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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수주 낭보…조선 `빅3` 부활 날갯짓

문지웅 기자
입력 : 
2017-05-09 21:03:01
수정 : 
2017-05-10 01: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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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들어 52척 수주…작년 5배
부실주범 해양플랜트 사업, 올해 대부분 마무리도 호재
중소형사는 여전히 벼랑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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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현대삼호중공업이 IMM 프라이빗에쿼티(PE)로부터 3000억원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사상 최악의 조선업황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IMM 측 고위 관계자는 "이미 조선업은 역사적 최저점을 지났다"며 "2019~2020년께 시장이 확실히 살아날 것으로 보고 투자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지난 1일 크레인 충돌 사고로 사상자가 발생한 삼성중공업은 2일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4척을 3784억원에 수주했다고 공시했다. 최근 국내 조선업 부활 가능성이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다. 적지 않은 업계 관계자들은 세계 1위 조선 강국 위상 회복도 머지않았다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친다. 악성 해양플랜트 프로젝트가 올해 거의 마무리되면 내년부터 본격적인 실적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9일 조선업계 등에 따르면 2008년 중국에 수주 잔량 1위 자리를 내준 국내 조선사들이 1분기 실적 개선과 선박 시장 회복 기대감으로 부활의 날갯짓을 하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빅3'가 동시에 영업흑자를 기록한 것은 5년 만의 일"이라며 "조선업 경기가 지난해 바닥을 치고 살아나고 있어 세계 1위 조선 강국 자존심 회복도 머지않았다"고 평가했다.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3사(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는 총 23억달러(39척)를 수주해 4억달러(8척)에 그쳤던 지난해 실적을 5배 이상 넘어섰다. 지난달 채무 재조정에 성공하며 가까스로 살아난 대우조선해양도 벌써 7억7000만달러(7척)를 수주했다. 지난해 연간 수주액 15억5000만달러(12척)의 절반에 해당한다. 지난해 1~4월에는 1억3000만달러(2척)에 그쳤다. 크레인 사고로 충격에 빠진 삼성중공업도 올해 수주 실적은 좋은 편이다. 지난해에는 4월까지 한 건도 주문을 받지 못했지만 올해는 18억4000만달러(6척)로 몸집을 불렸다. 삼성중공업은 25억달러 규모인 모잠비크 코랄 FLNG(부유식 LNG 생산설비) 수주계약도 올해 안에 체결할 예정이다.

2020년부터 강화되는 선박 배출가스 규제와 LNG(액화천연가스)·LPG(액화석유가스) 가격 하락 및 수요 증가는 빅3 실적 개선에 일등공신이 될 전망이다. 우선 전 세계 모든 선박은 2020년부터 황산화물(SOx) 배출량을 3.5%에서 0.5%로 낮춰야 한다. 이에 따라 선주사들은 저유황유(MGO)를 사용하거나 선박에 탈황기를 달거나 친환경 연료인 LNG를 사용하는 선박으로 교체해야 한다.

최근 인도와 동남아시아 개발도상국에서 LPG·LNG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미국발 셰일혁명으로 LPG·LNG 가격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LPG·LNG 등 가스 운반선 발주도 덩달아 늘어날 전망이다. 이 분야에서 빅3는 세계 시장에서 단연 압도적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 리서치는 지난해 20척이었던 가스선 발주가 △2017년 38척 △2018년 44척 △2019년 82척 △2020년 94척 △2021년 104척 등으로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빅3가 자존심 회복에 나선 것과 대조적으로 성동조선해양, STX조선해양, SPP조선 등 중소형 조선사들은 여전히 생사의 기로에 서 있다. 성동조선은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수주 실적이 '0'이다. 현재 남아 있는 물량도 올해 10월까지 인도하면 끝이다. 신규 수주가 없으면 버티기 힘들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STX조선해양은 현재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고 있다. 최근 17개월 만에 중형 유조선 4척을 수주했지만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 문제로 진통을 겪고 있다. SPP조선은 소수의 관리 인력만 남긴 채 폐업 수순을 밟고 있다.

[문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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