한 것은 바로 다음날인 27일(월요일). 주말도 아닌 평일인데도 '게임 이용 장애 현상'으로 오후 2시부터 또다시 기약 없는 긴급 점검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기사를 쓰고 있는 지금도 서버는 여전히 다운 중이며 점검 시간은 3시간 더 연장되어 오후 10시에 점검이 완료된다고 공지가 새롭게 올라왔다.

뒤돌아 보면 5월은 정기점검이 유독 기승을 부렸다. 5월 한 달 동안 롤 인벤 실시간 유저정보 게시판에 라이엇 코리아 CM이 올린 정기점검 관련 공지만 세어봐도 20개가 훌쩍 넘는다. 라이엇에게 5월은 '가정의 달'이 아니라 '서버점검의 달'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

'롤 서버점검'이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를 점령한 지 3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도저히 해결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게임서버 전문가인 모 개발자와 전화통화를 한 뒤 롤 서버점검 장기화의 예상원인을 분석해 봤다.


[ ▲ 라이엇 코리아의 5월 한달 간 공지... 서버점검 러쉬라고 불러도 될 정도. ]



■ 디아블로3와 유사한 구조, 서버 방식이 발목 잡았나?

롤은 AOS류 게임으로 상대편과의 대전이 핵심 콘텐츠이지만 서버 방식은 디아블로3의 그것과 유사하다. 로그인 인증을 비롯해 로비에서의 채팅,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랭크, 전적, 캐릭터, 유료아이템 구입 정보 등을 동일한 서버에서 처리하게 된다.

모 개발자에 따르면 이런 구조를 가진 게임들은 원래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수의 유저를 수용하게 되면 그때부터 조금씩 문제가 발생해 갈수록 정상적인 서비스가 어려워진다. 이른바 '데이터베이스(DB) 병목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일단 DB 병목현상이 발생하면 일반적으로 제시하는 '서버 확충'으로도 쉽게 해결하기가 어렵다. 로그인 인증부터 눈 더미처럼 불어나는 병목현상을 잡아내기 위해서는 서버 확충과 더불어 DB 프로그램 코드를 좀 더 확장성 있도록 재설계해야 하고 최적화 작업도 지속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모

▲디아블로3처럼 DB 병목현상이 일어났을 수도 있다


■ 물리적인 서버 부족이 아니라면? 혹시 모르는 서버시스템의 오류 가능성

하지만, 지금의 롤 서버문제는 오직 '한국'에서만 발생하고 있다. 만약 병목현상이 주요 원인이라면 한국보다 훨씬 더 많은 동시접속자 수를 기록하고 있는 중국에서 먼저 유사한 사례가 보고됐어야만 한다.

이와 관련해 모 개발자는 클라이언트-서버 방식이 이미 여러 게임에서 사용됐고 롤도 서비스한 지 벌써 3년이 훌쩍 넘었기 때문에 라이엇 게임즈 자체적으로도 최적화 노하우와 개선 방법을 어느 정도는 확보한 것으로 예상했다.

병목현상이 어느 정도 해결됐다는 가정하에서 떠올릴 수 있는 다음 후보는 역시나 물리적인 '서버 부족'이다. 하지만 모 개발자는 이번 건에 한해서는 별로 가능성이 없다는 분석을 내렸다. 롤처럼 PC방 점유율 40%를 넘나드는 게임에서 회사가 망할지도 모르는 위기의 순간에 업무프로세스 때문에 서버 구입에 대한 의사결정이 지연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것. 그에 따르면 서버 문제가 발생했을 때 가장 쉬운 해결 방법의 하나가 '서버 확충'이다.

'서버 부족'을 제외한 원인으로 그가 뽑은 용의자는 '서버 시스템에 발생한 오류'이다. 오류에 대한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롤 한국 서버를 구축할 때 서버 세팅에서 실수가 발생해 남기는 시스템적인 오류다. 한국 서버에 새로운 하드웨어를 추가하거나 서버 프로그램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실수가 발생했고 그것이 전체 서버 시스템 일부에 오류를 남겼을 수도 있다는 가설이다.

두 번째는 반복되는 서버다운이 하드웨어나 프로그램, 그리고 데이터에 손상을 입혔을 경우다. 서버가 다운될 때 시스템이나 데이터가 충격을 받아 원인 모를 오류를 발생시켰을 수도 있다. 집에서 PC의 전원이 갑자기 나갔을 때 윈도우에 에러가 발생하는 것과 유사하다. 실제로 라이엇 코리아가 올린 공지를 보면 '네트워크 장비' 문제라는 대목도 볼 수 있어 확률은 낮지만,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모 개발자는 인벤과의 전화 통화에서 그것이 어떤 이유든 일단 서버 시스템에 오류를 발생시켰다면 단순히 서버확충이나 최적화 작업에서 끝나지 않고 오류를 삭제하고 수정하는 과정에서 꽤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모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모 데이터센터 내 전산실 사진(본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 반복되는 서버점검, '적색경보'에 대한 위험성을 깨달아야 할 때

하루빨리 서버가 복구됐으면 하는 바람에 서버다운에 대한 여러 가지 가설을 짚어봤지만 결국 근본적인 문제를 알고 있고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은 라이엇 코리아뿐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롤이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고 게시판에 쉴새없이 서버점검 관련 이슈가 쏟아지는 것은 분명 롤이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국민게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서 위로하며 머뭇거리면 안 된다.

국내 동접 40만 명을 돌파하며 승승장구하던 디아블로3가 한순간에 외면받은 것은 분명 게임 자체의 결함도 있었지만, 그 폭발적인 인기가 영원하리라는 생각에 서버다운 사태를 낙관하고 장기적으로 끌고 간 책임이 더 크다.

보다 적극적인 유저들과의 소통과 서버복구를 위한 필사적인 노력이 더해져 빠른 시간내에 어떻게든 서버를 정상화시켜 내야만 한다. 오늘을 넘겨 앞으로도 서버점검은 또 반복될 수 있다. 그러나 게임에 대한 유저들의 신뢰는 절대 반복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